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효율을 논하다 준중형 디젤 삼총사 실연비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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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구매하는 요소는 천차만별이다. 가격이 될 수도 있고, 공간, 성능,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 그 중 연비는 스마트한 소비가 강조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효율성과 유지비 측면에서 점점 더 각광받는 선택 요소가 되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앞다퉈 더 좋은 연비를 얻기 위해 연구하며, 신차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준중형 디젤차들도 그 중 하나다. 서로가 최고의 연비효율을 가졌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데 직접 몰아보지 않는 이상 다 믿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 1월 라이드매거진 편집부는 르노삼성차 SM3 dci와 함께 부산을 다녀오며 연비를 직접 테스트하기도 했다. 당시 한번 주유로 1010km를 갈 수 있었던 SM3 dci는 적은 기름으로 더 오래, 멀리 달려서 마치 마라토너 같은 차라고 결론 내렸었다.
더 정확한 연비테스트를 원해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중에서도 연비 계산을 두고 정확했냐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실제 SM3 디젤의 경우 트립컴퓨터상 기록을 가지고 계산했으며, 구체적인 조건과 방법 등은 크게 나누지 않았다. 여기에 현재 보유중인 준중형 디젤차 소비자들은 “트립컴퓨터를 참고만 할 뿐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며,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한번 연비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측정하는 방법은 꽤 다양했고, 그 중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실제 주유량으로 알아보는 ‘만량법(풀투풀 Full to Full)’ 이었다. 만량법이란 기름을 가득 넣은 후 출발한 뒤 도착지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넣어 그 차이를 통해 연비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오차 범위가 크지 않고, 다른 매체에서도 연비테스트 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연비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 기존에 우수한 연비를 확인했던 SM3 dCi(이하 SM3 디젤) 외에도 두 대를 더 준비했다. 바로 강력한 라이벌인 현대 아반떼 디젤과 기아 K3 디젤이다. 이 차들은 우리나라 준중형을 대표하는 모델이면서, 각 회사의 최신 디젤기술이 탑재된 차종이다. 국산 준중형 대표 모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비대결을 펼치니 더욱 궁금해지면서 기대를 모았다.
방법은 어떻게?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매우 중요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약 200km의 고속도로와 국도 구간, 이외에 시내 및 고갯길 코스를 달리는 총 3개 구간으로 정했다. 또, 만량법을 기본으로 하되 각 순간을 사진 및 영상으로 남기고, 주유량과 금액은 모두 영수증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주행 중 조건도 꼼꼼하게 정했다. 먼저 실내온도는 25~26도로 맞추고, 바람 세기는 1단만 사용했다. 각 차에는 운전자만 탑승했으며, 가장 바깥 차선에서 규정속도에 맞춰 일정 간격을 두고 정속주행 했다. 또, 맨 앞에 촬영 및 안전을 위한 선두차를 추월하지 않는 조건으로 흐름에 맞춰 달렸고,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하지 않았다.
연비 계산을 위해 들어간 주유소에서는 처음 가득 넣었을 때 ‘딸깍’ 소리가 난 뒤 한번 더 주유기를 눌러 ‘딸깍’ 소리를 총 2번 들은 후 천원단위로 끊어 기름통이 가득 찰 때까지 넣었다. 각 차종들의 기름통 모양이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간혹 차를 좌우로 흔들어 기름의 수평을 맞추기도 하지만 다른 차들도 주유를 해야 하고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하지는 않았다.
분명 이 실험은 정확성을 최우선에 두고 공평하게 진행하지만 각 모델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 및 길들이기, 키로수에 대해서까지 완벽하게 맞추는 건 한계가 있었음을 미리 밝힌다. 여기에 테스트는 실제연비를 구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트립컴퓨터상 떠 있는 평균연비 숫자는 모두 무시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연비 테스트
가장먼저 고속도로 연비 테스트가 이뤄졌다. 구간은 만남의 광장 휴게소(부산방향)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를 거쳐 강릉 IC까지 가는 약 220km의 코스였다. 주중 낮에 고속도로 교통은 원활했다. 신갈 분기점 부근과 영동고속도로 마성에서 용인 구간에 다소 교통량이 많아 속도가 줄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었다. 3대의 차들은 트립컴퓨터상 모두 우월한 숫자를 가리키며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있는 법, 강원도에 들어서자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대설주의보’라는 알림 문구가 떴고, 대관령 터널을 넘어가자 눈과 비가 섞여 내리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속도는 줄었고, 차들도 거북이 걸음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강릉IC 도착 후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넣었다.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아반떼 디젤은 추가 주유로 9.9리터(12,000원)가 들어갔고, K3 디젤은 9.1리터(11,000원), SM3 디젤은 13리터(16,000원)가 들어갔다. 주행거리(219~220km)와 평균속도(65~70km/h)는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같았다. 이를 토대로 실연비를 계산해보니 아반떼 디젤 22.3km/l, K3디젤 24km/l, SM3 디젤 17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공인연비가 가장 높은 K3 디젤이 실제연비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또한, SM3 디젤은 다소 차이를 보이며 아쉽게 마무리 했다. SM3 디젤의 고속도로 연비는 상대적으로 변속기의 문제가 컸다. 게트락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경쟁차종 변속기 대비 변속 시점을 길게 잡아 끌었다. 추월가속이나 오르막길에 올라도 좀처럼 단수를 넘기지 않고, 최대한 높은 엔진 회전 수에서 끝내려고 한다. 그 결과 연비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시내 및 고갯길 연비 테스트
이후 시내에 들어와 강릉항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비록 날씨가 어두워 밝은 느낌의 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2만원이 훨씬 안 되는 가격으로 먼 거리를 달린 3대의 차들이 마냥 늠름해 보였다. 돌아 갈 때는 강릉 시내를 통과해 대관령 고개를 넘는 약 34km 구간의 연비 테스트가 진행됐다. 특히, 고갯길에서는 틈틈이 영상촬영도 이어졌기 때문에 급가속 및 높은 알피엠을 자주 사용했다. 3대의 차들 모두 디젤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로 부족함 없이 대관령 고갯길을 넘어올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답답하거나 더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고갯길을 넘어와 대관령 면사무소가 위치해 있는 시내에 접어든 뒤 근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넣었다. 신호등이 자주 걸린 시내와 높은 알피엠을 사용한 고갯길에서의 연비는 세 차종 모두 비슷했다. SM3 디젤은 4,000원(3.3리터)을 추가 주유해 실연비 13.9km/l를 기록했다. 이 외에 아반떼 디젤과 K3 디젤은 각각 5,000원(4.2리터)을 추가 주유해 실연비 11.2km/l, 11km/l를 보여줬다. 이번 대결에서는 SM3 디젤이 근소한 차이로 1등을 차지했다.
