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패션카, 여유를 갖다 - 피아트 500X 팝 스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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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코리아가 지난 3월 하순에 내놓은 비장의 카드, 피아트 500X를 시승했다. 피아트 500X는 복고풍 디자인을 무기로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피아트의 소형차, `500(Cinquecento, 친퀘첸토)`에서 기초한 파생모델들 중 하나다. 시승한 500X는 2.4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팝 스타 모델이다. VAT포함 가격은 2,990만원(VAT 포함, 개소세 인하(6/30까지 한시 적용) 반영분).
500X는 피아트 500의 SUV형 모델로, MPV 개념에 가까운 500L과 달리, 보다 SUV에 가까운 스타일링을 지닌다. 높은 지상고를 비롯하여 볼륨을 강조한 전후 휀더와 하부를 둘러싼 무광 블랙 패널 등, SUV의 맛을 교묘히 첨가했다.
여기서 디테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분기가 갈라진다. 두 차의 차이는 범퍼, 그리고 데칼 정도의 차이이지만, 그 분위기는 현격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SUV의 스타일링에 더 가깝게 나아가면 피아트 500X `크로스`가 되고, 승용차의 스타일링에 더욱 가깝게 나아가면 시승차인 500X `팝 스타`로 완성된다. 500X 팝 스타는 승용의 크로스오버에 한층 가까운 생김새를 지닌다.
500X 팝 스타의 선명한 이미지는 패션카의 디자인 방법론을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고대비의 색상 배치와 아기자기한 디테일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백색 외장 색상과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는 선홍빛 데칼과 페인팅으로, 보다 생동감 있고 톡톡 튀는 감각을 뽐낸다. 특히, 차명을 대문짝만하게 새겨 놓은 루프 데칼이 포인트.
프로젝션 램프를 사용하는 헤드램프에는 500 엠블럼이 새겨져 있고 하단의 콤비네이션 램프로 방향지시등과 주간주행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테일램프는 500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면서도, 내부 구성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215/55R17 규격의 콘티넨탈 에코 타이어를 사용한다.
실내는 500X 팝 스타의 외모에 걸맞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감각으로 가득하다. 실내의 디자인 대부분은 피아트 500에서 가져온 듯한 느낌이며, 커진 차체에 맞게 디테일을 재구성한 모습이다. 마감재의 질감은 가격대에 걸맞은 정도의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큼지막한 편이고, 그립감도 나쁘지 않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는 림은 엄지손가락이 걸쳐지는 부분에 재봉선이 없는 것이 특징. 엄지손가락에 실밥이 걸리는 느낌이 없어서 잡는 느낌이 더 좋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의 좌우 스포크에는 레니게이드 등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다. 크라이슬러 특유의 스티어링 휠 뒷면의 버튼들도 존재한다. 계기판은 3- 실린더 형태를 채용하고 있으며, 중앙의 대형 계기판에 연료 게이지, 수온계, 그리고 차량 정보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속도계는 숫자 표기가 일반적인 20, 40, 60, 80... 순이 아닌, 비(非)독일권 유럽 모델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10, 30, 50, 70... 순서로 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는 최상단에 전용 유커넥트 시스템을 배치하고 그 아래로 비상등, 송풍구, 공조장치 등의 순으로 장비를 배치했다. 에어컨은 근래에 보기 드문 다이얼 및 버튼 작동식의 수동 애어컨을 제공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USB 포트와 3mm Auxiliary 단자를 마련하여, 원하는 음악을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피아트 500X는 소형의 크로스오버 SUV 다운 아기자기한 수납공간을 두루 갖춤으로써 일상을 배려한다.
