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BMW i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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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에 집착하면서 전기차 인프라를 늘릴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집에 있는 충전기를 나눠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했는데, 예전 카셰어링 서비스를 함께 개발했던 회사와 지자체, 충전기 회사 등의 지원으로 얼떨결에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를 본격적으로 설립하기도 전에 덜컥 전기차 관련 전시회에 참가했다.
필자는 전기차를 타면서 충전 문제가 가장 심각했는데, 아마도 이 문제는 모든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환경부도 충전기를 속속 설치하고 지자체에서도 뭔가 해보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실제 전기차 이용자들의 피부에 와 닿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계도 있을 듯하다. 당장 환경부만 해도 급속충전기를 유료화하겠다고 하니 전기차 소유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그렇다고 계속 무료로 제공하려니 민간 충전 회사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이유들이 꼬리를 물어 충전 인프라 확장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충전기를 나눠 쓰면 어떨까?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매번 만나는 사람들도 전기차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특히 내년부터는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출시하고 한국GM도 신형 볼트(Bolt EV)를 검토 중이며 테슬라 역시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나 이들 모두의 고민은 바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다.
필자 역시 전기차를 타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 중 TV에서 카셰어링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몇 년 전에 카셰어링 시스템을 만들어줬던 회사인데 지금은 국내 1위의 카셰어링 회사가 되어 있었다. 이때 문득 ‘카셰어링처럼 개인용 충전기도 셰어링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퇴근한 후 밤에만 충전하고 낮에는 충전기가 놀고 있으니 낮에 누가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전기차 타는 사람들은 누구나 충전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테니 공유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당장 전기차를 타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더니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국내에서 가장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어 있는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 회사에 의견을 구했더니, 비슷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 개발에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고 수익성을 내기 어려워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하긴, 가정용 충전기를 하루 종일 쓴다고 해도 실제 사용금액은 얼마 되지 않아 공유 시스템을 구성하더라도 운영회사의 수익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아이디어를 낸 것이니 공부하는 차원에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비슷한 방식을 막 시작한 업체들이 몇 개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충전기를 자기가 소유한 공간에 직접 설치하고 유료화하는 시스템으로, 충전요금을 주인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인기가 좋은 지역이라면 요금을 더 받고 그렇지 않다면 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국내에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도대체 몇 개의 충전기가 있을까? 민간 보급 사업이 진행된 서울과 제주 등에서의 숫자는 집계가 되지만 2013년 이전에 관공서 중심으로 보급된 것은 대수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전기차 셰어링 업체 역시 나름대로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우연찮게 여의도 IFC 몰을 방문했더니 이러한 충전기가 있었다. 딱히 물어볼 곳도 없는 데다 사용금지라는 표지도 없고 실제로 작동될까 궁금하기도 해 충전을 해봤더니 작동이 잘 되었다.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별도의 비용을 들여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보다 그냥 개방해놓는 것이 효율적이라 이렇게 내버려둔 것 같았다. 당분간은 이렇게 공개를 해도 되겠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려나?
짬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조사를 하다 보니 웬만큼 분석 자료가 완성되었고, 이걸 어디에 사용해볼까 고민하던 중 전기차 관련 정부 개발 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제안을 했다. 충전기를 확대하고 운영하는 시스템 개발에 대한 정부 개발 사업이었는데, 나름 아이디어가 기발하다고 생각되었던지 개발 자금을 일부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시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함께 제안했던 서버 시스템 개발사와 의기투합해서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전기와의 연동이 가장 큰 문제인데, BMW 코리아 측에 요청했더니 충전기 제조사를 적극 소개해주었다. 더불어 BMW 코리아는 이런 시스템을 진짜로 구현하게 된다면 전기차 충전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최대한 업무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현재까지 발생한 충전기 인프라 문제나 개선사항, 향후 전망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공유해주었다.
전시회 참가해 많은 의견 나눠
충전기 회사와 회의를 통해 시스템 구현에 대한 구상이 끝나갈 무렵, 10월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기차 관련 전시회에 함께 참가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현재 회사 업무와는 좀 차이 나는 부분이 많고 시스템 개발 파트너사와 같이 진행하는 신규 사업이라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부랴부랴 전시회를 준비했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제안받은 일인 데다 다른 업무 때문에 가장 바쁜 때여서 전시회를 제대로 준비할 여유가 없었는데, 고맙게도 충전기 회사에서 알아서 다 해주었다. 필자가 준비한 것이라곤 회사 이름과 서비스명을 만드는 게 거의 전부였다. 서비스명은 ‘망’과 ‘Go’를 조합한 ‘망고’로, ‘풍족한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로 전기차를 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러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며칠간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나름 반응이 좋았다. 필자는 이름 짓는 데 재주가 없는데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 괜찮은 이름을 하나 건진 듯하다.
막상 전시회 준비를 시작하니 국내 최대 충전 사업자인 포스코 ICT에서도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충전기 유료화 때 충전 포인트를 로밍하는 제휴 사업자로 서비스를 연동해주겠다고 했다. 전시부스 설치에는 BMW와 포스코 ICT의 충전기 공급 회사인 중앙제어가 적극 지원해주었다.
이번 전시회는 전기차 관련 사업 관계자들을 위한 것으로, 국내 충전기 회사 10여 곳과 전기 관련 다양한 회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삼성에서는 BMW i8까지 전시하며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전기차 외에도 전기 오토바이, 자전거, 개인용 이동수단까지 아주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회사 사정상 내부 직원을 차출할 수 없어 직접 3일 동안 전시장에 나가 있었는데 덕분에 자동차생활에 함께 전기차 롱텀 시승기를 쓰고 있는 지오라인의 조성규 대표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 충전기 개발에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이번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전시회의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나름 성과도 있었고, 전기차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의견도 들을 수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사업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셔서 뭔가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폭스바겐 디젤 사건이 터졌을 때여서, 전기차 관련 사업이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디젤차가 단번에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디젤차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 전기차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전시회 마지막 날엔 마침 폭스바겐 디젤 사건으로 국내 최대의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도 방문했다. 사무실이 코엑스 근처라 잠깐 들렀단다. 전기차 관련 사업이 새로운 사업인데다 가정용 충전기를 공유화하는 데 다양한 법적, 제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하 변호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뜻 고문변호사를 맡아주겠다는 뜻밖의 수확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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