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다시보기] GM대우 베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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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는 길이가 5.2m에 이르는 대형차답지 않게 매끈한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V6 3.6L 엔진은 큰 차체를 끌기에 부족하지 않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뒷좌석과 넉넉한 적재공간 등 많이 판매되진 않았지만 뚜렷한 매력을 갖고 있는 뒷바퀴굴림 대형차다.
베리타스는 지금의 한국GM이 GM대우 시절 내놓았던 플래그십 세단이다. 전작 스테이츠맨의 후속으로 2008년 하반기 판매를 시작했으나 현대 에쿠스, 쌍용 체어맨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2010년 하반기 수입을 중단, 자연스레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됐다. 스테이츠맨의 유려한 디자인을 계승한 베리타스는 당시 보수적인 경쟁 관계의 대형차보다 분위기가 젊었으나 이는 오히려 역으로 작용해 판매량이 저조했다. 그 때문에 판매 당시는 물론 지금도 희소성으로 인해 국산차 같지 않은(바꿔 말해 수입차 같은) 대형차라 할 수 있다.
베리타스(Veritas)는 전작 스테이츠맨과 마찬가지로 호주의 GM 계열사 홀덴에서 제작해 수입한 모델이다. 호주에서는 스테이츠맨의 후속으로 판매되었지만 국내에는 성공하지 못한 스테이츠맨을 의식해 진실, 진리의 의미를 지닌 ‘베리타스’라는 새 이름을 붙였으며, 호주에서도 2010년 스테이츠맨의 이름을 버리고 카프리스로 통일했다. 홀덴 카프리스는 2011년 미국 경찰차로 납품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GM이 자랑하는 V8 LS 엔진을 올리기도 해 대형 스포츠 세단 성격이었지만 국내에서는 고급 대형 세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V6 2.8L와 3.6L 두 가지 엔진을 얹었던 스테이츠맨과 달리 V6 3.6L 252마력의 단일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베리타스는 디럭스, 프리미엄, 럭셔리 세 가지 트림으로 선보이며 4,530~5,630만원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6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엔진을 277마력으로 개선한 2009년형을 5,150만원~6,180만원에 내놓았으며,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의 값은 1,000만원대 초중반에 형성되어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초기의 2009년형 프리미엄 트림으로 주행거리는 10만9,005km, 값은 1,200만원이다.
늘씬하고 희소성 있는 대형 세단
잘 달리게 생겼다. 베리타스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이다. 길이가 5.2m에 달하는 대형차지만 앞쪽에서 보면 차체에 비해 작은 프론트 그릴 덕에 차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슬림한 그릴은 부리부리한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마치 독수리 같은 느낌을 준다. 차체 옆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5.2m의 대형차를 실감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매끈한 보디로 인해 꽤나 날렵한 느낌을 선사한다. 옆면에 캐릭터라인 등의 기교를 부리지 않아 심플해보이기까지 하지만 두툼한 앞뒤 펜더로 인해 적당한 자세를 연출한다. 후륜구동 모델답게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뒤로 갈수록 들리는 듯한 스타일 덕에 대형차답지 않은 날렵한 느낌은 더해진다. 뒤쪽은 좌우 램프 사이를 길게 잇는 크롬라인을 제외하면 심플한 편이다. 전작인 스테이츠맨과 비교해 스타일의 맥은 같지만 납작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스테이츠맨과 달리 베리타스는 전체적으로 조금 둥글리고 부풀린 듯한 인상이다.
실내는 아주 화려하지는 않다. 우드트림과 다소 투박한 좌우대칭형 대시보드가 무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주차 브레이크. 요즘 차들처럼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아니지만 센터페시아와 일체형으로 디자인해 사용할 때만 들어올리는 게 이색적이다(그나마 조수석 쪽에 레버가 자리했던 스테이츠맨보다는 낫다). 스티어링 휠은 차체 크기만큼 직경이 큰 편이고 림을 둘러싸고 있는 가죽의 그립감은 그다지 훌륭한 편은 아니다. 묵직한 저음이 일품인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힙합과 록 음악을 듣기에 제격이다.
베리타스의 진가는 뒷좌석에 있다. 여유로운 레그룸과 헤드룸은 물론이고 시트의 쿠션감 또한 편안하다. 게다가 등받이의 각도가 조절되며 조수석을 앞쪽으로 밀면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가 부럽지 않은 편안한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천장에 마련된 오버헤드 콘솔에는 수납형 모니터와 독서등, 각종 스위치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풀사이즈 세단 중에는 의외로 트렁크가 넓지 않은 차들이 많은데 베리타스의 트렁크는 정말 깊고 넓다. 골프백 4개는 물론이고 텐트와 기타 장비들을 가득 실을 수 있어 캠핑족들도 탐낼 만하다.
시승차는 2009년 초기형으로 최고출력 252마력/6,600rpm, 최대토크 34.0kg·m/2,800rpm의 V6 3.6L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있다. 시동을 걸고 움직여보면 대형차다운 묵직함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 역시 일반적인 현대·기아차보다 무거운 편. 그러나 의외로 동급 대형차보다 정숙성이 떨어진다. 바꿔 말하면 적당한 스포티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며, 덕분에 코너링시 체급에 비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특히 고속 안정감은 상당히 좋다. 이는 긴 휠베이스와 탄탄한 서스펜션, 그리고 높은 차체 강성이 조합된 결과일 듯. 다만 무거운 차체 무게와 괜찮은 동력성능에 비해 부족한 제동력은 아쉬움을 남긴다.
건장하게 생긴 녀석이지만 중고차로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엔진 부조현상과 엔진 경고등이 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한국GM은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해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2008년 7월 15일부터 2009년 9월 3일까지 생산된 모델이 이에 해당하며, 이후 생산된 모델은 개선형 점화코일이 장착되어 문제가 없다. 만약 개선형 점화코일로 교체되지 않은 차라면 한국GM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교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스테이츠맨과 마찬가지로 한국GM(당시 GM대우) 내부 혹은 관계사들의 임직원들이 업무용으로 많이 찾은 모델이라 주행거리가 많은 차들이 종종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베리타스는 중고차 시장에서 숨은 진주다. 감가상각이 큰 대형차인데다 많이 팔리지 않아 중고차 값이 출고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1,000만원대 초반의 값으로 살 수 있는 날렵한 스타일에 넉넉한 공간과 여유로운 출력을 누릴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대형 세단을 원한다면, 베리타스로 눈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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