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소중한 가치 : BMW 650i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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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i 컨버터블은 강력한 달리기 성능과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낭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차다. 컨버터블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이때,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크다.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춥지도 않고 햇살이 뜨거워지기 바로 직전인 4~6월이 컨버터블 타기에 딱 좋은 시기다. 업체들은 컨버터블을 사계절 내내 탈 수 있는 차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지붕을 덮으면 일반 차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계절용 차라고 해도 기분 내기에 좋은 시기는 엄연히 존재한다.
BMW 650i를 타고 시승을 하는 날 때맞춰 비가 내렸다. 컨버터블을 타면서 지붕을 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대신 사계절용 차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확인했다. 지붕을 닫은 650i의 실내는 꽤 조용하다. 소프트톱이라 밀폐성이 떨어지리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늑하다. 비가 좀 거세게 내렸는데 빗방울이 소프트톱에 떨어지는 소리가 독특하다. 마치 드럼 채로 북 두드리는 소리 같다. 철판 지붕과는 다른 낭만과 감성이 넘치는 소리다. 지붕을 닫고 조금만 달리다보면 이 차가 컨버터블인지 쿠페인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지붕을 닫으면 여느 차와 다를 바 없다.
단점은 공간이다. 650i는 컨버터블 중에서 큰 편에 속한다. 길이는 4.9m이고 4인승이다. 4명이 함께 타고 다니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지만 뒷좌석은 그리 넓지 않다. 키 180cm인 성인이 앞좌석을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당겨 앉은 상태에서도 뒷좌석 무릎공간이 빠듯하다. 반면 지붕을 닫았을 때의 머리공간은 여유롭다. 쿠페든 컨버터블이든 동일한 크기 세단만큼 뒷좌석을 확보한 차는 드물다. 편하게 앉으려면 대형급은 되어야 한다. 650i 컨버터블도 그 정도 크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앉히기 적합한 공간이다. 그러나 뒷좌석으로 드나들기는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손잡이를 잡아당겨 등받이를 젖힌 후 전동 스위치를 눌러 앞으로 당기면 된다. 트렁크는 300L가 넘어 컨버터블치고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컨버터블을 가족차나 퍼스트카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공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혼자서 타는 퍼스널카의 대표 모델이 컨버터블이다. 혼자 또는 둘이 탄다면 여유와 넉넉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다이내믹과 낭만의 공존
몸매는 잘 빠졌다. 넓고 낮은 자세에 앞을 뾰족하게 다듬어서 매끈하고 날렵하다. 보닛이 상당히 길어 보이는데 클래식 스포츠카의 비율을 보는 듯하다. 20인치 거대한 휠을 끼운 덕분에 자세도 당당하다. 지붕을 닫은 모습 또한 매력적이다. 검정색 소프트톱이 클래식한 멋을 풍긴다. 하드톱과 달리 수납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지붕 라인이 자연스럽다. 지붕을 접었을 때 톱의 수납부위는 마치 배트맨의 뿔처럼 보인다. 디자이너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요소다. 누군가는 6시리즈 컨버터블이 BMW 모델 중에서 가장 멋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공감하는 말이다.
실내는 6시리즈의 특색이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 BMW 상위 모델답게 분위기는 고급스럽지만 그냥 늘 보는 BMW 실내 그대로다. 지붕을 닫았을 때 느낌이 조금 다를 뿐이다. 지붕을 열면 그제서야 컨버터블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개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톱은 열 때는 19초, 닫을 때는 24초가 걸린다. 시속 40km 이하라면 달리는 중에도 작동한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덜어냈기 때문에 쿠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성이 떨어진다. 보강작업을 거치는 만큼 무게도 늘어난다. 650i 컨버터블의 무게는 1,930kg으로 1,795kg인 쿠페보다 135kg 무겁다. 무게는 더 나가지만 이로 인해 움직임이나 가속이 손해볼 것 같지는 않다. 워낙 힘이 좋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느끼겠지만 보통 운전자라면 그 차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0→시속 100km 가속은 쿠페와 컨버터블이 4.6초로 같다.
