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재규어 F-페이스

컨텐츠 정보

본문

이미지 1

재규어 F-페이스는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영국 메이커에 분수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재규어 SUV는 자동차계에서 떠오르는 피라미 브랜드가 진정 세계적 메이커로 탈바꿈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한 해 생산량을 수십만 대로 끌어올리게 된다. 그래서 세계 자동차계에서 최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시장 부문에서 존재를 확인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 중요하다는 말만으로 F-페이스를 표현할 수는 없다. F-페이스는 또 다른 중형 중급 고급 시장형 소프트로더에 그치지 않았다. 솔직히 우리가 예상하던 재규어도 아니었다. 하루 동안 스웨덴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그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보기에도 그랬고 실내 감각도 약간 달랐다. 더구나 운전 감각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한편 F-페이스는 XE 및 XF 세단과 D7A 플랫폼을 함께 쓴다. 이 차의 백색보디는 B필러 앞쪽이 XF와 거의 같다. 주문형 앞 서브프레임이 SUV에 필수적인 좀 더 긴 행정의 서스펜션을 담아냈다. 한데 B필러 뒤쪽은 F-페이스의 독특한 개성을 살렸다. 상부 구조의 약 80%는 경량 알루미늄이고 부품의 약 90%는 새것이었다. 파워 트레인은 수동박스에 뒷바퀴굴림 178마력 2.0L 인제니움 디젤에서 시작한다. 거기서 자동박스에 네바퀴굴림 인제니움으로 올라간다. 그 너머에 296마력 71.2kg·m 3.0L 트윈터보 V6 디젤과 375마력 3.0L 슈퍼차저 휘발유 V6이 있다. 둘 다 오직 8단 자동박스에 네바퀴굴림.

그보다 작은 랜드로버의 4×4는 가로놓기 엔진과 클러치식 네바퀴굴림을 쓴다. 그와는 달리 F-페이스의 세로 놓기 엔진은 모든 토크를 뒷바퀴로 보낼 수 있다. 네 바퀴 액티브 트랙션은 F-타입 AWD와 같은 전자유압 커플링에서 나온다. 앞뒤 어느 액슬에도 0.1초 이내에 100%의 파워를 보낼 수 있다. 한데 F-페이스는 한층 듬직한 앞 디퍼렌셜을 통해 드라이브 트레인을 움직인다.

이미지 2

서스펜션은 XE 및 XF처럼 독립 세팅을 따랐다. 앞쪽은 더블위시본이고 뒤쪽은 '인테그럴 링크' 멀티링크. 차고 조절 기능이 없는 강철코일, 패시브 댐퍼와 재래식 안티롤바가 기본이고, 지상고는 213mm로 상당한 수준이다. 무단 가변 댐핑이 성능의 폭을 넓혀 스펙을 끌어올렸다. 적응형 표면반응(ASR) 트랙션+안정컨트롤은 0.001초에 그립수준을 읽어낸다. 그에 맞춰 스로틀맵, 토크분할과 안정+트랙션 컨트롤 세팅을 조절한다. 우리는 라인업 최고인 3.0L V6 S AWD에 20인치 휠과 콘티넨탈 겨울 타이어를 신겨 시승했다. 재규어의 개발 단계 중반까지만 해도 F-페이스는 포르쉐 마칸과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재규어는 운전 성능에서 BMW X3을, 실내품질·실용성·기능에서 아우디 Q5를 벤치마킹했다. "아우디는 우리에게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재규어 기술총책 데이브 쇼의 말. "한데 우리는 X3의 핸들링을 좋아했고, 그 수준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마칸이 모든 것을 날려버렸고, F-페이스 프로젝트는 몇 달이나 뒤로 밀렸다.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쇼의 말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개발 중인 F-페이스가 있었다. 그 차를 손질하고 다시 검토하여 승차감과 핸들링에서 포르쉐를 맞설 수 있을까? 그러고도 '우리답다' 다시 말해 재규어다울 수 있느냐는 문제가 불거졌다." 재규어 개발팀은 즉시 더 단단한 코일스프링과 안티롤바를 써서 그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댐퍼를 재조율하고 스티어링 각을 바꿔 더 상큼한 직진 스티어링 반응을 끌어내기로 했다. "나는 마칸이 그때 등장한 것이 오히려 반가웠다." 다른 엔지니어가 말했다. "그 이전까지는 F-페이스는 운전감각이 보다 정상적이었다. 한데 그 뒤로 우리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현대적 스포츠 크로스오버로 바뀌었다."

