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아우디 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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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력을 발휘하는 네바퀴굴림 콤팩트 스포츠 세단 아우디 S3은 마음껏 휘두르며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동차다.
아우디 S3을 간단히 소개하면, 엑센트와 아반떼 중간 크기의 작은 몸집에 300마력 엔진, 듀얼클러치 변속기, 네바퀴굴림, 가변 댐퍼를 갖춘 자동차다.
가격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6천280만원. 원래 6천350만원이었는데, 정부가 올해 말까지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키로 함에 따라 조금이나마 저렴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A4 최상급 모델보다 460만원 비싸고, A6 엔트리 모델보다도 100만원 더 비싸다. A3 세단 25 TDI보다는 2천670만원이나 비싸다.
기본형 A6의 값으로 '빠른 A3'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은 십중팔구 같은 값이면 큰 차보다는 작고 민첩한 차를 고르는 열성분자다. 일반 소비자와는 전혀 다른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S3의 가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만약 S3이 차 크기에 비해 비싸게 느껴진다면, S3은 당신을 위한 자동차가 아닌 것이다.
S3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모델은 어느덧 3세대. 해외시장에는 세단 외에 3도어 해치백, 5도어 스포트백, 카브리올레도 있지만, 국내에는 세단만 판매된다.
아우디 S 모델은 모델명이 A로 시작하는 일반 모델과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는 RS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막내 A1부터 플래그십 A8까지 모든 라인업에 배치되어 있다. S1이 국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썬 S3이 국내에서 S 라인업의 막내다.
S3은 일반 A3 세단보다 25mm 낮은 자세, 금속 느낌이 도드라진 라디에이터 그릴, 알루미늄 재질의 도어 미러, 19인치 휠, 4개의 테일 파이프, 트렁크 리드 스포일러 등으로 차별된다. LED 헤드램프도 S3만의 아이템. 독일제 고성능 콤팩트 카답게 힘이 응축된 다부진 인상이다.
실내는 익숙한 전경. A3 세단과 비교해 아랫부분이 평평한 D컷 스티어링 휠, S3 로고를 음각으로 새겨 넣은 프런트 시트 등 소극적인 차별화에 머문다. S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인상은 다소 부족하다. 특히 뻣뻣한 가죽은 실망스럽다. S 모델의 상징과도 같은 다이아몬드 스티치로 멋을 낸 헤드레스트 일체형 나파 가죽 'S 스포츠 시트'가 빠진 것도 아쉽다. 하지만 S 스포츠 시트는 수동 조절만 가능하니, 전동식 시트로 편의성을 챙겼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자.
깔끔하고 빈틈없는 솜씨로 마무리한 실내에선 아우디의 장기(長技)가 여실히 드러난다. 여타 아우디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도금 부품들의 만듦새가 뛰어나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점잖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중년층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뒷자리는 타이트하지만 발밑이나 무릎 주변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어깨 높이부턴 압박감이 조금 느껴진다. 트렁크 공간은 390L로 폭스바겐 골프보다 약간 넓은 수준이다. 아우디코리아 웹사이트에는 425L로 소개되어 있지만, 이것은 앞바퀴굴림 A3 세단의 용량으로 틀린 정보다. 60/40으로 분할되는 리어 시트를 모두 접으면 880L까지 확장된다.
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니 만큼 대단한 편의장비를 갖추진 않았지만, 좌우 독립식 에어컨이나 앞좌석 열선 시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기본적인 장비는 충실히 갖추고 있다. 오디오는 14개 스피커로 구성된 뱅앤올룹슨의 705W 시스템이다.
엔진은 폭스바겐 그룹의 친숙한 EA888 2.0 TFSI. 골프 GTI에도 들어가는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유닛이지만, S3의 것은 연료분사장치, 피스톤, 커넥팅로드, 밸런스샤프트, 가변밸브타이밍기구, 냉각장치, 배기 매니폴드 등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거나 개선한 버전이다.
