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 시승기…우리가 기다려온 유럽형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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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단 1시간. 단체 시승 시간은 워낙 짧아 겉핥기로 끝나기 일쑤다. 외신 기자들에게 스팅어는 뉘르부르크링에서, G70은 인제 서킷에서 한계까지 평가를 받았다는데 우리나라 기자들에게는 한계는 커녕 공도만 오가는 정도로 시승이 끝난다. 그래선지 어떤 기자는 공도에서 최고속도를 겨냥해 운전하는 경우도 있고, 맘이 급했는지 벌써 뒷범퍼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낸 팀도 있었다. 이번에는 시승코스와 영상 촬영 건으로 좀처럼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없었으니 나중에 시간을 내서 제대로 된 시승기를 올릴 계획이다.
G70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3750만원-5180만원까지인데 시승차는 제네시스 G70 AWD의 풀옵션 모델. 4륜구동과 선루프 옵션까지 모두 더해 5670만원에 달하는 차다. BMW 3시리즈를 겨냥했다는데 BMW의 할인을 감안하면 가격만큼은 비슷해 보인다.
# 민첩한 주행 성능은 '만족', 킬러 컨텐츠는 '부족'
이 차의 오르간 가속페달은 꽤 묵직한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를 켠 상태에서도 발진 느낌이 부드럽고 점진적이다. 촐싹대듯 튀어나가는 느낌을 억제하고 힘을 비축한채 세련된 거동으로 전진한다. 이제는 유럽 스타일 차 만들기에 꽤 익숙해진 것 같다. 브레이크 페달도 초기엔 아주 부드럽게 적용되다가 밟는 양에 따라 솔직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다루기 쉽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울컥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몰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다.
그런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더라도 그리 시끄럽지 않고 날카로운 느낌도 아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도 익숙해지니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 엔진음의 듣기 싫은 소리를 노이즈 캔슬링으로 제거하고 그저 거드는 정도로 세팅 됐다. 그렇지만 기아 스팅어의 가속 느낌에 비하면 매우 젠틀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세단이다.
경쟁 차종들에 비해 약간 더 가볍고 민첩한 느낌이 가장 큰 매력이다. 속도감도 꽤 적게 느껴지는 편이어서 속도계를 볼때마다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노면 소음과 외부 소리는 스팅어보다 더 느껴지는 편인데, 아마도 방음이 줄고 측면창이 이중 접합이 아니라는 점도 원인이겠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세팅인 가운데, 이 차가 추구하는 소구점이 무얼까 고민에 빠졌다. 먼저 ‘패밀리 세단’이라거나 ‘뒷좌석용 차’라 하기는 어렵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무릎 공간은 그렇다 쳐도 발이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줄자로 재보니 발이 놓일 공간은 앞좌석 시트 조정에 따라 약 250-270cm 내외로 신발이 안들어간다. 시트 방석도 허벅지가 높고 엉덩이 부위(H-Point)가 낮춰지도록 기울어 있어 발이 앞으로 뻗어지면서 더 좁게 느껴진다. 앞좌석 시트 아래 틈으로 발을 넣으면 그나마 편할 것 같은데, 낮추기 위해 특수 제작했다는 운전석 시트로 인해 발이 잘 안들어간다. 뒷좌석 하부 공간을 잃은 대신 앞좌석의 스포티한 착좌감을 얻었다니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
휠베이스는 스팅어와 불과 70mm 차이라지만 디자인상 그보다 더 좁아졌다. 이 차는 트렁크 공간을 뽑아내야 하는 세단인만큼 뒷좌석을 앞으로 당겼기 때문이다. 어쨌건 뒤에 누굴 태우든 좀 좁다는 말을 들을 각오는 해야겠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이 된 것도 아니다. 스포티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예를 들자면 렉서스, 재규어에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쓴 탓에 엔진룸 공간이 줄어든다거나, 단단한 서스펜션을 써서 승차감이 불편해진다거나, 전통적 스포츠카에서 유래된 요소를 집어넣었다든가 하는 부분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바꿔주는 ’가변 댐퍼 시스템’은 인상적이지만 가장 단단한 세팅도 좀 부드럽게 느껴진다. 노즈업, 다이브는 괜찮은데 고속 코너링에서 약간의 출렁임과 롤링은 좀 신경 쓰인다. 물론 다른 현대차들과 비교 할 수 없이 좋아졌지만, 이 정도 성능의 차라면 욕심이 과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간사해서 좋은 엔진이 달린 차를 만나면 대번에 독일차를 뛰어넘는 서스펜션까지 기대하게 되기 마련인지 모른다. 레이서들에 따르면 이보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오히려 레이스에서 손해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선 롤링이 적어야 다루기 쉬운걸로 느끼는걸 현대차가 잊어선 안되겠다.
아, 물론 빠르기는 엄청나게 빠르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어디선가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G70이 추월하는 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중에 그 차 운전자에게 물으니 시속 250km를 넘겼다고 했다.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만 해도 대단하다. 말이 4.7초지 현재까지 나온 국산 전차종 중 가장 빠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이다. 예를들어 BMW M3나 포르쉐 카이맨과 대등한 가속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고속도도 270km에 달하는 초고성능이다.
