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의 첫걸음, EQ900 3.3 T-GDi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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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 발표하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했다. 또, 2020년까지 6종의 신차를 내놓겠단다.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와 함께 등장한 모델이 EQ900(해외 수출명 : G90)이다. 사실 에쿠스의 후속 모델이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승급(?)된 것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현재 현대차가 만든 최고급 세단이 바로 EQ900이다. EQ900이 현대차가 강조한 것처럼 세계적인 명차로 자리매김할 능력을 갖췄을까?
디자인은 뭔가 오묘하다. 전면부는 제네시스DH를 떠올리게 하며 후면부도 기존 에쿠스와 거의 유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알겠지만 EQ900 디자인 조화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 듯 하다. 반면 존재감은 상당하다. 커다란 차체 사이즈에서 오는 이점이다.
크기는 에쿠스보다 커졌다. 그리고 에쿠스보다 115mm나 늘어난 휠베이스가 눈에 띈다. 3,160mm의 휠베이스만 놓고 보면 벤츠 S-클래스 롱휠베이스 버전(3,165mm), BMW 7시리즈 L 모델(3,210mm)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미 충분히 넓고 크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휠베이스만 3,450mm에 이르는 EQ900 리무진을 선택하면 된다.
외적인 디자인서 약간의 한계를 보였다면 인테리어에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잘 나타난다. 또한 사치스러울 정도로 호화롭다.
시트부터 도어패널, 천장까지 모두 고급소재로 감쌌다. 가죽은 이탈리아에서, 박음질은 오스트리아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사실 어떻게 좋은지는 느끼긴 어렵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시트는 독일 척추건강협회에서 공인 받았다고 하는데 그저 푹신하고 부드럽다. 대형 세단이기 때문에 몸을 잘 잡아주는 성격도 아니다. 앞좌석에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라는 기능이 탑재됐다. 키, 앉은키, 몸무게의 신체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자세로 바꿔준다고 한다. 생각 이상으로 스티어링휠에서 멀리, 그리고 누운 자세가 된다. 현대차 담당자는 척추에 무리가 없는 자세라 조언했지만 주행 안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세다. 운전자에게 “편안한 자세”만 추천하기보다 “올바른 자세”를 추천해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뒷좌석은 넓다. VIP를 위해 조수석을 앞으로 당기면 더 어마어마한 공간이 나온다. 뒷좌석 시트도 상당부분 눕힐 수 있다. 하지만 7시리즈처럼 조수석 시트백에서 다리 받침대가 나오지는 않는다.
센터페시아에는 벤츠 S-클래스처럼 12.3인치 모니터가 위치한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렉시콘 스피커 등 구성도 좋다. 경쟁모델로 언급하는 S-클래스나 7시리즈에 갖춰진 어지간한 기능 또한 대부분 채용하고 있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잘 하고 있는 국산 브랜드답다.
하나하나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장비들이 있다. 그런데 뭔가 눈에 띄는 것은 없다. EQ900만의 무언가 말이다. S-클래스의 매직 바디 컨트롤이나 7시리즈의 제스처 컨트롤과 같은 독창적인 신기술이 없다. 차려놓은 반찬은 많은데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할까?
EQ900의 경쟁모델은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를 비롯한 세계적인 대형 세단들이다. 물론 그들은 아직 현대차를 경쟁차로 꼽지 않는다. 이들을 긴장시키려면 눈에 보이는 고급화 이상의 것까지 개발해 내야 한다.
EQ900에 대한 기능에 대해 훑어 봤으니 이제 주행에 나설 차례다.
버튼을 누른다. 아차! 시동이 걸려 있는지 모르고 시동을 꺼버렸다. 분명 일반 차량과 차별화된 정숙성이다. 소음과 진동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아이들 상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약 36 dBA을 기록했다. 38 dBA만 되도 상당히 조용하다고 느끼는데 EQ900은 36 dBA을 기록했다. 주행을 해도 최고의 정숙성은 그대로다. 시속 80km로 주행해도 약간의 바람소리와 노면소리 정도만 들리는 수준이다. 이때의 소음 수준은 약 57 dBA. 후륜에 275mm 너비의 타이어가 장착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정숙성이다.
조용한만큼 움직임도 부드럽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역시 승차감을 향상에 도움이 된다. VIP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스티어링 시스템 기어비도 넓은 편으로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살리려는 모습이다.
부드럽다고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카에는 현대차의 V6 3.3리터 터보엔진이 장착되었다. 수치상으로 370마력과 52.0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낮은 rpm 영역대부터 여유로운 토크를 발휘해주는 만큼 EQ900를 가뿐하게 움직여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EQ900은 6.11초를 기록했다. 4륜 시스템이 장착됐지만 초반에 총알처럼 튕겨나가듯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한번 탄력을 받은 후 힘있게 밀어붙이며 속도를 올린다. 2톤이 넘는 무게를 가졌지만 가속감 자체는 상당하다. 엔진 성능에 나무랄 것은 없다.
변속기도 지적할 내용이 없다. 8단 자동변속기는 동력 전달 능력이나 부드러움에서 충분한 만족도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반응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차량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없다. 또한 이런 여유로운 반응은 변속기 자체의 내구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가속을 이어가면 200km/h 영역까지도 손쉽게 오르내린다. 고속 주행 안정감은 에쿠스 대비 나아졌다. 하지만 다양한 노하우를 갖춘 해외 대형 세단과 견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시속 160km 정도로 편안하게 크루징 할 정도는 된다. 참고로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하면 안정감이 조금 나아진다. 반면 기본 주행 모드에서는 출렁거리는 서스펜션 때문에 안정감 저하가 쉽게 느껴지는 편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현대차가 강조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실행시킨다. 자율주행 시스템에 상당부분 근접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차간 거리를 부드럽게 유지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감속이나 가속이 급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다.
