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인제니움 엔진으로 거듭난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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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신형 인제니움 엔진을 얹었다. 도심에 어울리는 경쾌한 SUV로서 신규 고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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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차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느닷없이 기함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붙인 소형 SUV가 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풀네임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라는 말인데, 서양의 미들네임처럼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이름이다.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사실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스임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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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길고 복잡한 이름을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랜드로버는 자꾸 온로드 도심 취향으로 바뀌어 가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 변화를 모색했지만 기존의 오프로드 이미지를 쉽사리 버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모델 라인업을 두 종류로 나누어 시장의 변화와 고객들의 상반된 요구를 만족시키기로 했다. 도심형의 고급스러운 모델에는 기함인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붙이고, 사막과 밀림을 누비던 전통적 고객층을 위해서는 ‘디스커버리’ 라인을 준비한 것. 따라서 여기에 붙은 레인지로버는 일종의 서브 브랜드라고 개념이다. 이 방법은 완전히 별도 브랜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부담을 덜면서도 랜드로버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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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이 조금 아쉬운 신형 인제니움 엔진

2011년 처음 등장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사이즈나 가로배치 엔진 레이아웃으로만 보면 엔트리 랜드로버였던 프리랜더의 뒤를 잇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플랫폼도 2세대 프리랜더의 포드 EUCD 기반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차였다. 값도 덩치가 더 큰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비쌀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도심형 SUV를 목표로 하다보니 세로배치 구동계, 트랜스퍼 케이스가 달린 전통적인 4WD 시스템이 사라지고 작은 차체에 쿠페의 특징을 녹여 넣었다. 전통을 어느 정도 포기하며 개발한 신모델은 랜드로버로서도 큰 모험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도박은 큰 성공을 거두어 첫해에만 9만 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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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누적판매대수 39만 대를 돌파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3년 겨울에 마이너체인지형을 공개했다. 주간주행등이 포함된 어댑티브 LED 램프와 범퍼 흡기구 등을 세부적으로 다듬으면서 전체적인 스타일이 매끈하게 바뀌었고 스포일러와 LED 브레이크램프 등도 새롭게 손보았다. 인테리어는 조절식 무드 라이트와 화질이 개선된 신형 터치 모니터 등 디자인을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내실을 기했다. 실내 감성품질은 매우 높지만 2,660mm의 휠베이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뒷좌석은 레그룸이 좁은 편. 국내형의 경우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파이 브랜드 메리디안의 11스피커 380W 오디오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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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르는 다양한 변화와 개량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변화는 단연 엔진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포드의 품을 떠나면서 기존 엔진들을 대체할 새로운 엔진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중에서도 쓰임새가 많은 4기통 엔진이 최우선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인제니움’이라 불리는 신형 2.0L 직분사 디젤 TD4는 포드 듀라토크 2.2 190마력형에 비해 출력은 약간 줄고 토크는 늘어났다. 알루미늄 블록으로 경량화했을 뿐 아니라 EGR 시스템,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연비는 약 21%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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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은 180마력으로 줄었지만 최대토크는 43.9kg·m로 늘어났고, 보다 촘촘해진 기어비 덕분에 초반 가속은 꽤 경쾌한 편. 반면 고속구간에서는 출력부족이 느껴진다. 시속 140km만 넘어서도 공기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속도계의 움직임이 확연히 굼떠진다. 이 차가 엔트리 모델(eD4, 150마력)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

진입각 25°, 탈출각 33°에 500mm의 도하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도로에서의 달리기는 ‘오프로더’라는 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날렵한 쿠페 스타일에 어울리게 스티어링에 대한 반응은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솔직하다. 덕분에 상당히 높은 히프 포인트임에도 운전 감각은 승용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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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아이신 6단에서 ZF의 9단 AT로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최적 기어비를 통한 연비개선뿐 아니라 1, 2단의 높은 감속비를 활용해 오프로드 주파성과 등판능력에서도 이득이 있다. AT 변속레버는 재규어와 같은 팝업 로터리식으로 스티어링 휠에는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는 플리퍼가 함께 달렸다. S 모드에서 플리퍼를 건드리면 수동 모드로 들어가는데, 자동해제가 되지 않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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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배치 구동계에 할덱스 커플러를 사용한 앞바퀴굴림(FF) 기반 4WD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랜드로버의 오랜 노하우가 녹아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을 활용해 오프로드 능력을 다듬었다. 버튼을 눌러 모드를 선택하면 4WD와 주행안정장치, 롤 스태빌리티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자갈, 잔디, 진창이나 눈밭 등 극단적인 노면 상황에서도 최적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다른 랜드로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동급 최고의 오프로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이미 다양한 행사를 통해 체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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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버리고 얻은 새로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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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보크는 이민정, 제시카/크리스탈 자매와 산다라박 등 유독 여자 연예인들의 사랑을 받는 차로 알려져 있다. 사막과 험지를 누비던 남성적 이미지를 벗어나 개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럽고, 게다가 여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과 화려함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전통의 골수팬들보다는 라이트 유저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과 신선함을 갖춘 모델임에 분명하다. 이것이 랜드로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인기로 볼 때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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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민성필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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