차에 멀티탭 연결, 전자레인지 돌려요…GV60 스마트 차크닉 [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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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쯤 강원도 고성에서 제네시스 GV60의 V2L 기능을 이용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국내에선 차에서 하루를 보내는 차박, 도심에서 떠나 간단한 식사를 해먹는 '차크닉(차+피크닉)'이 유행을 탔다. 차박·차크닉 성지로 한 번 좌표가 찍히면 어디서든 사람이 몰려든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의 차박은 친환경적이진 않다. 배터리 크기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공조장치를 틀거나 전기가 필요하면 특수 장비가 없는 상황에선 어쩔수 없이 차의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동걸린 차 근처에 있으면 매연을 들이마시며 차박·차크닉을 해야한다.
전기차는 이런 단점에서 자유롭다.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회전을 해도 된다. 특히 220V 전원을 전기차 대용량 배터리에서 끌어 쓸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있다면 자동차는 움직이는 가정집이 된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제네시스 GV60을 타고 강원도 고성으로 당일 '차크닉'을 해봤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350㎾급 초급속 충전과 V2L 기능을 탑재한게 특징이다. GV60은 E-GMP 기반 최초의 제네시스 전기차다.
(서울=뉴스1) = 제네시스 브랜드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차문을 제어하고 등록된 운전자에 맞춰 운행 환경을 제공하는 ‘페이스 커넥트’ 기술을 개발했하고, GV60에 첫 적용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페이스 커넥트는 운전자 얼굴을 인식하고 차량의 도어를 잠금 또는 해제함과 동시에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운전석 및 운전대 위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사이드 미러, 인포테인먼트 설정 등을 운전자에 맞춰 조정해준다. (제네시스 브랜드 제공) 2021.9.1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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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60에 에어프라이어 연결하자…차박족들이 몰려들었다━
GV60에 차크닉 짐을 적재한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
내연기관차로 차크닉을 즐기려면 준비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가스 버너, 불을 살리기 위한 가림막, 보온 용품까지 준비하다보면 트렁크 공간이 모자랄 정도다. GV60은 달랐다. 차량과 전자기기를 연결할 멀티탭, 전자레인지, 커피 포트, 에어프라이어 등이면 그날 식사 준비는 끝이었다.
이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차가 막히지 않을 시간대에 고성으로 향했다. 고성에 있는 한 대형마트까지 거리는 189㎞ 수준이었기 때문에 배터리 총량이 89%로도 충분했다.
다만 기자가 시승했던 GV60은 퍼포먼스 트림으로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가 368㎞에 불과해 이론상으로는 안전하다는걸 알면서도 운전중에 괜시리 배터리 용량에 눈이 한 번씩 갔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 차가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 켠에 있었다. 무난히 고성에 도착 후 GV60은 충전기에 꽂고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로 먹을 수 있는 냉동 식품들을 과감히 구입했다.
7일 오후 2시쯤 강원도 고성에서 제네시스 GV60의 V2L 기능을 이용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
고성 바닷가에 도착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멀티탭을 꺼내들었다.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트북과 스피커, 모니터까지 연결해 음악도 작게 틀었다.
그러자 주변 차박족들이 GV60 근처로 몰려들었다. 주유구가 있어야할 공간에 멀티탭을 꽂고 전자기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 신선했던 탓이다. 평소 차박을 즐겨한다는 고성 주민 A씨는 "이게 그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현대차 자동차냐"며 V2L 장비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전기로 모든 게 가능하니 차크닉도 간편하면서도 안전했다. 바닷가 특성상 바람이 꽤 불었는데, 음식을 해먹기 위해 주변 차박족들은 버너에 바람막을 세우고 버너 불이 꺼지거나 번지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기자와 일행은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로 모든 음식을 조리할 수 있었다.
7일 오후 2시쯤 강원도 고성에서 제네시스 GV60의 V2L 기능을 이용해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
음식을 조리하는 순간에도 GV60에 연결한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버너 불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다른 차박족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음식을 모두 먹은 후 뒷정리도 그만큼 편리했다.
3시간동안 노트북, 스피커, 에어프라이어 등 전자기기를 쓰면서도 공조장치까지 틀었지만 잔여 배터리는 67%에서 딱 1%만 감소했다. GV60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77.4㎾h로 가정집 7곳이 하루동안 쓰는 전기가 담겨있어 고작해야 수백W(와트)에 달하는 전자기기를 아무리 써봤자 방전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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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불편함은 여전…스마트폰 충전하듯 간편하게 개선돼야━
7일 오후 8시쯤 강원도 내린천 휴게소에서 제네시스 GV60이 현대차 초급속 충전 인프라 E-pit(이핏)에서 충전 중인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
다만 서울로 복귀할 때 충전이 여전히 불편했다. 이날 오후 8시쯤 내린천 휴게소에 현대차 초급속 충전 인프라 E-pit(이핏)이 있어 이곳을 방문했는데, 접촉불량이 계속 발생해 충전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DC콤보 충전 방식을 지원하는데, 충전구 두 개가 연결된 형태라 둘 중 하나라도 정확하게 차에 연결되지 않으면 오류가 발생한다. 한 번 오류가 발생하면 결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기자도 세 번째 시도까지 실패하다가 네 번째가 되어서야 충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포르쉐 타이칸을 타고온 차주는 충전을 포기하고 다른 휴게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흔히 전기차는 장거리 주행에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빠른 충전속도와 적절한 인프라만 갖춰져있다면 주행거리가 300㎞대인 전기차도 문제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손쉽게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도록 기술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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