국도 연비 테스트
마지막 국도 연비가 남았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테스트인 만큼 라이드매거진 편집부도 심혈을 기울여 최대한 공평하게 진행했다. 다행히 강원도 산자락을 넘어오니 날씨는 다시 맑아졌고, 교통량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원활한 정속주행이 가능했다. 국도 테스트는 대관령 면사무소에서 서울 초입인 암사동 선사유적지 주차장까지 약 18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속 80km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0km를 오차범위에 두고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선두차를 추월하지 않는 조건에서 진행됐다.
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조용한 국도를 정속주행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각 차들도 안정적인 주행과 트립컴퓨터상 뛰어난 연비를 보이며, 만족스러움을 더했다. 그렇게 약 3시간을 달려 서울 초입에 들어섰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 서울시내에도 차들이 거의 없었다. 암사동선사유적지 주차장에 도착 후 근처 약 500미터 거리에 있는 주유소에서 마지막 주유를 넣고 연비를 계산했다. 결과는 고속도로 연비만큼 충격적이었다.
아반떼 디젤은 7.6리터(10,000원)를 더 넣어 실연비 23.8km/l를 기록했고, K3 디젤은 11,000원을 추가 주유해 21.5km/l를 보여줬다. 반면, SM3 디젤은 고작 6.1리터를 추가 주유하는데 그쳐 실연비 29.6km/l를 기록했다. 높은 차이를 벌리며 SM3 디젤이 국도연비 최강자가 됐다. 처음에는 모두가 의아해 했지만 3대 모두 넘치기 직전까지 마지막 주유를 넣었고, 국도 주행에서도 모두 다 같은 속도로 정속주행을 유지했다. 또, 신호등 및 과속 카메라 발견 시 제동 거리를 비롯해 모두 같이 서고 달렸기 때문에 특별할 건 없었다.
평균연비 1등은 SM3 디젤
단순히 세 구간에서의 평균연비를 내보면 SM3 디젤은 20.1km/l를 보였고, 아반떼 디젤이 19.1km/l, K3 디젤이 18.8km/l로 뒤를 이었다. 주유소마다 리터당 가격이 다르고, 기름통의 크기도 각 차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행가능거리는 따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SM3 디젤은 세 구간 중 2번이나 1등을 차지하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고, 합산 평균연비도 근소한 차이로 1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이 경쟁한 아반떼 디젤, K3 디젤도 부족함 없는 좋은 연비를 보여줬다. 아반떼 디젤은 모든 구간에서 고른 연비를 보였고, K3 디젤은 고속도로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주행성능과 편의품목을 비롯해 일상생활에 전혀 부족함 없는 알찬 성능과 한국 소비자 선호도에 맞춘 옵션 등은 세 차종모두 비슷하다. 단순히 크기만 놓고 보면 SM3 디젤이 우위에 있지만, 실내 수납공간 등은 아반떼 디젤이나 K3 디젤쪽이 더 여유롭다.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준중형 디젤 최강자는 누구?
그렇다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가격으로 넘어간다. 가장 세분화되어 있는 모델은 K3 디젤이다. 총 8개의 등급을 선택할 수 있고, 1,772만원에서 2,336만원까지 책정됐다. 그 뒤로 아반떼 디젤은 총 4개의 트림으로 구성했으며, 1,600만원부터 2,371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반면, SM3 디젤은 1,980만원짜리와 2,095만원짜리 딱 2가지 등급으로 구성했다. 최상급 트림을 선택해 모든 옵션을 다 넣으면 아반떼 디젤은 2,812만원, K3 디젤은 2,556만원으로 꽤 높은 가격표를 보여주며, SM3 디젤은 2,407만원으로 세 차종 중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준중형 디젤세단 시장에 최강자는 없었다. 어느 한 차가 월등히 뛰어나거나 부족한 게 아닌 모두가 좋은 성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숫자를 놓고 보면 SM3 디젤이 가장 연비가 좋은 차로 선정됐고, 정숙성과 크기,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우위를 차지한 모델이 됐다. ‘QM3를 통해 검증된 연비 좋은 엔진’이라는 말이 이제서야 실감이 갔다. 그렇다고 K3나 아반떼 디젤이 못난 건 아니다. 전체적인 실내 상품성은 K3가 뛰어났고, 다양한 도로에서의 주행감은 아반떼 디젤이 한 수 위였다.
라이드 매거진 편집부는 연비를 구매에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해 참고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은 기획을 시작했다. 물론 1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결과가 100% 정확한 건 아니다. 연비는 운전 습관과 각 자동차가 갖고 있는 세팅값은 물론 정유사별 기름 차이, 심지어 타이어 마모도 등도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부디 참고해서 실제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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