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자동차생활 롱텀, 기아 쏘렌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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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는 이전 세대부터 뱃바닥과 높이를 낮췄다. 덕분에 신형 쏘렌토도 운전 감각이 승용차에 가깝다. 낮은 차만 타던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실내도 깔끔하고 편의장비도 풍부하다. 하지만 유저 인터페이스는 정말이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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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에겐 국산차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탔던 국산차가 운전감각이 형편없고 품질도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BMW 320d(E90)와 벤츠 E300(W212)을 타며 차를 바라보는 눈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기아 쏘렌토를 구매 후 적잖이 놀라고 있다. 생각보다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행 감각이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예상을 웃도는 만족스러운 주행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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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따라서 좋은 주행 감각에 대한 욕심은 버려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국산 SUV라면 더더욱. 하지만 쏘렌토의 주행 감각은 예상을 웃돈다. 승용차와 비교해도 큰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시트포지션과 무게중심이 그리 높지 않아 낮은 차만 타던 필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페달 감각도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에 타던 국산차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초기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했다. 하지만 쏘렌토의 가속 페달 반응은 모든 영역에 고르게 분산된 편이고 브레이크는 페달을 밟는 깊이에 비례해 제동력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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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서의 진동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이전에 타던 320d보다 낫다. 하지만 가속시에는 불쾌한 진동이 생긴다. 플로어와 페달로 전달되는 진동의 느낌이 섀시가 약했던 90년대 국산차들의 진동과 비슷하다. 물론 요즘 차는 강성이 좋기 때문에 섀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진동 유입에 신경을 덜 썼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각 모델 간에 차이를 두기 위해서일까? 상위 차종인 모하비나 배 다른 형제 격인 현대 싼타페는 이런 증상이 훨씬 적다고 한다.

2.2L 디젤 R엔진은 두터운 토크로 1.8톤의 차체를 가볍게 발진시킨다. 출고 일주일 만에 누적 주행거리 1,000km를 넘겼고 거칠었던 회전질감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변속감각도 처음보다 매끈해졌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속도계의 2/3 이상을 올려봤는데 고속안정감도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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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간 국산차의 대표적인 불만사례였던 EPS(MDPS)의 반응도 크게 개선되었다. 스포티하기로 유명한 3시리즈의 스티어링 감각에 익숙해진 필자의 입장에서도 큰 불만이 없다. 무반응 구간이 적고 반발력도 적당하다. 직선로에서 손을 떼어도 똑바로 잘 간다. 다만 고속에서의 무게감은 불만스럽다. 조금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조작을 하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예전에 잠시 경험한 아반떼(HD)는 조향감과 반응 모두 다 수준 이하였기에 이 부분에 대해 수소문을 해보니 현대·기아차의 전자식 스티어링은 2014년부터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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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운전에서는 롤이 적고 적당히 단단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은 차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퀴가 떨어질 때의 폭을 보면 결코 스트로크가 짧은 서스펜션이 아니다. BMW의 일부 차종들도 이처럼 수축 대비 신장을 길게 설정해 부드러운 승차감과 접지력을 모두 잡고 있다. 34만원짜리 옵션인 미쉐린 프리미어 LTX 타이어는 만족도가 높다. 의외로 노면을 타지 않아 피로감이 덜하다.

유저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은 낙제 수준

수출형 쏘렌토는 인테리어 컬러가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블랙과 브라운 두 가지 뿐이다. 필자는 브라운 가죽 패키지를 선택했다. 재규어의 랩 어라운드 스타일이 연상되는 대시보드 어퍼 패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포인트가 없는 실내이기에 브라운 패키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시트의 착좌감은 SUV답게 여유로운 편. 부위별로 쿠션의 경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향상된 차 만들기 노하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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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편의장비는 국산차의 미덕이다. 처분할 때를 생각해 쓰지도 않을 파노라마 선루프를 추가했고 전에 타던 차와 편의장비 수준을 맞추려 메모리 시트와 제논 라이트가 있는 최고 트림을 골랐다. 물론 이 급의 차가 대부분 그러하듯 상향등은 할로겐이다. 하지만 매우 밝고, 액추에이터로 제논 램프의 각도를 조절하는 고급차와 달리 고장 염려가 적어서 좋다.

이외에 오토홀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히터, 시트 쿨러, 2열 시트 히터, 동반석 워크인 스위치, 2열 햇빛가리개 등도 달려 있다. 파워윈도는 1열만 원터치 업다운이라 불편하지만, 조작감은 유럽차 못지않게 명확하다. 참고로 수출형 쏘렌토는 파워윈도가 전 좌석 원터치 업다운 방식이다. 왜 국내에만 차별을 두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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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편의장비가 많고 깔끔한 레이아웃을 갖췄지만 쓰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가령 정사각형 LCD 속도계는 시인성이 떨어진다. 속도계 바늘 그래픽은 실제 속도의 가감을 빠르게 반영하지 못해 이질감이 심하다. 가운데의 디스플레이에는 불필요한 정보가 많이 뜨고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또한 실내 어디에도 시계가 따로 없다. 시간은 의외로 자주 확인하는 정보다. 독일차들이 계기판에 시계를 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나마 노면 컨디션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외부 온도는 계기판에 표시되니 다행이다. 미국 시장을 배려한 듯 나침반도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도 문제다.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 계기판 정보창 조작 버튼, 크루즈 컨트롤 등 목적이 다른 버튼들이 같은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 직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위치도 애매하다.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를 잡을 경우, 실수로 버튼을 누르는 일이 자주 생긴다. 또한 크루즈 컨트롤은 속도 조절이 어렵다. 반응이 느리고 누를 때마다 변하는 속도 단위가 매번 다르다. 어쩔 땐 1km/h, 어쩔 땐 2km/h씩 바뀐다. 목표 속도도 알 수 없어서 불편하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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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공조장치 표시창이 없는 것도 불편한 부분. 버튼을 누르면 현재 상태를 센터페시아 모니터 상단에 잠시 띄우는데, 대부분 1~2초 더디게 반응하고 가끔은 아무 반응도 없다. 시계 역시 모니터 상단에 파악이 어려울 만큼 작게 표시된다. 정말 답답한 건, 공조장치 상태 또는 오디오 트랙을 표시할 때는 시계가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시선이 모니터로 가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이 유저 인터페이스는 낙제 수준이다.

글, 사진
이인주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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