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불어온 봄바람, 쌍용 티볼리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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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을 제패한 쌍용 티볼리가 한 체급 위로 눈길을 돌렸다. 표준형보다 길이를 240mm 늘이고 웨이트를 50kg 불린 티볼리 에어를 통해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양분하고 있는 준중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 티볼리의 매력 위에 여유로운 공간과 색다른 스타일링을 더한 티볼리 에어는 그 이름부터 쌍용에 불어올 봄바람을 예고하는 듯하다.
광대가 왕이 되었다. UFC 전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는 자신을 페더급의 왕이라 칭하며, 당시 도전자였던 코너 맥그리거를 말만 많은 광대라고 폄하했다. 수위 높은 트래시 토크와 막강한 격투 실력, 높은 KO 승률을 자랑하는 도전자 코너 맥그리거는 광대의 무서움을 증명하며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왕이 된 광대는 이제 체급을 올려 라이트급 챔피언까지 노리고 있다.
막내가 왕이 되었다. 티볼리는 부침이 많았던 왕년의 SUV 명가 쌍용이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신차로, 위기의 쌍용자동차가 피운 희망의 등불이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철이 든 티볼리는 높은 판매실적으로 가문의 기대에 화답했다. 티볼리의 2015년 국내 시장 판매량은 총 4만5,201대로 쌍용차 전체 내수판매의 4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2만4,560대 팔린 르노삼성 QM3, 1만2,727대 팔린 쉐보레 트랙스에 압승을 거두며 세그먼트 내 챔피언에 등극했다.
쌍용은 소형 SUV 시장 제패에 안주하지 않았다. 티볼리의 높이를 35mm, 길이를 245mm 키우고 무게를 50kg 불려 체급을 올린 티볼리 에어를 내놓으며,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준중형 SUV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1.7L급 디젤 SUV는 국내 준중형 SUV 시장 전체 판매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푸짐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졌어요
성장호르몬 주사라도 맞은 걸까? 각진 차체와 다부진 프로포션, 팽팽한 볼륨감, 에지 있는 디테일로 버무려진 티볼리의 기존 디자인큐는 그대로이지만, 어딘가 낯설다. 마치 명절날 오랜만에 만난 조카처럼 몇 달 새 훌쩍 커진 체구 때문이다. 적재공간을 늘려 만든 롱보디 모델인 만큼 풍만한 뒤태가 눈길을 끈다. 바짝 올라붙어 있던 힙 라인을 238mm 뒤로 빼고 불어난 엉덩이 살을 숨기려는 듯 D필러를 블랙아웃 처리했으며 우람해진 뒷모습에 걸맞게 테일램프도 한층 키웠다. 이와 함께 바벨 타입의 앞 범퍼로 티볼리의 인상을 더욱 강인하게 꾸미고, 색상을 달리하는 루프를 얹어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살렸다(단, 선루프 선택시 차체와 루프 색상 동일). 좌우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형상화한 새의 날개 디자인은 차체 뒷면의 에어 엠블럼과 절묘한 수미쌍관을 이루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리드미컬한 캐릭터 라인과 크롬 몰딩 벨트 라인으로 길어진 차체의 어색함을 지우고 늘어난 뒤 오버행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시승차는 내외장에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장착한 성형미인. 나쁘지 않은 본래 얼굴에 사이드 스커트, 카본 아웃사이드 미러 커버, 카본 C필러 커버, 스포츠 페달 등을 더해 돈 들인 만큼 더 예뻐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티볼리를 베이스로 만든 만큼 몸집은 다른 준중형 SUV에 비해서 작은 편이다. 길이는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보다 각각 35mm, 40mm 짧고, 너비는 55mm, 60mm 좁으며, 휠베이스도 70mm 짧다. 하지만 720L에 이르는 기본 적재용량은 투싼(513L)과 스포티지(503L)에 비해 월등히 넓다. 단, 기본 차체가 이들보다 작다보니 뒷좌석 시트를 접었을 때의 적재공간(1,440L)은 투싼(1,503L)과 스포티지(1,492L)보다 약간 작다. 특히 티볼리보다 297L 늘어난 적재공간은 활용성이 좋다. 상하 높이조절이 가능한 러기지 보드를 적용했으며 2열 시트 폴딩시 풀 플랫(Full Flat)이 가능해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인테리어는 기존 티볼리와 판박이다. 굴곡이 많고 재질감이 우수해 손에 착 감기는 천연가죽 D컷 스티어링 휠과 역동적인 느낌의 실린더 타입 계기판은 여전히 만족도가 높은 부분. 기분에 따라 계기판 컬러를 5개의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은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살가운 배려다. 넉넉하진 않지만 충분한 1·2열 승차공간과 여유로운 헤드룸도 여전하다. 티볼리와 휠베이스가 같기 때문에 탑승공간은 늘어나지 않았으나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2열 시트 덕분에 등받이를 최대 32.5도까지 누일 수 있어 뒷좌석 안락감은 한결 좋아졌다.
