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BMW i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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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기차 에코랠리를 서울에서 개최하는데 참가할 생각이 있냐며……. 오래 전 프로레이싱팀을 할 때 북한 금강산을 달리는 랠리에 참가해본 적이 있어 오랜만에 랠리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참가했는데 덜컥 경기 운영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모터스포츠 프로모터를 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서울시에서 전기차 에코랠리를 진행하는데, 참가자를 모아야 되니 홍보도 해주고 직접 참가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제주도에서 비슷한 행사를 했다는 것은 들어보았는데 서울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나보다 생각하며 웹사이트(www.korearally.com)를 들어가 보았다. 대략 코스를 보니 서울 상암동에서 잠실을 거쳐 강동대교를 돌아오는 약 70km의 코스였다. 순위는 연비가 가장 좋은 순으로 정하는데, 차종별로 클래스를 나눴다고 했다.
주말인 토요일에 이 코스를 달리려면 오후 시간부터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출발 순서별로 시간 구성이 어떻게 되나? 참가 인원의 배치와 문제점은? 문득 15년쯤 전엔가 북한 금강산을 다녀오는 랠리에 참가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필자는 프로레이싱팀을 맡아서 각종 경기에 참가하거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었다. 행사 시작이 오전 9시이기에 진행자들과 인사도 나눌 겸 8시쯤 일찌감치 도착했다.
충전량 확인과 레이의 짧은 주행거리가 문제
운영본부를 가보니 아는 사람이 참 많았다. 전기차 협회장인 김필수 교수를 비롯해서 튜닝협회 허정철 사무총장, 그 밖에 행사 진행을 맡은 많은 분들이 몇 년 만에 만났다며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먼저 경기 규정에 따라 모든 차량의 현재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는데, 차종마다 배터리 표시 방식이 달라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BMW i3의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km와 계기판의 막대그래프로 표시되고, 이를 %로 알아보려면 스마트폰의 i remote 앱으로만 가능하다. 이러한 혼란 때문에 참가차를 모두 급속충전기에 연결해 표시되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충전량이 83%가 넘을 경우에는 정확하게 표시가 되지 않았다. 기아 쏘울 EV의 경우 계기판에 %가 나오기는 하는데, 이 역시 모든 차량에 공평한 잣대를 대기 위해 모두 급속충전기에 연결해서 확인하다보니 노을공원 공영주차장에 단 한 개 있는 충전기 앞에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때 딱 받은 느낌이 ‘아, 이 경기 제 시간에 진행되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것. 그런 와중에 기아 레이 EV 운전자 몇 명이 경기 코스가 너무 길어 완주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항의했다. 이야기인즉슨 레이 EV는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가 약 80km 정도인데, 이미 각자의 집에서 상암동 출발지점까지 오느라 10~20km를 썼다는 것이다. 급속충전기로 충전해본들 충전량이 80% 정도라서 실제 주행가능 거리는 70km 안팎이라는 것. 경기 전체 코스가 레이 EV의 주행가능 거리와 거의 같아서 여유가 없는데다, 혹시 차가 막히거나 변동사항이 생기면 차가 도로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대치동에서 온 한 참가자는 이런 사항을 고려해서 차를 완충시켜 레카 차량을 불러서 실어왔다고 했다.
주최 측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고, 그나마 전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 중 랠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며 필자를 옆으로 오라기에 몇 마디 거들다가 졸지에 경기 운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울시에서도 과장 및 정책관들이 행사장에 나왔고 2016년에는 서울-평창 랠리 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터라 오늘의 시범 행사가 잘 진행되어야 한다기에 어쩔 수 없이 시합 참가를 포기하고 운영을 도와주기로 했다.
당장 급한 건 레이 EV의 주행가능 거리에 따른 코스 문제 해결과 참가차의 충전량 확인 시간의 단축이었다. 원래의 랠리 경기처럼 몇 분 간격으로 차를 출발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였고 경기 완료도 차가 막히는 오후 2시 이전에 끝내야 했기에 경기 규정을 완전히 변경하기로 했다. 우선 레이 EV의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짧으니 목표지점을 국회의사당 북문으로 정하고 나머지 차량은 한강둔치 반포에 있는 주차장 입구로 정해서, 해당 지점에 가서 인증샷을 찍어오는 것으로 했다. 출발시간 역시 준비가 되는 대로 앞뒤 차와 간격 없이 알아서 출발하고, 코스 역시 운전자가 알아서 검색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순위는 연비 값인 km/Kw를 1순위로 했고,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주행거리가 짧은 순으로(연비를 좋게 하려고 일부러 고속도로를 돌았다가 오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정했다. 그래도 동점이 나오면 완주시간이 가장 짧은 사람을 우선하기로 했다.
이렇게 필자의 주도로 규정을 정하고 나니, 이를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드라이버 미팅까지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라이버 미팅이라. 2000년도인가, 대학생 자작차 대회 때 해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다행히도 대회 참가자 분들은 이해력이 높고 전기차를 잘 아는 이들이라 급하게 변경된 규정에 대해 양해를 해주었고, 드라이버 미팅 중 공지사항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스마트폰으로 최적 코스를 검색하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
규정 변경 등 이런저런 이유로 예정보다 1시간 늦어진 오전 10시. 드디어 첫차가 출발했다. 앞차와의 간격 없이 충전기에서 충전량이 확인된 차량이 잇따라 출발하는 방식이었다. 참가팀은 2인 1조로 구성된 총 26팀, 차종은 BMW i3, 기아 레이 EV, 쏘울 EV, 르노삼성 SM3 Z.E.가 주를 이루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닛산 리프도 시범 경기 클래스를 별도로 만들어서 참가했다. 아마도 차량 홍보를 위해서 딜러에서 온 것 같았는데, 다양한 전기차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테슬라도 1대 왔지만 별도 클래스를 만들 수 없어 구경만 해야 했다.
2인 1조 구성에 토요일에 열리는 경기이다보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으며 개중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팀도 있었다. 제법 날씨가 쌀쌀했던 탓에 모든 운전자 및 참가자들은 두꺼운 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차 안에는 담요가 있었다. 히터를 틀면 주행가능 거리가 너무 빨리 줄기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 담요를 덮고 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과연 이처럼 우왕좌왕 시작된 랠리는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진행과정과 결과는 다음호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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