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쿠페의 대결, 포드 머스탱 VS BMW M23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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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드는 미국 외 다른 나라의 감성에 대처하려는 성의를 보여주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구세대는 나름 괜찮은 성적을 올렸으나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해 화끈하게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너무 거칠었다. 어쨌든 머스탱 제6세대는 좀 더 넓은 고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 힘차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신형 머스탱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영국 심장부에 자리 잡은 국립공원 피크 디스트릭트에 모였다. 공원의 동쪽 끝 산봉우리에 오르자 잿빛 구름 모포가 저 아래 깔렸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머스탱이 그보다 멋진 무대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마치 들소 떼처럼 머스탱은 제대로 만든 파나비전에 등장할 때 가장 빛났다.
독일 번호판을 달아 태생의 순수성이 흐려지긴 했어도 체리레드의 GT는 자갈 깔린 아담한 주차장에서 당당한 존재를 자랑했다. 게다가 카브리오 한 대가 따라왔다. 어쩌면 명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할머니 주방 식탁에 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미국에서 패스트백 스타일은 블루컬러가 특별히 좋아하는 차로 통한다. 큰 세단에서 태어난 싸구려 쿠페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자연스레 핫해치 무리에 끼어들게 된다. 그래서 정면대결 할 라이벌을 고르자니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마로 책상을 짓찧으며 고민했다. 그때 문득 한 대가 떠올랐다. BMW M235i. 수더분한 2도어 보디 아래 쿵쾅거리는 터보 직렬 6기통을 감춘 꼬마 귀염둥이 해치백 스핀오프. 유독성 메틸알코올을 섞은 음료를 내놓는 찻집의 웨이트리스와 같았다. 예상대로 BMW는 포드보다 자그마치 300mm는 짧았고, 차폭은 거의 150mm나 좁았다. 우리가 시승한 M235i는 머스탱보다 줄잡아 2천500파운드(약 412만원)나 비쌌다.
316마력 M235i는 포드에 비해 약 100마력이나 출력이 떨어졌다. 이 좌측 운전석 버전은 마지막 일각수의 파워트레인을 싣고 나왔다. 그리고 자연흡기 대용량 V8을 6단 수동박스와 짝지었다. 5.0L '코요테'는 포드의 Ti-VCT(트윈 인디펜던트 배리어블 캠 타이밍)를 달았다. 원래 미국에서 쉐보레 카마로 및 닷지 차저와 대결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에서는 416마력 머스탱은 4만파운드(약 6천6백만원) 이하로 살 수 있는 단연 최강 파워다.
다시 말하면 절반 이하의 값으로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와 맞먹는 파워를 자랑한다. 감사축제를 벌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비교시승에 앞서 M235i를 몰아보며 요즘 그만한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 알 수 있었다. 2시리즈는 머스탱만한 실내공간이 없었다. 운전석에 들어가자 마치 청바지를 입고 너무 꽉 낀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같았다. 아늑함, 냄새, 손가락 아래 두툼하게 잡히는 림과 현대적 BMW의 탁월한 솜씨까지 모두를 갖췄다. 덩치나 위세가 부족해 오히려 유쾌하다고 할 만했으나 정확했다. 대체로 무광택 플라스틱을 썼고, 소재의 성격을 잘 살려 마무리 솜씨가 뛰어났다.
서리에서 버비지 브리지까지 가는 데는 거의 4시간이 걸렸다. M25에서 체증에 숨통이 막혔고, 뒤이어 M1을 타고 터덜거릴 때는 엉덩이가 감각을 잃었다. 거기서 M235i는 큰 엔진에 작은 덩치의 매력을 한껏 풍겼다. N55 엔진은 현란했다. 매끈하고 낭랑했으며 트윈스크롤 터보의 굵직한 파워가 믿음직했다. 감시카메라의 노란 덤불을 벗어날 때마다 거침없이 7,000rpm으로 치솟으며 대열을 제치고 목청껏 소리쳤다. BMW는 잘 돌아가는 8단 자동 변속기와 짝지어 운행 속도는 힘들이지 않고 경쾌했다. 밑에 깔린 M 스포트 서스펜션 덕분에 타협 없이 믿음직한 안락성을 뒷받침했다. 짧은 휠베이스의 약점을 숨기고 담담하고 침착하게 달렸다.
햇빛 속에서 머스탱 옆에 서자 M235i는 뭉툭하다고 할 만큼 짧아 보였다. 그래서 18인치 합금 휠은 롤러스케이트 바퀴만큼 쫄아들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포드도 실내가 그다지 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찻값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일부 스위치, 특히 드라이브 모드 선택 토글의 수준이 대중차에 아주 가까웠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더블배럴 대시보드, 압도적인 센터스택과 화끈한 환기구, 위압적인 직립 스탠스가 눈길을 끌었다. 머스탱 혈통만이 50보 밖에서 베이부머의 심금을 울릴 듯 힘이 넘쳤다.
