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BMW i8 (Final) : BMW i3가 가져온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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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3를 타는 1년 반 동안 필자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난삼아 시작했던 충전기 공유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일이 커져 이젠 본격적인 사업이 되었고, 이 때문에 최근 독일로 날아가 BMW 본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BMW 박물관에서 i3의 원조인 E1을 만난 것도 뜻 깊다. 그동안 i3 롱텀에 관심을 가져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필자가 BMW i3를 구입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물론 호기심 하나만으로 덜컥 차를 살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닌데, 구입 전에 계산해보니 유류비 대신 할부금을 내면 별로 손해볼 게 없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롱텀 마지막회를 쓰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필자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전기차를 타면서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것에 대해 오지랖 넓게 관여하다보니 장난삼아 시작하게 된 충전기 공유가 이제 본격적인 사업이 되어버렸고, 그 사업으로 인해 최근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i3의 할아버지뻘 E1 전기차를 만나다
독일 방문은 BMW 및 독일의 충전 사업자 및 전기차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위한 것으로, 첫 번째 미팅 상대인 허브젝트(Hubject)는 충전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독일의 신생 벤처 기업이다. 필자는 구경꾼 자격으로 참가한 터여서 진지함보다는 새로운 호기심과 구경거리에 더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치밀한 미팅 준비와 진지함에 끌려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가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유럽에 있는 70개의 충전 인프라 회사를 연동하는 로밍 시스템을 구축, 1개의 회원카드로 모든 충전 사업자의 충전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따로, 기타 충전 회사 따로, 그리고 뭐가 뭔지도 모르는 충전기까지 있을 정도로 충전 인프라가 제각각인데, 역시 독일은 우리보다 몇 년은 앞서 나가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하루를 묵은 후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뮌헨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달려간 곳은 BMW 박물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에 있는 Z1이었다. 웬만한 BMW는 한국에서도 직접 봤는데 Z1의 실물은 처음 봤다. 그 옆에 BMW i8의 컨셉트카였던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컨셉트카임에도 현재 양산되는 i8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필자가 예전에 좋아했던 M3(E30)도 만났다. 실키식스 대신 고성능 4기통 2.3/2.5L 엔진을 얹은 80년대 말~90년대 초 최고의 퍼포먼스 카 중 하나로, 당시에는 레이스 전용 엔진을 얹어 꽤 인기가 높았다.
한 층을 더 올라가자 50년대 중반에 나온 전설적인 로드스터 507이 눈에 확 들어온다. 미국 수출을 위해 개발한 로드스터인데 워낙 값이 비싸 252대만 생산된 모델이다. 그저 멋진 50년대 BMW 로드스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박물관의 설명을 읽어보니 이 차로 인해 BMW의 손실이 꽤 컸던 모양이다.
제일 위층으로 가자 이제 볼만한 게 거의 끝났나 싶었는데 전시장 중간에 아주 촌스러운 녹색 차가 있다. 이게 뭘까 하고 자세히 봤더니, 1991년에 만들었다는 E1 전기차였다. GM이 90년대 후반 전기차 EV1을 내놓은 건 알고 있었지만 BMW가 90년대 초에 이런 차를 내놓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설명을 읽어보니 BMW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했고, E1 역시 이런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갑자기 관심이 생겨 일행의 대열에서 떨어져 혼자 전시대 위에 있는 차를 이것저것 만져보고(만지지 말라고 적혀 있었음), 실내 사진도 찍고, 앞쪽 그릴 한쪽을 열어 110V로 되어 있는 충전 코드도 꺼내 만져보고 있었는데 한 독일인이 다가와 독일어로 뭐라고 떠들었다. 폼을 보니 BMW 박물관 직원인 듯하다. 이미 볼 걸 다 봤기에 잽싸게 내려놓고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독일에도 충전기 케이블 도둑이 있는 듯
BMW 박물관 건너편에는 출고장 겸 신차 전시장이 있었는데 규모가 크고 내용이 알찼다. BMW 차를 이곳에서 출고하면 기쁨이 더욱 커지리라. 출고장을 둘러본 후 나오는데 입구에 전기차 셰어링을 하는 드라이브 나우(Drive Now)가 보였다. 회원 가입을 해서 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구경만 하는데, 충전 중인 차의 케이블이 트렁크에 묶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뭔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케이블을 훔쳐가지 못하게 묶어서 트렁크에 연결시켜 놓은 것이었다. 독일에도 도둑이 있구나. 하긴 얼마 전에 i3를 타는 친구 한 명은 밤새 비상용 충전기로 충전을 한 뒤 아침에 나와 보니 충전기가 없어진 일이 있었다고 했다. 도대체 커넥터를 어떻게 빼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 일이 이곳 독일에서도 일어나나 보다. BMW 전시장에는 독일에서 보급되는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디자인이나 크기 면에서 국내에 보급된 충전기가 더 좋아 보였다.
마지막 날, BMW 본사를 방문했더니 재미있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BMW i3에서 떼어낸 배터리를 가정용 ESS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BMW는 전기차를 파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부품 재활용 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200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팩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떼어낸 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야말로 호기심에 BMW i3를 사서 충전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독일 BMW 본사까지 방문하는 등 i3를 타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i3의 원조인 E1을 직접 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i3로 인해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생길지……. 지난 1년 6개월 동안 i3 롱텀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되어 좀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살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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