앞좌석은 상부에 차명인 500을 수 놓은 인조피혁을, 하부에는 테두리 일부가 파이핑 처리된 빳빳한 직물을 사용한다. 착석감은 나쁘지 않다. 적당한 부드러움으로 몸을 받쳐 준다. 하지만 허리 받침이 없는 점과 좌석의 기본적인 높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좌석 위치가 굉장히 높은 편으로, 피아트 500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앞좌석의 조정은 모두 수동 레버를 통해 이루어지며, 운전석만 높이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무난한 착석감과 쓸만한 공간을 제공한다. 성인 남성에게는 미묘하게 타이트한 느낌을 주지만, 아주 불편하지는 않다. 마감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인조피혁과 직물로 되어 있다. 뒷좌석에는 이렇다 할 편의장비는 갖추어지지 않아, 그 흔한 팔걸이조차 없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50리터의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000리터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트렁크 바닥 하부에 추가적인 적재 공간이 존재한다. 소형의 크로스오버 SUV에게 기대할 수 있는 선에서, 체급에 비해 무난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시승한 피아트 500X 팝 스타는 체급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보이는 2.4리터 가솔린 엔진을 싣고 있다. 이 엔진은 `타이거샤크`라는 별칭이 붙은 피아트의 직렬 4기통 2.4리터 멀티에어 엔진으로, 175마력/6,400rpm, 최대토크 23.5kg.m/3,9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크라이슬러의 중형세단 200과 닷지 다트, 지프 레니게이드 등에 두루 쓰이고 있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ZF의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피아트 500X 팝 스타는 그다지 조용한 차는 아니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방음 설계가 동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승차감은 젤리같이 부드럽다. 그러나, 체급의 한계를 감출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 있는 승차감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헐거운 느낌에 가깝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 상태에서 급가속을 시작하면 기운찬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전진을 시작한다. 500X에 탑재된 2.4리터 멀티에어 타이거샤크 엔진은 스포츠 모드에서 꽤나 독특한 소리를 낸다. 크라이슬러 200 등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피아트 500X의 타이거샤크 엔진은 똘똘한 느낌보다는 개구쟁이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쓸데 없는 진지함이 없고 시종일관 가볍고 발랄하다. 동력 성능도 500X의 아담한 체구를 추진시키기에 일말의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전진 9단에 이르는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발랄한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기어비를 지나치게 잘게 쪼개놓은 데다 변속 속도도 빠르지 않은 주제에 수동 제어 때에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촘촘히 쪼개진 기어비와 느린 변속 속도 때문에 4단에 이르러서야 겨우 100km/h를 넘어 서며, 0-100km/h 가속도 10초나 걸린다. 그리고 시승 내내 9단에 다다르는 일은 없다시피 했다. 차라리 연비를 다소 양보하고서라도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편이 엔진의 성격에 더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체와 섀시의 설정에서도 진지한 구석이 없다. 스티어링 휠은 조작감이 헐겁지만 고개를 척척 돌려놓는다. 차체와 섀시는 탄탄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며, 하다 못해 질기다는 느낌도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500X를 과격하게 운전하고 있을 때에는 시종일관 차체가 전후좌우로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네 바퀴는 용케 노면을 붙들어 매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독일이나 프랑스식의 소형차를 주로 접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연비는 2.4리터의 가솔린 엔진을 얹은 차로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을 보여준다. 500X 팝스타 2.4의 공인 연비는 도심 8.5km/l, 고속도로 11.3km/l, 복합 9.6km/l다. 하지만 시승 중 트립 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는 이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냈다. 먼저, 도심 구간에서는 혼잡한 경우 8.0km/l, 규정속도에 맞춰 운행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공인 복합 연비와 같은 9.6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의 경우, 100km/h로 정속 주행을 지속하였을 때 14.0km/l에 달하는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고단기어를 상시 유지하며 회전수 상승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특성을 나타내는 변속기의 공이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피아트 500X 팝 스타는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같은 회사의 다른 차를 생각나게 한다. 바로, 피아트 500다. 패션카의 가치에 충실한 개성 넘치는 스타일링을 비롯하여, 가볍고 발랄한 주행감각,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점을 그대로 빼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과 500X 팝 스타 사이에는 크나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배기량과 함께 한층 커진 차체와 그로 인한 `여유`다. 모든 것이 빠듯한 500에 비해, 500X 팝 스타는 500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여유가 있다. 타고 내리기 쉽고, 운전하기 편하고, 공간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외모에 걸맞은 발랄한 감각을 유감 없이 체감할 수 있다. 정통 이탈리안 패션카인 피아트 500에 여유를 더한 피아트 500X 팝 스타는 피아트 500의 패션감각을 보다 여유롭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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