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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닛산 무라노? 유쾌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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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럼을 가리고 무라노를 탄다면 인피니티 SUV로 착각하기 쉽다. 철학이 담긴 듯한 심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가 인피니티 모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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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무라노는 특이한 존재다. 2002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스타일에 무척 신경 쓴 SUV였다. 당시 SUV들은 박스 형태가 대부분이었는데 무라노는 뾰족한 프런트와 곡면 처리한 후면부로 유선형 승용차 감각을 물씬 풍겼다. 2007년 선보인 2세대 역시 날렵하고 매끈한 차체에 투구를 쓴 듯한 모습으로 특이한 개성을 살렸다. 2014년 모습을 드러낸 3세대 무라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요즘 한창 개성파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맥시마 세단 디자인을 가져와 정체성을 통일했다. 맥시마 세단의 디자인을 SUV에 입히니 느낌이 색다르다. 덕분에 초대 모델부터 지녀왔던 크로스오버 감성이 한결 풍만해졌다.

‘V 모션’ 그릴은 미래 우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한눈에 연관성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는 두 갈래로 뾰족하게 갈라지는 부메랑 헤드램프가 만들어내는 톡톡 튀는 얼굴이 더 눈에 들어온다. 테일램프 역시 헤드램프와 비슷한 컨셉트로 디자인해서 개성적인 뒷모습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측면을 지배하는 플로팅 루프 테마. D필러를 없애고 C필러와 D필러 사이 공간을 유리로 감싸서 마치 지붕이 떠 있는 듯한 모양을 완성했다. 유연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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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하이브리드다. 3.5L V6 가솔린 엔진은 들어오지 않았다. 대중 SUV 중에는 얼마 전에 선보인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와 기아 니로 정도밖에 없다. 라브4보다 한 체급 위급에서는 무라노가 처음이다. 연비만 좋게 나온다면 경쟁력은 높다. 무라노의 복합연비는 L당 11.1km. 도심은 10.2, 고속도로는 12.6km. 비슷한 크기의 가솔린 SUV 연비가 L당 7~8km 대에 머무는 것을 생각하면 꽤 좋은 연비다. 같은 3.5L 모델에 비해 미국 기준으로 17% 정도 연비가 좋다.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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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4기통 2.5L 가솔린 수퍼차저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이다. 엔진출력 233마력, 최대토크 33.7kg·m에 20마력과 16.3kg·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전체 시스템출력은 253마력으로 차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적당히 여유를 부릴 수준은 된다. 변속기는 닛산이 주력으로 미는 무단변속기(X트로닉 CVT). CVT는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변속 패턴을 지니고 수동 모드로도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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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의 하이브리드는 모터 한 개와 클러치 두 개가 결합하는 구조다. 닛산은 이를 ‘인텔리전트 듀얼 클러치 컨트롤’이라고 부르는데 ‘엔진-클러치-모터-변속기-클러치’ 이런 구조다. 상황에 맞게 두 개의 클러치가 작동하면서 엔진의 작동을 차단하거나 모터의 구동과 배터리 충전 등이 이뤄진다. 동력을 효과적으로 맺고 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가솔린 모델의 장점은 역시 정숙성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엔진의 작동이 부드럽고 변속충격이 없는 CVT로 동력이 전달되기 때문에 가속이 매끈하다. 다만 힘차게 치고 나가는 맛은 덜하다. 가속이 부드러워서 그렇기도 하고, 1,915kg에 이르는 무게를 깃털처럼 움직이게 하기에는 출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로 무난하게 속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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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있는 듯 없는 듯 작동이 자연스럽다. 동력 계통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맺고 끊음이 자유롭다. 동력 흐름은 계기판이나 센터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에너지 소비량 또한 그래프로 상세하게 표시해 운전 습관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파악하기 쉽다.

네바퀴굴림이라 차체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껑충한 SUV 스타일이 아닌 낮게 깔린 크로스오버 형태라 안정감이 더 크다. 달릴 때에는 무게로 찍어 눌러 접지력을 유지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롤링은 좀 있지만 자세 유지 능력이 우수하고, 하체의 상하 움직임 폭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안에서 느끼는 흔들림이 적어 편안하다. 적당히 여유롭게 가속하고 움직임도 안정적이지만 크고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는 부담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체감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대형 가솔린 SUV를 탈 때 종종 이런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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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부럽지 않은 실내

디자인이나 동력성능은 이 급에서 딱 바라는 수준을 유지한다. 그런데 실내는 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이 차가 닛산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시트가 밝은 베이지 톤이라 화사하기 그지없다. 하얀색에 가까운 우드트림도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든다. 마치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 차를 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고급스럽다. 디자인 풍은 닛산 그대로이지만 소재와 색감에서 대중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센터페시아는 모니터에 기능을 통합했다. 계기판에도 클러스터를 양 옆으로 배치하고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달아 정보 전달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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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앞뒤 모두 넉넉하다. 앞좌석을 운전에 편한 자세로 세팅하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공간에 한 뼘 이상 여유가 있다. 파노라마 루프를 설치했는데도 머리공간 또한 여유롭다. 무엇보다 시트가 편하다. 두툼하면서 푹신한데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를 모든 좌석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무중력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가장 편한 자세가 나온다는 사실에 착안해 중력을 덜 받는 구조로 시트를 완성했다. 덕분에 고급 소파에 앉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뒷좌석 등받이 또한 기울어지는 각도가 꽤 커서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특히 뒷좌석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스마트폰 도킹 시스템. 암레스트 뒤쪽 상단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끼워 넣을 수 있는 홈을 만들고 그 밑에는 USB 커넥션을 만들었다. 스마트폰 연결성이 편의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따른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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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공간도 널찍하다. 2열 등받이는 접을 때는 수동식이다. 그러나 한 번에 쉽게 접히기 때문에 수동식이라도 불편하지 않다. 이와 달리 세울 때는 트렁크 안쪽이나 운전석 왼편 대시보드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세워진다. 트렁크 도어도 전동식이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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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비 또한 풍성하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는 위에서는 물론 옆까지도 보여준다. 사각지대경고 같은 일상적이 안전장비부터 전방충돌예측경고, 전방비상브레이크, 후측방경고, 이동물체감지 등 다양한 첨단 안전장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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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솔린 SUV는 상품성과 완성도가 높아도 좋지 않은 연비가 선택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디젤 문제가 불거지고 기름값이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가솔린 SUV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즉, 낮은 연비를 감수하고서라도 가솔린 SUV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하이브리드 SUV는 가솔린 SUV의 단점인 낮은 연비를 보완한다. 중대형급이라면 연비가 두 자리 수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다. 무라노는 동급 대비 상대적으로 좋은 연비와 감성적인 디자인, 넓은 실내공간, 고급스러운 분위기 등 장점을 두루 갖췄다. 단점이라면 5,490만원의 값인데, 받아들이기에 따라 의견이 갈릴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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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스러운 분위기를 내지만 정밀하게 비교한다면 인피니티 차와 100% 같은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라노 급에서 그 정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면 만족도는 높아진다. 오너 입장에서는 ‘닛산을 샀는데 인피니티가 따라온’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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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현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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