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롱텀, 기아 쏘렌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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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장거리 여행을 통해 그간 몰랐던 쏘렌토의 장단점을 더 알게 되었다. 넓은 공간과 리어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은 확실한 장점이지만, 고속 연비는 예상보다 떨어졌다. 렌터카를 이용한 대마도 여행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대마도에서는 경차가 제격이었다.
새차를 뽑은 기념으로 온가족과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과 대마도를 2박 3일간 하루씩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쏘렌토를 타고 내려갔고 대마도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간 몰랐던 쏘렌토의 장단점을 더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거리 여행에서는 확실히 쏘렌토 같은 중형 SUV가 세단보다 더 실용적이다. 공간이 넉넉하고 파노라마 선루프와 널찍한 트렁크까지 있어 여러 명이 장시간 이동하기에 좋았다. 특히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이 빛을 발했다.
단점은 오랜 시간의 운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높고 운전석 시트의 밀착력이 떨어져 빨리 피로해졌다. 리어시트는 단단하지 않아 노면 상태에 따라 등받이와 암레스트가 떨고 승차감도 나빴다. 슬립이 많은 변속기 세팅도 문제였다. 고속에서 급하게 속도를 낼 때 순발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물론 동력이 부드럽게 전달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동승자로부터 구박을 받을 일이 적다는 건 장점이었다.
고속주행에서의 연비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의 승객과 약간의 짐을 싣고 ‘풀 투 풀’ 방식으로 측정한 평균 연비는 12.9km/L. 720km의 거리를 6만2,000원(1L당 1,099원 기준)에 주행한 셈이다. 집에 두고 온 메르세데스 벤츠 E300(W212)이 V6 3.5L 가솔린 엔진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12.0~12.8km/l의 연비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쏘렌토의 고속 실연비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대마도에서는 소형차도 크다
부산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이튿날 배편으로 대마도에 도착했다. 대마도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작은 섬으로 렌터카를 이용한 관광이 보편적이다. 대마도에서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기에 며칠 전 여권과 증명사진을 갖고 면허시험장에서 10분 만에 발급받았다. 비용은 8,500원이 들었다.
대마도에서의 렌트비는 경차 또는 소형차의 경우 24시간에 6,600~9,000엔(7만~10만원), 소형 미니밴은 1만~1만3,000엔(11만~14만원) 정도다. 24시간 초과시에는 1시간이 더해질 때마다 1,500엔(약 1만6,000원)씩 부과된다. 관광객 대부분이 저렴한 경차를 이용하는데, 필자는 부모님을 모시고 간 관계로 ‘5넘버 카’를 빌렸다. 5넘버 카는 500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단 차로서 길이 4,700mm, 너비 1,700mm 미만의 소형차를 뜻한다.
미리 예약해둔 차는 10년 전 출시된 1세대 토요타 파소(PASSO) 1.3L 전륜구동 모델이었다. 북해도 같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을 고려한 사륜구동도 있는데 앞바퀴는 내연기관 엔진이, 뒷바퀴는 전기모터가 굴리는 방식이다. 일본 메이커는 예전부터 대부분의 내수용 경차와 소형차에 이런 방식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위아)는 최근에서야 이와 비슷한 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직 양산차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파소의 운전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작고 가벼워 달리고, 돌고, 멈추는 감각이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어 차를 다루기 편했다.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칼럼에 붙이는 등 좁은 실내를 넓게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다만 대시보드 가운데 튀어나온 수납함은 꽤 유용하지만 왼쪽 무릎이 계속 닿아 자꾸만 거슬렸다. 오랜만에 타보는 4단 자동변속기는 속도를 낼 일이 적은 대마도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필자가 빌린 모델은 닳다 못해 트레드가 거의 사라진 민무늬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만약 대마도에서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차를 빌리기 전에 꼭 타이어 상태를 체크하기 바란다.
대마도에서 운전할 때는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통행 방향이 한국과는 반대라서 엉겁결에 역주행할 수 있으며,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렌터카는 칼럼에 달린 멀티펑션 스위치(와이퍼, 방향지시등)의 위치가 반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일단정지 표지판이 있거나 철길 건널목 앞에서는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지한 다음 출발해야 하며, 한국의 우회전에 해당하는 좌회전은 초록불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자가용으로 위장한 경찰차에게 단속될 수 있는데 벌금이 7,000엔(약 7만5,000원)이나 된다.
중앙선을 실선으로 처리한 도로도 폭이 좁지만 점선으로 처리한 도로는 더욱 좁아서 소형차로도 차로가 꽉 찬다. 달리다 보면 갑자기 중앙선이 사라지며 한국의 골목길 수준으로 좁아지는 곳도 많은데,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최대한 도로 바깥쪽으로 비켜줘야 할 정도로 폭이 좁다. 특히 버스나 트럭을 만났을 때는 무척 난감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90도로 꺾인 코너도 적지 않다. 이런 길에서는 시속 20km 이하로 속도를 줄여야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대부분의 도로 속도제한이 시속 40~50km 내외로 느린 편이라 짧은 거리도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여유 있게 동선을 짜는 것도 요령이다.
대마도를 달려보니 토요타 파소를 빌린 게 못내 아쉬웠다. 대마도의 도로에 비해 차가 커서 적잖이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A필러가 지나치게 두꺼워 블라인드 코너가 대부분인 대마도에서 마주오는 차가 잘 보이지 않아 위험했기 때문이다. 렌터카는 대물과 대인배상은 되지만 자차보상은 안 되므로 가급적 천천히, 안전하게 달리기를 권한다. 끝으로 차를 반납할 때에는 항구 근처 지정 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넣고 주유확인서를 받아 차량 반납시 같이 주어야 한다. 만약 기름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부족한 주유량 만큼 현금으로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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