차선 유지도 꽤나 잘 해낸다. 차선 안에서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중앙으로 잘 달린다. 하지만 이는 직선도로일 경우다. 코너를 맞이하면서 아쉬움을 키워내기 시작한다. 또한 IC, JC 같은 곳에서 경고 없이 차선을 크게 이탈해 버리기도 한다. 때문에 직선 주행에 한해 잠시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인식해야 한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스티어링휠 림 부위의 터치 센서 부재다. S-클래스나 7시리즈는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음과 메시기를 띄운다. 이때 스티어링휠 림 부분을 손에 접촉시키는 것 만으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EQ900은 스티어링휠을 손으로 잡고 직접 조작해줘야만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았다고 인식한다. 스티어링 시스템 모터 쪽의 피드백을 이용하는 방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EQ900과 같은 차급에 스티어링휠 림에 터치센서를 이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작은 것이 모여 완성도를 높인다.
속도를 내봤으니 제동력도 살펴본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37.5m다. 무게가 2톤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꽤나 좋은 제동력이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제동력이 초반에 너무 몰려있지도 않아 조작하기도 쉬웠다.
테스트 장소를 와인딩 로드로 옮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주행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EQ900의 소비자들은 이런 도로에서 운전하지 않는다. 대부분 시내에서 마일드하게 달릴 뿐이다. 그나마 운전 기사께서 스티어링휠을 쥐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진정한 고급차란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도 최상의 주행능력을 뽐내야 한다. 즉, EQ900이 현대차가 주장하는 세계적인 명차가 되기 위해선 이런 환경에서 조차 잘 달려야만 한다. 최근 현대차가 EQ900이나 제네시스DH로 유명 서킷를 달렸다고 광고하는 것도 이런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EQ900과 경쟁하는 최고급 모델들은 이런 곳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뽐낸바 있다.
짧은 직선구간에 들어서며 가속페달을 힘을 준다. 속도를 올려나가는 엔진의 성능은 정말이지 발군이다. 코너를 바라보며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그리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 느껴진다. 빠르게 스티어링휠을 감은 것도 아닌데 뒤가 따라오는 것이 늦다. 아니, 그보다 앞뒤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특히 연속된 코너를 만나면 더 허둥거린다. 핸들링도 좋지 않다. 스티어링휠을 조작 후 반박자 쉰 다음 전륜이 반응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금 한템포 쉬고 후륜이 뒤 따르는 모습이랄까?
사실 현대차와 핸들링은 거리감이 크다. 그것은 C-타입, R-타입 스티어링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R-타입이 조금 나을 뿐, 경쟁차들과 성능을 논하기엔 여전히 성능 차이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연속 조작에서 무거워지는 스티어링 시스템 문제다. 도로 주행 중 돌발 상황으로 스티어링휠을 연속적으로 빠르게 조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소비자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크게 스티어링 휠을 돌렸고 다시금 차체 궤도 복원을 위해 반대편으로 휠을 감았다. 하지만 묵직하게 굳어버린 스티어링휠에 당황하고 만다. 이 경우 사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핸들링이나 스티어링 시스템의 성능을 논하기 이전에 이런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가벼운 슬라럼 테스트만으로도 이런 점들이 쉽게 확인되는데 연구원들이 이를 놓쳤다는 사실이 아쉽다.
서스펜션 스프링은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해서다. 댐퍼는 기존 에쿠스 대비 단단한 느낌이다. 덕분에 일상에서 편하다. 하지만 코너에서의 허둥거림은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스포트모드로 설정하면 댐퍼를 단단하게 조여 안정감을 높여주지만 기대만큼의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타이어도 컴포트 지향이다. 엔진 성능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성인데 이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물론 EQ900에게 코너링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한국과 일부 시장에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VIP들은 여전히 유럽산 고급 세단을 구입한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근접한 수준 정도의 성능은 내야 한다.
물론 칭찬할 부분도 있다. 차체강성의 향상이다. 주행 중 차체가 전하는 견고함이 좋았다. 차체의 쇼크처리 능력도 무난했다. 물론 차체가 전하는 느낌이 다른 수입산 모델과 다르긴 하다. 강성을 구현하는 방식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세대 에쿠스 보다 나은 내구를 확보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연비도 무난했다.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약 13km/L의 연비를 기록했으며 시속 80km 정속주행 때는 약 14km/L까지 높아진 연비를 보였다. 대형세단으로 나쁘지 않은 연비다. 또한 제네시스DH보다 좋았다. 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서는 4.5km/L 정도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평균속도 15km/h 내외의 구간이기에 그럴 수는 있지만 조금 더 향상시켜 주면 좋겠다.
EQ900과 관련해서는 2개의 측면에서 평가해야 될 것 같다. 첫번째는 기존 에쿠스 대비 많은 부분서 발전을 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현대차가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EQ900의 소비자들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많은 편의장비에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강조하는 세계적인 명차가 되기엔 한계가 쉽게 드러난다. 그저 앞으로만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차이기 때문이다. 고급화된 소재를 넣는 것도 기술이라 보기 어렵다. 이제 이런 차는 중국 브랜드들도 만들어낼 수 있다. 분명 주행완성도 측면서의 노하우 부족은 앞으로도 많은 숙제가 남았음을 보여준다.
어찌됐건 현대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 했고 EQ900이라는 플래그십 세단까지 내놨다. 앞으로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명차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란다. 렉서스도 현재의 위치까지 오는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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