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자동차생활 롱텀, 쏘울 EV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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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낮에 전남 나주에서 업무를 본 후 밤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703km 주행 동안 급속충전 횟수 10회, 급속충전량 149.6kWh, 급속충전 요금 4만6,819원(예상치), 평균소비전력은 4.7km/kWh였다. 겨울이라 더 자주 충전해야 해서 급속충전을 무려 열 번이나 했지만 덕분에 자주 휴게소에 들러 장거리 운행에 대한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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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행가능 거리 또한 제한적이다. 그 동안에는 쏘울 EV를 타고 주로 서울과 근교 지역을 오갔기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간혹 멀리 이동해야 했던 경우도 기껏해야 대전 정도.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충전을 포함해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서울에서 전라남도 나주를 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전기자동차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광주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버스를 이용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015년 10월 서해안고속도로 휴게소에 환경부 예산으로 급속충전기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행이 가져올 피로함이 조금 걱정 되었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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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절은 바야흐로 겨울.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될까 하는 두려운 마음은 없었지만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배터리 전압도 함께 내려간다. 거기다 히터도 틀어야 하니 주행가능 거리가 상당히 줄어든다. 혹자는 겨울철 히터 때문에 주행가능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배터리 전압 강하가 훨씬 많은 영향을 준다. 여러모로 전기자동차에게 겨울은 참 힘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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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정을 한 만큼 하여튼 서울과 나주 왕복을 하루에 이뤄내야 했다. 다행히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움직여서 3명이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면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아침 8시에 서울을 떠나 나주에서 업무를 본 후 다시 서울로 출발해 밤 11시에 도착하는 동안 쏘울 EV로 총 주행거리 703km, 급속충전 횟수 10회, 총 급속충전량 149.6kWh, 총 급속충전 요금 4만6,819원(예상치), 평균소비전력 4.7km/kWh라는 기록을 세웠다. 겨울이라 더 자주 충전해야 했기 때문에 급속충전을 무려 열 번이나 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여섯 번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편도 3회의 충전이라면 일반적으로 장거리를 달릴 때 휴게소를 이용하는 패턴과 큰 차이가 없다. 출발 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 번 충전하고 목적지인 나주의 한국전력에서 한 번 충전을 하면 버리는 시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100%로 충전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한 번 정도 더 충전해야 이동을 마칠 수 있을 듯싶다.

휴게소 자주 들러 피로감 오히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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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 본사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잘 설치되어 있고 여러 대의 전기차가 충전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여러 대의 전기차가 충전기에 연결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선시대 마방에 말을 묶어 놓고 풀을 먹이는 장면이 연상되어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서울과 나주를 왕복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하행일 때와 상행일 때 평균전기소비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 것이다. 하행일 때 소비율은 5.1km/kWh였고 상행일 때는 4.5km/kWh였다. 몇 가지 원인에 대해 심증을 가져봤다. 첫째는 나주에서 올라올 때 비가 왔는데 높은 습도를 머금은 찬 공기가 배터리를 더 냉각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바람이 북쪽에서부터 불어와 공기저항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당일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비를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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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별 문제 없이 급속충전을 할 수 있었는데, 한 곳은 폭설로 내린 눈을 치우면서 급속충전기 앞에 잔뜩 쌓아 놓고 있었다. 급속충전기의 케이블이 그리 길지 않아 쏘울 EV를 충전기 앞쪽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쌓인 눈덩이가 크게 방해됐다. 주변에 별다른 발자국이 없는 것을 보니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은 듯했다. 아직 전기자동차가 많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듯하다. 서울 시내에서 쏘울 EV를 쳐다보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 중일 때에는 주유소 직원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충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급속충전기는 사용 전력량이 매우 많고 값도 비싸기 때문에 어디에 가든 하나씩만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행담도 휴게소에는 급속충전기가 2개 설치되어 있는데, 하행 주차장과 상행 주차장 경계에 각각 1대씩 설치해놓았다. 그래서 낮과 밤이 함께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전기차가 두 대 이상일 때 한 대가 충전 중이면 나머지 차는 기다려야 한다. 이곳의 경우 충전기를 경계의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서 모두 충전할 수 있도록 하면 해결되겠지만 보도블록을 다시 공사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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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국내 전기자동차는 전국에 5,000대 정도 보급되었고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제주도에서 운행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전기차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여 급속충전소의 보급을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충전대기 시간을 줄이는 문제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급속충전 때문에 편도 기준으로 이동시간이 일반 자동차에 비해 1시간씩 더 걸리긴 했지만, 별 탈 없이 700km의 장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를 운행한 덕분에 무료로 급속충전을 할 수 있어 경제적이었고(3월부터는 유료화된다), 충전 때문에 자주 휴게소에 들르다보니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운전 피로를 덜 수 있었다. 쏘울 EV와 함께 하는 동안 가장 긴 거리를 운행한 장거리 일정을 큰 불편 없이 마무리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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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조성규 (전기자동차 인프라 네트워크 연구소장, Geo-Line 대표)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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