650i에 50이라는 숫자가 암시하듯 엔진은 강력하다. V8 4.4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의 출력은 449마력이다. 최대토크는 66.3kg·m로 2,000rpm부터 솟구쳐 나온다. 변속기는 자동 8단. 시동을 걸 때 ‘그르릉~’ 터져나오는 엔진 소리가 은근히 과격하다. 편하게 달리면 V8의 여유로운 힘이 부드럽게 차체를 이끈다. 449마력의 힘을 지닌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순하고 나긋나긋하게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컨버터블은 그랜드 투어러 성격이 딱 들어맞는 차다. 650i 컨버터블은 넉넉한 힘으로 편안하고 여유롭게 장거리를 달리기에 알맞다.
650i의 성능은 지붕을 열어젖히고 낭만을 즐기는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차고 넘친다. 지붕을 닫았을 때 스포츠 쿠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한껏 키워놓았다. 주행모드는 연료를 절약하는 에코 프로, 편안한 주행을 추구하는 컴포트+와 컴포트, 역동성을 강화한 스포트와 스포트+ 다섯 가지다. 컴포트와 컴포트+는 지붕을 열고 달릴 때 알맞은 모드로, 하체가 부드러워지고 운전이 편해진다. 스포트와 스포트+ 모드에 돌입하면 온순하던 성격이 거칠게 변한다. 가속 페달의 반응이 빨라지며 스티어링은 긴장도가 높아지고 예리해진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을 활성화해서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더 크게 남겨 놓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차체를 제어하려면 DSC를 오프로 전환하면 된다.
모드마다 퍼포먼스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 힘이 강하기 때문에 달리는 쾌감은 어느 모드에서나 평균 이상이다. 초반부터 막강하게 밀어붙이는 통에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머리가 들리며 돌진해나간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빨라서 전체적인 반응성을 한층 높인다. 더블 클러치 변속기 못지않게 만족스럽다. 안정감도 우수하다. 차체는 스티어링 움직임에 정확하게 반응하고 주행안정장치는 흐트러짐을 허용하지 않는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뒷바퀴굴림의 특성을 슬쩍 슬쩍 드러낸다. 격하게 다루면 뒤를 살랑살랑 흔들며 흥분하게 만든다. 느슨하게 풀어주다가 한계다 싶을 때 확 낚아채 제자리로 돌아온다.
쿠페보다 더 진한 느낌의 역동성
비가 잦아진 틈을 타서 지붕을 내렸다. 비 내린 숲 속의 상쾌한 기운이 차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든다. 느긋하게 달리면 느긋한 대로 낭만과 여유가 넘친다.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속도감이 아주 크다. 컴포트나 컴포트+ 모드에 놓고 달려도 스포트 모드인 것 같은 역동성이 느껴진다. 빠르게 달려도 바람은 덜 들이친다. 은근히 쾌적하다. 보다 아늑하게 달리려면 창문을 모두 올리면 된다. 바람 소리는 좀 크지만 컨터버블이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엔진이나 배기음은 좀 더 자극적이다. 지붕을 닫았을 때에는 성능에 비해 사운드가 점잖았는데 지붕을 여니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퍼진다. 시끄러울 정도로 격하지 않은 딱 듣기 좋은 소리다.
퍼포먼스에 아주 민감하지 않다면 굳이 쿠페가 아니어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쾌감을 경험하기 충분하다. 지붕을 열면 컨버터블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으니 두 대 역할을 동시에 잘 해낸다. 컨버터블은 대표적인 특수 차종이다. 타는 인원의 한계나 작은 짐공간 때문에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수요층이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실용적인 차로 몰리는 추세 때문인지 컨버터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업체들도 컨버터블 출시에 소극적이다. 컨버터블의 입지가 점점 작아지는 이때, 650i 컨버터블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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