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기고, 잘 놀며 똑똑하기까지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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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TT의 등장은 1998년.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의 디자인 총책 피터 슈라이어의 작품이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2세대는 성능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 예쁜 차에서 성능까지 괜찮은 차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2014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3세대 TT를 만났다. 겉모습이야 수많은 취재진들 어깨 너머로 볼 수 있었지만,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버추얼 콕핏’ 이었다. 아우디에서는 여러 대의 TT를 준비했지만, 엄청난 인기 때문에 실내에 앉아보기 위해서는 길게 줄을 선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각 나라 미디어끼리 싸움까지 날 지경이었다. “빨리 나오지 않고 뭐하냐”라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나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스위스에서 보고 거의 1년 반 만이다. 정열적인 레드 컬러의 TT다. 요즘 수입차 메이커들은 세계무대에 신차를 공개하자마자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 들여온다. 독일 메이커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시장인 것. “그런데 넌 왜 늦은 거야?”
날렵해졌다. 아우디 스포츠카의 핵심 R8의 영향이 크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싱글프레임 그릴과 보닛 디자인, 헤드램프의 조화는 TT의 하이라이트. 특히, 헤드램프는 LED가 기본이며, 상위모델인 TTS의 경우 매트릭스 LED다. 매트릭스 LED는 25개의 고광도 LED 램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시야를 더 밝게 해준다. 또한, 마주오는 차, 앞에서 달리고 있는 차 등을 동시에 여덟 대까지 감지해 운전자 시야나 보행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똑똑한 놈이다. 데이타임 라이트도 날카롭게 디자인했다. 아우디의 포링은 그릴에서 보닛으로 이동시켜 당찬 포부를 드러낸다.
후면부에는 과거 1세대와 2세대의 향수가 제법 남아있다. 머플러는 1세대처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테일램프는 2세대와 비슷하지만 데이타임 라이트와 비슷한 그래픽으로 샤프한 모습을 연출한다. 특히, 평상시 잠자고 있는 스포일러 하단에는 좌우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브레이크등이 새롭게 자리했다. 3세대 디자인을 이렇게 잘 뽑아냈으니, 4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디자이너는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내의 경우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심플.’ 요즘 어느 자동차를 봐도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자리하기 마련이지만, TT는 계기반에 모든 정보를 옮겨 놓았다. 계기반은 12.3인치. 소형 스포츠카에서 12.3인치는 꽤나 크게 느껴진다. 계기반은 크게 두 가지 모드. 속도계와 분당회전수를 좌우로 배치하고 가운데 내비게이션 등의 부가정보를 띄우는 클래식 모드, 부가정보 등을 크게 띄우고 기본 운행정보를 작게 표시하는 인포테인먼트 모드로 나뉜다.
‘허전’이라는 단어가 ‘심플’ 이라는 단어로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섯 개로 이루어진 송풍구를 본 순간 ‘이건 심플이다.’ 중앙에 세 개, 운전석과 동승석에 각 한 개씩 총 다섯 개의 송풍구는 중앙에 LCD창을 넣어 공조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며 컨트롤러 역할까지 한다. 참고로, 운전석과 동승석에 마련된 송풍구 중앙은 좌석열선 컨트롤러.
TT의 2.0리터 엔진은 터보차저를 품고 있다. TT에는 1세대부터 터보가 올라갔으니 특별한 건 아니다. 다만, 2세대 모델보다 9마력 높아진 220마력이다. TTS는 293마력이니 제대로 달리고 싶다면 당연히 TTS다. 요즘 220마력이라는 수치로 유난을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차체 밸런스와 잘 만져진 하체가 결합한다면 수치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 준다. TT가 딱 그런 차다. 드라이브 모드는 효율,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등 총 네 가지. 그 외에도 개별 설정을 통해 운전자 취향대로 바꿀 수 있다. 특히, ‘효율’을 선택하면 가속페달 반응도 한 박자 늦고 연료효율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1일에 ‘효율’ 모드를 켜야만하는 이유 따위는 없다.
시동을 걸자마자 다이내믹으로 설정. “오호라….” 배기사운드부터 화끈하게 바뀐다. 나긋나긋했던 음색이 확연히 두터워진다. 기계에서 나오는 음색이 아닌 인공적인 사운드를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지만,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속 120km를 넘어서자 잠자고 있던 스포일러가 기지개를 켠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최고속도는 시속 110km니까 과속을 하지 않는 이상, 스포일러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따로 스포일러 깨우는 버튼을 마련했나보다. 엔진회전수가 올라감에 따라 시원스러운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6단 S트로닉은 엄청난 속도로 변속을 이어나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면 레브 매칭을 하면서 시프트다운을 하게 되는데 감성적인 만족감이 꽤 크다. 속도가 시속 80km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밟을 마음이 없는 걸로 간주, 다시 숙면 모드로 진입한다. 35.7kg·m의 최대토크는 1천600rpm부터 4천400rpm까지 이어진다. 220마력은 4천500rpm에서 나오는 세팅. 어지간한 속도에서도 주저하거나 버벅거리지 않는다. 0→시속 100km 가속은 5.6초.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지만, 중·고속에서 훨씬 재미있는 차가 TT다. 특히, 산길을 달릴 때에는 어지간한 운전실력이라도 맘 놓고 운전대를 돌려도 될 정도. 단단한 하체와 네바퀴굴림 콰트로가 어울려 웬만해서는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다.
차체만 밀려나지 않는 건 아니다. S스포츠 시트는 과격한 코너링 시 몸 전체를 꽉 잡아준다. 정체구간에서는 다이내믹 모드를 꺼야겠다.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면 어지간해서 내려오질 않는다. 시프트업을 최대한 미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짧은 정체구간이라면 언제든지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다이내믹 모드는 도로사정이 허락할 때만 사용하자. 정체 시엔 ‘효율’ 모드가 좋겠지?
460만 원 내려간 가격으로 판매하는 3세대 TT. 그래도 5천만 원 중반이다. 하지만 진화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만큼 안팎으로 바뀐 디자인은 매력 그 자체다. 또한, 비슷한 가격대에 이토록 잘 생긴 네바퀴굴림 스포츠카를 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스포츠카다. 디자인 예쁜 스포티카에서 화끈하게 놀 줄 아는 스포츠카, 더군다나 천방지축 이리저리 날뛰는 게 아닌 똑똑하게 다스릴 줄 아는 스마트해진 스포츠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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