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자동차생활 롱텀, BMW i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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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바뀐 규정에도 에코랠리는 큰 혼란 없이 잘 진행되었고, 몇 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의 수가 많진 않았지만 기량 면에서는 최고였으며, 특히 몇몇 사람들은 에코랠리 전문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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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변경된 랠리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순위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출발과 함께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출발한 지 1시간쯤 되었을까? 마지막 차량이 아직 출발하기 전인데 처음 출발했던 레이 EV가 돌아오고 있었다. 지난호에서 말했듯이 레이 EV의 경우 다른 전기차보다 주행가능 거리가 짧아 별도의 짧은 코스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보급된 레이 대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전기차 중 레이 EV의 수가 가장 많았다. 알고 보니 에코랠리 전문가(?)들이 다른 지역에서 레이 EV를 렌트해 참가한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리프도 닛산에서 홍보차원으로 참가했는데, 일반 참가가 아니어서 별도 시상은 하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모든 참가차들이 도착했고 기록을 정리한 후 우승자를 뽑았다. 이 과정이 오래 지체되면 집에 가버리는 사람이 생기는 등 어수선해질 수 있어 신속하게 순위 판정을 해야 했다. 다행히 행사를 진행해본 경험자들이 많았고 참가자들의 수 또한 적어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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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일이 한 번 일어날 뻔하기도 했다. 기록을 담당했던 오피셜이 기록지를 테이블에 두고 참가차를 확인하러 갔는데, 이게 없어지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다행히도 10분 만에 버리려고 모아둔 서류 뭉치 속에서 기록지를 찾아 원활하게 순위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원래 랠리에서는 이런 일을 막으려고 운전자에게 시간이 기록된 기록지를 주고, 코스의 주요 포인트에 도착할 때에도 각각 기록을 해두는데, 이번 행사는 목표점을 찍고 오는 단순한 코스여서 포인트별로 기록을 하지 않았고 운전자 기록지에도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반드시 운전자 기록지를 별도로 관리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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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사람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레이 EV와 SM3 Z.E.는 비교적 무난하게 기록이 나왔고, 우승자를 확인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1위와 2위의 기록 차이도 크기 않아 크게 문제될 사항은 없었다. 다만 쏘울 EV를 몬 한 참가자의 주행거리가 다른 이들보다 10km 이상 더 나온 것이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운전자가 경기 규정이 배터리 사용량 대비 주행거리라고 되어 있어 주행거리가 길더라도 배터리 소모량이 적은 것이 유리하겠다는 판단으로 내비게이션에 일부러 거리가 더 나오더라도 안 막히는 길을 선택해 멀리 돌아왔다고 했다. 경기 규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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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3를 몰았던 한 운전자의 기록은 주행거리가 짧은데도 다른 운전자보다 월등하게 효율이 좋아 조작이 의심되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음만 먹으면 반포대교를 가는 길에 동작역 급속 충전기에서 충전을 할 수도 있었기에 정확하게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필자가 i3를 가장 많이 타본 전문가이니 운전자에게 직접 확인해 달라는 심사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i3 운전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한 후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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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너무 좋아서 그러는데 i리모트 앱 사용하시죠?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보여주었다. i리모트 앱의 통계자료에서는 최종 주행한(마지막 시동을 걸고 주행한) 거리 및 에너지 소모량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해보니 최종 주행거리가 15km로 운전자가 설명한 반포대교 남단에서 도착지까지의 거리와 동일했다. 전력소비가 100km 주행시 10.7kWh이니 15km에는 1.07×1.5=1.65kWh가 되고, 재생 에너지가 100km 주행시 3kWh이므로 실제 배터리 전력 사용량은 10.7-3.0=7.7kWh로, 15km를 주행하는 동안에는 0.77×1.5=1.155kWh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량의 총 주행거리가 32.8km이므로 배터리 사용량을 계산해보면 30km 주행일 경우 1.155×2=2.31kWh가 되고, 33km로 계산하면 대략 2.5kWh쯤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차의 기록표를 보면 배터리 충전량 상태 확인이 86에서 76으로 10%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i3 배터리가 21.3kWh이므로 10%이면 약 2.13kWh인데 추정 사용량이 2.5kWh이므로 10% 정도의 오차가 있긴 하지만 주행 완료 후 시동을 끄기 전 배터리 양과 시동을 끄고 10분쯤 지나서 다시 시동을 걸 때의 배터리 양이 보통 2~3%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오차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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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다. 랠리 코스에는 내리막이 거의 없었는데 회생 제동량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운전자에게 운전 습관을 물어보았더니 “회생 제동을 할 때 계기판을 보면서 액셀 페달을 살짝 밟아주면 더 많이 충전된다”고 했다. i3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회생 제동을 한다. 주행 중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회생 제동이 되면서 계기판에 충전 중임을 알리는 CHARGE가 표시된다. 바로 이때 살짝 액셀 페달을 밟아서 CHARGE와 ePOWER 중간쯤을 유지하면 감속은 덜해지면서 타력 주행 비슷하게 주행을 하게 된다는 게 운전자의 설명이었다. 해박한 지식에 운전자가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가 싶어 직업을 물었더니, 시원스런 목소리로 경찰이라고 대답했다. 의정부에서 아산 경찰 교육원까지 충전 없이 한번에 출근한다고. 10분 가까이 경찰관에게 혹시 기록을 속이지 않았는지 꼬치꼬치 물었으니, 속으로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경찰관 아저씨,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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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영석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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