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다시보기] 렉서스 IS250 (X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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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2세대 IS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새침한 듯하면서 세련된 얼굴에 매끈한 보디까지 갖춘 흠잡을 데 없는 외모로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부드러운 질감의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내구성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꼼꼼함이 묻어나는 실내마감과 하이엔드 오디오 마크레빈슨은 고급차의 감성을 전한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을 품은 차다.
1998년 렉서스는 C세그먼트의 황제 BMW 3시리즈에 도전할 1세대 IS(XE10)를 출시했다. 토요타 알테자와 공유한 초대 IS는 작은 차체로 경쾌한 몸놀림을 자랑했으며, 손목시계의 크로노그래프 모양으로 꾸민 계기판과 클리어 리어램프 등 렉서스답지 않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존 렉서스의 고급스러움도, 아주 뛰어난 퍼포먼스도 보여주지 못했고 설상가상 실내도 3시리즈보다 좁아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5년 렉서스는 2세대 IS(XE20)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렉서스다운 꼼꼼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3세대 IS(XE30)는 2013년에 나왔다. 화려하고 과감한 스핀들 그릴을 채택, 과거 점잖은 도련님 같았던 IS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외모가 달라졌다. 워낙 급진적인 변화 탓에 차분하고 잘 생긴 2세대 IS가 도리어 주목받고 있는 실정.
요즘에는 프리미엄 SUV를 타고 브런치 타임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흰색 IS(XE20)는 카페와 무척 잘 어울리는 차였다. 국내에는 IS250, IS F 두 가지가 들어왔으며 250이 주력이었다. IS250의 새차 값은 4,000만원 중반~5,000만원대 초반이었으며,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1,000만원대 중반~2,000만원대 초반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중고차 코너에서 만난 모델은 2009년식으로 값은 2,050만원이다.
도시적인 느낌의 세련된 엄친아
잘생겼다. 장동건과 같은 미남이라기보다는 좋은 배경에서 공부 잘 하고 옷도 세련되게 입는 준수한 도련님 같다. 차체는 크지 않지만 매끈한 보디에 과감한 펜더를 지닌 덕에 다부진 인상을 준다. 콤팩트 세단임에도 후륜구동 방식에 짧은 프론트 오버행을 갖춰 사이드 프로포션이 안정적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만들어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날렵한 모양의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그릴이 잘 어우러져 도시적인 얼굴을 완성해낸다.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요즘의 렉서스처럼 시선을 확 끌어당기지는 않지만 정갈한 디자인이다.
뒷모습은 다소 높은 트렁크 라인으로 빵빵한 모습이다. 리어램프의 경우 렉서스를 형상화하는 L자 모양의 후진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작은 구경의 듀얼 머플러는 양쪽 가장자리에 위치해 좁아 보일 수 있는 뒤태의 느낌을 약간이나마 상쇄시켜준다. 한편 사이드미러는 차체에 비해 사이즈가 커 운전할 때 편리하다.
실내는 깔끔하다. 최신 모델들의 인테리어에 비할 수는 없지만 각종 버튼들이 정갈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수납함의 여닫는 느낌이 아직도 신차처럼 적당히 뻑뻑한 느낌이 좋다. 렉서스 특유의 붉은빛이 도는 우드 트림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다행스럽다. 편의장비 역시 한때 잘 나갔던 오빠답게 풍부하다. 시프트패들이나 메모리 시트 등도 빠짐없이 갖추었으며, 그중 으뜸은 오디오 시스템이다. 청아한 음감을 선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마크레빈슨은 비트가 강한 음악보다 클래식이 더 잘 어울린다.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해 감촉이 좋으면서 내구성 또한 높아 6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주름이 없다. 뒷좌석은 성인 남자가 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넉넉하다. 헤드룸과 레그룸이 여유롭고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문제없다. 트렁크도 차체 크기에 비해 깊고 넓은 편이다. 대개 이 사이즈의 후륜구동 차들은 트렁크공간이 좁은데 IS는 적당한 크기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동을 걸었을 때다. 보통 수입 중고차들은 국산차보다 회전율이 떨어져 오랜 시간 매물로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방문해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초기 엔진음이 거칠고 적당히 워밍업을 해줘야 아이들링이 진정된다. 하지만 IS는 방금 세웠다 다시 시동을 건 것처럼 처음부터 부드럽게 움직인다.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현재의 IS 오너들 역시 이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IS250은 V6 2.5L 엔진을 얹고 있다.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25.5kg·m로 폭발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으며,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역시 부드러운 변속을 보여준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세팅 덕에 박진감은 덜하지만 대신 여성 운전자들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게다가 연비도 V6 엔진으로서는 좋은 복합 11.4km/L를 내며 실주행 연비 또한 별다르지 않다.
서스펜션은 꾀나 단단하다. 일반적인 렉서스의 꿀렁꿀렁한 서스펜션을 생각하고 타면 승차감이 좋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스포츠카처럼 불편한 정도는 아니어서 노면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선에서 조율을 잘 해낸다. 고속안정감 역시 부족함이 없어 장거리 고속도로 운행도 편안하다. 브레이크는 원하는 만큼, 생각한 만큼의 제동력을 보여준다.
렉서스 IS250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잔고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고장이 나질 않아 차를 못 바꾼다’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물론 10만km 이상을 주행한 차에서는 가끔 워터펌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들링시 렉서스답지 않은 소음이 들린다면 보닛을 열어 냉각수 누수 흔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수 흔적이 있다면 워터펌프 교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개 중고 수입차를 살 때는 구입 후 엄청난 수리비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2세대 IS는 한시름 놓아도 될 듯. 탄탄한 내구성 덕에 수입차 입문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화려한 언변과 얼굴의 노는 오빠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지금 봐도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 나는 엄친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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