이미지 3

그 말에는 지나치게 신경질적이 아니면서도 동급 평균 이상으로 스포티하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까다로운 타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쇼가 깔끔하게 간추렸다. "우리는 XF의 안락성+세련미와 XE의 핸들링 반응과 운전 성능을 겨냥했다." 쇼의 말이 이어졌다.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포르쉐가 모든 섀시 옵션을 갖췄을 때 완벽하게 매끈하고 건조한 도로에서는 그립이 더 단단했다. 그러나 대다수 도로에서 F-페이스가 더 감칠맛 나고 핸들링이 뛰어났다." 그렇다, 다양한 도로. 여기서 우리가 보여주듯 F-페이스 프로토타입이 달렸던 빙판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예상만큼 매끈하지 않은 두께 500mm의 호수 빙판과 단단한 눈길에서 재규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

운전석은 중간 높이에 라이벌들의 전형을 따랐다. 덕분에 드나들 때 몸을 꾸부릴 필요가 없었다.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좌석이 넓고 편안했고, 운전 위치는 믿음직했다. 루프라인이 바싹 다가오고 허리선이 높아 운전석은 아늑했다. 실내공간은 일부 중형 SUV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190cm가 넘는 장신도 앞뒤 어느 좌석이든 편히 앉을 수 있었고, 윈도라인 아래 짐칸은 넉넉했다. 실내는 XF와 아주 닮은 느낌이었고, 몇 가지 장비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색상 변화 LED 스트립램프는 어두울 때 상쾌한 실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밖에도 최신장비 인커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를 고를 수 있다. 12.3인치 스크린과 처리능력은 XE 및 XF보다 분명히 앞섰다. 적응형 LCD 계기들도 또 다른 하이테크 장비. 내비게이션 맵을 10.0인치 비너클 스크린에 가득 채웠다. 하지만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의 눈부신 그래픽을 따를 수는 없었다.

이미지 4

F-페이스는 노멀(Normal), 다이내믹(Dynamic)과 에코(Eco) 모드를 갖췄다. 적응형 노면 반응(ASR)은 미끄러운 노면을 요리하고, 완전신형 '커스텀' 모드는 스티어링, 댐핑과 파워트레인 반응을 드라이버의 취향에 따라 조절했다. V6 S 버전은 대등한 F-타입의 컬컬하고 타닥거리는 액티브 스포츠 배기관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엔진 사운드트랙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전지형 주행조절장치 ASPC와 저그립 출발 모드 LGL 모드는 빙판과 눈길을 차분히 소화했다. 그러나 심지어 한층 격렬한 모드에서도 F-페이스는 힘들이지 않고 매끈하게 달렸다. 휠 스핀을 어렵잖게 피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러 휠 스핀을 일으켜도 앞뒤 어느 액슬도 과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드라이브 시스템이 앞뒤 토크를 조절하기 때문이었다.

눈길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는 실내가 얼마나 조용한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한데 일단 속도를 올리자 바람소리, 섀시와 노면 소음을 잘 처리했다. 저속에서 깊은 바퀴자국과 범프를 통과할 때는 동급 평균보다 승차감이 거칠었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자 훨씬 나긋하게 빠져나갔다. 피칭, 머리 흔들림과 전방위 보디컨트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횡 하중이 크고 요철을 지나갈 때도 섀시는 덩치를 잘 다스렸다. 듬직하고 충실한 스티어링은 노면 충격을 알맞게 걸러내어 앞 액슬의 실력을 알려줬다. 고속에서 중심을 약간만 벗어나도 단호하게 안정되게 차체를 잡아줬고, 코너 입구에서는 예리한 감각을 전달했다. F-페이스는 절묘하게 핸들링 밸런스를 잡았다. 적어도 빙판에서는 정속 코너링의 재규어 세단들보다 안정 지향적이고 발걸음이 확실했다. 게다가 스로틀을 다잡는 코너 정점에서 반응은 절정에 달했다.

이미지 5

그보다 잔잔한 모드에서는 스로틀온 코너링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정확했다. 하지만 다이내믹, 트랙 DSC와 DSC 해제 모드에 들어가자 코너링 자세는 점차 발랄하고 스로틀 조절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DSC 해제 모드에서도 뒤 액슬은 비교적 부드럽게 돌아갔다. F-페이스의 대다수 라이벌은 코너 정점을 강공하다가 눈 둔덕에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이 컸다. 그러나 재규어는 혈통을 자랑하며 최고의 제어력을 과시했다. 더구나 이처럼 덩치가 큰 차여서 한층 돋보였다.

우리는 아직 F-페이스의 도로 승차감과 핸들링이 얼마나 탁월한지 가늠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빼어난 안락성과 정숙성을 요구하는 SUV 고객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 아울러 한층 예리한 드라이버에게 더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F-페이스가 진정으로 마칸, 고급버전 X3과 SQ5의 고객을 유혹하려 한다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우리가 시승한 슈퍼차저 휘발유 V6과 대등한 대량판매용 디젤 엔진이 있어야 한다. V6 디젤을 잠시 몰아본 결과 상당한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 인제니움은 여전히 증명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재규어는 핸들링과 운전 성능을 철저히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방위적으로 철저히 F-페이스를 다듬어낸다면 탁월한 작품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인 재규어로 회사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동급의 새로운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이미지 6

맷 샌더스(Matt Saunders)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차 시승기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