달리기 시작하자 그런 상념은 동맥 속의 동물성 지방처럼 굳게 엉켰다. 어떤 변화든 두드러지게 점진적이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 네안데르탈인의 한 걸음은 궁극적으로 게임규칙을 완전히 바꿔놓게 마련이다. 견딜 만했을 뿐아니라 낯가죽 두껍게 저돌적이었고, 악한적인 매력과 개성을 과시했다. 포드는 M235i에 비해 좌고가 높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여전히 큰 덩치의 느긋한 회전력을 맛볼 수 있었다. 아득하고 짜릿한 회전 감각이 포드에 썩 잘 어울렸다.
황무지의 탁 트인 공간에서도 머스탱을 짐말처럼 다루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덩치 탓이기도 했다. 그 조짐의 하나가 앞뒤 방아를 찧는 버릇이었다. 다른 이유는 저속 승차감 탓이기도 했다. 눈에 띄는 습기보다 심한 날씨 변덕에 시달리던 도로가 말썽이었다. 마치 싸구려 매트리스처럼 울퉁불퉁했다. 자비롭게도 신형 통합링크가 꾸준히 그리고 재치 있게 엉덩이를 다스렸다. 게다가 전체적인 강성이 올라가 돌발적인 서스펜션 진동이 사라졌다. 머스탱은 꼭 매끈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세련되지 못했다거나 초보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확실히 M235i의 치밀한 기질을 흉내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속에서 포드는 만족할 만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로 후자의 영향은 새로운 스프링 및 댐퍼와 별로 관계가 없었다. 그와는 달리 기어와 페달을 통해 4캠 엔진과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펄떡거리는 여진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이 같은 바퀴와 크랭크샤프트의 아날로그적 반응은 자동박스 BMW에서는 이미 사라진 유산이었다. 그런데 BWM의 실망스런 수동모드는 부자연스럽게 밀착된 기어비를 설정했다. 그러나 솔직히 애스턴 마틴을 제외하고 어떤 엔진도 포드의 패기만만한 V8의 생생한 기억 앞에서 흔들렸다.
다행히 그 V8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갖췄다. 회전이 빨랐고, 저회전에도 풍부한 힘을 발휘했으며, 7,000rpm 레드라인에 접근하자 힘차게 포효했다. BMW의 터보 직렬 6기통, 심지어 아우디의 대등한 자연흡기 8기통에 비해 포드는 거친 모서리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기능적인 결함이라기보다 뽀드득거리는 물렁뼈 같은 성격 탓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클러치와 기어레버가 묵직해 가속 조작에 힘이 들어도 트집을 잡을 까닭이 없었다.
그 엔진이 꾸준히 각광을 받은 데는 막후에서 활약한 뒷 액슬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빗길에서 함부로 가속페달을 밟아대면 익살극에 가까운 소동이 벌어졌다. 물론 머스탱은 복합모드의 트랙션 컨트롤을 달고 나온다. 어느 모로나 V8의 넘치는 토크를 다스리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 좋은 일이기도 했다. 누가 머스탱의 엉덩이를 꽉 잡아 눌러두려 하겠는가? 교차로와 로터리를 떠날 때 일어나는 드리프트는 꽤 재미있었다. GT는 잽싸게 자세를 바로잡았으나 결코 덜컥거리지 않았다.
이 모두가 머스탱의 감칠맛 나는 역동성을 증폭할 뿐이었다. 대략 잠재력의 2/3를 드러낼 때까지 모두가 사랑놀이로 보였다. BMW의 침착한 엉덩이는 경쾌하게 리듬을 탔다. 그러나 대담하게 한계속도에 도전하자 사태는 일변했다. 머스탱의 전비중량 1,720kg, 이따금 난동을 부리는 스티어링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M235i는 B급 도로에서 보디 동작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포드는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BMW는 상큼한 뒷바퀴굴림, 근육질 스티어링과 우월한 횡 그립으로 실력을 보여줬다. 머스탱에서는 그런 기미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이 단점을 곱씹었다. 그때 홀연히 머뭇거리는 안개를 파고든 해무리가 장관을 이뤘다. 평소에 조용하던 파이크스 도로에 자동차가 꽉 들어차 꼼짝하지 않았다. 성경에서 말하는 휴거(携擧)의 황홀경을 연상시키는 빛의 장쾌한 드라마였다. 우리는 사진기자 뤽의 요구에 따라 그 앞을 오락가락했으나 곧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도 아이폰을 들고 셔터를 눌러대는 군중을 따라 낭떠러지 끝으로 나갔다. 거기서 이 장관의 피날레를 마음껏 감상했다.
하루 종일 그랬듯이 극적인 배경이 머스탱의 휠 아치에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교한 M235i로 결말을 짓기란 상상하기 어려웠다. 포드는 불완전하고 섬세하지 않으며 변명할 줄 몰랐다. 어쨌든 덩치 큰 포드만이 당당히 퇴장할 수 있었다. 머스탱은 앞머리와 중간허리에서 간결하게 재미를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따라서 M235i보다 훨씬 많은 모가 났지만, 우리는 머스탱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보다 더 흡족한 미제(美製)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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