그 결과, 출력과 토크가 각각 292마력과 38.8kg·m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TT 콰트로 스포츠 콘셉트가 같은 엔진으로 420마력까지 뽑아낸 것을 보면, EA888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진은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S 트로닉'을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S3의 콰트로 시스템은 가로배치 엔진용 할덱스 방식. 앞바퀴에 동력을 우선적으로 보내고, 앞쪽의 트랙션이 부족하면 전자제어 다판 클러치를 통해 뒷바퀴로 동력을 배분한다.
낮은 회전영역에서는 터보 래그가 다소 느껴지지만, 일단 터빈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 없이 움직인다. 뒤에서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은 화끈한 가속은 아니다. 1.6톤에 육박하는 몸무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는 적절하고 쓰기 쉬운 힘을 배출하는 엔진 고유의 캐릭터로 보인다.
S 트로닉은 기본적으로 아우디 버전 DSG이며, 빠르고 절도 있는 작동감도 DSG와 같다. 가속을 중시한 세팅으로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계는 2,300rpm을 가리킨다. 고속으로 항속하는 것보다는 엔진과 변속기의 기질을 살려 실용 영역에서 잠깐씩 치고 나갈 때의 경쾌하고 순발력 있는 움직임이 좋다.
엔진이 내는 소리는 기억에 남을 만큼 독특하진 않지만, 터빈의 호흡 소리와 묵직한 배기음, 시프트 업 할 때마다 펑펑 터지는 축포를 들으면 기분이 고조된다. 창문을 열고 달리면 터빈이 돌아가는 매력적인 작동음이 한층 또렷하게 들린다.
주행모드(드라이브 셀렉트)는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개별 등 네 가지. 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댐퍼, 스티어링 세팅이 바뀌고,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리 크기도 달라진다.
자세안정장치(ESC)는 활성화, 스포츠, 비활성화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ESC 버튼을 누르면 트랙션컨트롤이 해제된 스포츠 모드가 되고,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ESC가 비활성화 된다. ESC 스포츠 상태에선 론치컨트롤 기능을 쓸 수 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4,000rpm에 고정되고,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네바퀴굴림 차 특유의 로켓 스타트가 가능하다.
전자제어 가변 댐퍼 '마그네틱 라이드'는 노면이 좋은 곳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하지만, 요철이 있는 곳에서는 침착성을 잃고 만다. 일정 수준까진 온화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범위를 벗어나면 가차 없이 뾰족한 충격을 전달한다. 다리가 노면의 굴곡을 따라 위아래로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파장이 짧거나 높낮이가 큰 요철에서는 스트로크가 짧게 느껴지고, 바퀴를 지면에 제대로 눌러준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간혹 제대로 접지하지 못해 스티어링이나 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변 댐퍼지만 감쇠력 조절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그 어떤 주행모드에서도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독일에서 마그네틱 라이드는 980유로(약 130만원)짜리 선택품목이다. 기본 사양은 재래식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 이쪽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코너에서의 서스펜션 움직임은 좋다. 타이트한 코너를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평형을 유지하려는 끈기가 있고, 자세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언더스티어가 얼굴을 내밀기는 하지만, 빠르고 그립이 뛰어나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조종이 즐거운 자동차다.
스티어링 휠의 총 회전수(로크 투 로크)는 2.1회전으로 예민한 편. 잽싼 핸들링에 비해 스티어링은 심심하다. 정확하긴 한데, 노면의 느낌이 거의 전해지지 않아서 생동감이 없고 멍한 느낌이다. 특히, 중속 코너에서 센터 부근의 모호함이 거슬린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스티어링이 확 무거워진다. 정확성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다소 부자연스럽다. 스티어링 감각은 자동 모드에서 가장 좋다. 승차감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의 장점만을 모아둔 느낌으로, 속도와 스티어링에 따라 응답성을 알아서 바꿔준다. 승차감 모드에선 스로틀 반응이 확연히 무뎌지지만, 시가지 주행에서는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선호하는 세팅을 조합해 개별 모드에 저장해두면 편리하다.
아우디 S3은 유능한 파워트레인과 안정적인 트랙션 덕분에 일상주행은 물론, 코너에서도 빠른 속도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차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비단 디자인뿐만 아니라 주행감각을 포함해 모든 면이 세련되고 잘 정돈된, 작지만 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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