따지고보면 매우 빠르고도 안정적인, 그래서 딱히 흠잡을데 없는 차다. 레이서가 타면 서킷 기록도 상당히 잘 나오는 세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 입장에선 ‘이거다’ 싶은 매력을 찾기 어렵다. 어떤 차는 단 200마력으로도 감칠맛 나는 재미와 사운드를 내는가 하면 G70은 370마력의 괴물 같은 힘이라는데도 사뿐하고 매끄럽기 그지 없다. 어차피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있는걸 감안하면 제한 속도 안에서 재미와 개성을 좀 더 끄집어 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차는 대체 어떤 소비자들을 위한 차인가 고민에 빠진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엔진은 3.3리터 터보와 2.0리터 터보가 있지만 3.3리터 터보가 엔진 내구성을 포함, 보다 적절한 파워트레인으로 추천할만 하다.
# 편의 사양은 충분
차선 이탈방지(LKAS)와 긴급제동(AEB) 같은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차가 스스로 단 한번이라도 사고를 막아낸다면, 그래서 승객이나 보행자의 안전을 돕는다면 옵션 가격은 충분히 뽑는 셈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SCC)도 막히는 길에서 운전자를 편안하게 돕는데, 실제로 한번 써보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편리한 기능이다. 가장 낮은 트림에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만일 이 차를 산다면 누구나 다른 옵션은 다 빼더라도 ADAS만큼은 반드시 선택하길 바란다.
3750만원짜리 가장 낮은 트림 이름이 고급형(어드밴스드)이라는데 주목할 만 하다. 기본으로 8단 자동변속기에 LED 헤드램프를 포함한 LED 전후 램프와 주간 주행등이 들어가고 8인치 디스플레이와 9스피커와 9에어백, 전동시트, 패들시프트, 브리지스톤 18인치 타이어 등 상당수 편의사양이 장착된다. 어지간한 차에서 이 정도 기능을 넣으면 가격이 꽤 오르기 때문에 가격비교를 할 때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랜저(풀옵션 4500만원)에 이 정도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비슷해진다. 따지고보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뱃지 값은 거의 없는 셈이다. 전륜구동에 넓은 공간이 필요한 소비자에겐 현대차 그랜저를, 후륜구동에 앞좌석을 중시하는 사람은 제네시스 G70을 구입하도록 설정한 가격인 듯 하다.
200만원짜리 옵션인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오디오는 이번에도 섬세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베이스보다 고음을 중시하는 세팅이어서 좋아하는 사람은 이번에도 반반이다. 이 프리미엄 사운드와 실내 디자인(시그니처 디자인 컬렉션)이 옵션으로 묶여 있는걸 감안하면 비싼 가격은 아닌 셈이다. 다만 실내 디자인에서는 몇군데 어울어지지 않는 구성이 눈에 거슬린다. 완성된 상태로 어울리게 디자인 된게 아니라 이미 완성된 인테리어에 고급스런 엑센트를 더하느라 일부분의 밸런스가 맞지 않은 걸로 보인다.
# 목표를 포착했다!...앗 어디로?
이 차를 처음 개발 할 당시 BMW 3시리즈는 경쟁 모델에 비해 뒷좌석이 좁은데도 세상 많은 소비자들이 꿈꾸는 독특한 차였다. 스포츠세단을 대중화한 일등 공신일 뿐 아니라 소형차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평판이 좋았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현대차 또한 이 차를 겨냥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비슷한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차가 캐딜락 ATS와 렉서스 IS다. 이들 또한 다이내믹을 강조한 럭셔리 준중형 세단의 대표격이다.
위로부터 BMW 3시리즈, 제네시스 G70, 렉서스 IS |
그러나 포착했던 목표, BMW 3시리즈는 그 사이 꽤 달라졌다. 전보다 크고 가벼워진데다 뒷좌석 공간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을 만들면서 이 정도 변화를 예측 할 수 없었을까? 렉서스 IS 또한 앞으로 2-3년 후면 모델 체인지를 하게 될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일까.
제네시스 G70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차는 BMW 3시리즈라기 보다는 도심형으로 매끈하게 가다듬어진 렉서스의 준중형차 IS다. 외관 디자인에서나 크기에서는 물론 젠틀하고 부드러운, 운전하는 느낌도 꽤 비슷하다.
현대차는 렉서스를 대중 브랜드가 론칭해 성공한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로 보고 그와 똑같은 차량 라인업으로 1:1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G70을 IS, G80을 GS, G90(EQ900)을 LS와 맞붙인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정작 베스트셀링카인 전륜구동 세단 ES와 SUV RX, NX에 해당하는 차가 없어 이도 조만간 보강 될 계획이다.
국내서 연간 1만8000대 목표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운 만큼 내수 목표치에는 도달할 수 있겠다. 문제는 주력인 미국 시장이다. 과감한 개성보다 성실한 모범생 같은 G70으로 보수적인 미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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