RV인 만큼 수납공간에도 신경을 썼다. 글러브박스 위쪽에 마련된 트레이와 10인치 태블릿 PC를 수납할 수 있는 센터콘솔도 그대로 계승했다.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과 열선 스티어링 휠, 1·2열 히팅시트, 헤드램프 조사각 조절 다이얼 및 7인치 AVN 시스템 등 티볼리의 실용성 높은 편의장비 역시 그대로 물려받았다. 물먹는 하마가 타도 만족할 만한 10개의 컵홀더(1.5L PET병 4개, 0.5L PET병 6개 수납 가능)가 특히 인상적이며, 트렁크 내부에 220V 인버터가 추가되어 레저 활동 편의성이 한층 좋아졌다.
값은 자동변속기 기준 2,106만~2,449만원. 투싼 1.7 디젤(2,297만~2,502만원)과 스포티지 1.7 디젤(2,253만~2,449만원)보다 약 100만원 저렴할 뿐만 아니라, 티볼리와 경쟁하고 있는 QM3보다도 싸다.
준중형 SUV 시장에 던진 도전장
티볼리 에어의 파워트레인은 티볼리 디젤과 똑같다.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발휘하는 1.6L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복합연비 13.3km/L를 기록한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1.7L 디젤은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34.7㎏·m로 티볼리 에어에 비해 각각 최고출력 26마력, 최대토크 4.1kg·m가 더 높으며, 듀얼 클러치를 사용해 연료효율 또한 1.2km/L 더 높다. 소형 SUV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으로 무게가 50kg 늘어난 티볼리 에어를 끌다보니 운동성능과 연료효율에선 약간의 손해를 보는 셈. 그러나 저회전부터 두터운 토크를 내는 디젤 엔진의 특성상 티볼리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특히 티볼리 디젤 특유의 예민한 가감속 페달 반응과 저회전 영역에 토크가 집중된 엔진 세팅은 그대로다. 경쾌한 발진가속과 생각보다 옅은 추월가속 역시 티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체 71.1%에 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고 주요 10개 부위에 핫프레스포밍 공법을 적용해 얻은 높은 차체강성 덕에 주행 안정감은 기대 이상. 다만 리어 오버행이 늘어난 만큼 무게중심이 분산되어 급격한 코너링에서의 몸놀림은 아무래도 티볼리보다 산만한 느낌이다.
티볼리 에어에는 주행상황 및 도로조건에 따라 세 가지 주행모드(에코, 파워, 윈터)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드라이빙 기능과 스티어링 휠 감도를 3단계(컴포트, 노말, 스포트)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스티어 기능이 들어간다. 감도 차이가 현격하지는 않지만 운전자의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는 기능임에는 틀림없다.
티볼리 에어의 또 다른 경쟁력은 4WD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2.0L 트림부터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투싼과 스포티지에 비교우위를 갖는 부분이다. 특히 티볼리 에어 4WD 모델에는 후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함께 적용되어 주행 안정성이 배가된다(2WD 모델에는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 적용). 그뿐 아니라 보다 큰 구동력을 뒤쪽으로 전달해 자세 안정성을 확보하는 록 모드(Lock Mode) 기능이 험로 및 눈길의 주행에 자신감을 더해준다.
지난 3월 5일, 코너 맥그리거는 웰터급 파이터 네이트 디아즈에 패하며 연승행진(15연승)을 마감했다. 라이트급 챔피언 안요스의 부상으로 당초 예정되었던 타이틀 매치가 불발되면서 무리하게 두 체급 월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체급을 올려 싸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소 열세인 승객 공간과 동력성능으로 1.7L급 준중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낸 티볼리 에어가 희미한 입김으로 그칠지 한바탕 광풍이 되어 몰아칠지는 미지수. 동급 최대 적재공간, 동급 유일 4WD 옵션, 동급 최저 가격이라는 무기가 시장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도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티볼리 에어는 로마 근교 휴양도시에서 따온 이름 ‘티볼리’에 자유, 상쾌함, 필수성을 상징하는 ‘에어’를 더해 만든 모델명이다. 티볼리 에어는 과연 그 이름처럼 지중해에서 불어온 봄바람이 되어 쌍용의 봄날을 앞당겨줄까?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 사전계약 실시 3일 만에 거둔 1,000여 대의 계약실적은 산들바람 같은 소식.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 2만 대를 포함, 올해 티볼리 라인업의 글로벌 시장 연간 판매량을 9만5,00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돛은 이미 높이 올랐다. 이제 순풍만 불어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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