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XF는 잊어라 : 재규어 XF S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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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XF는 큰 변화보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브랜드의 영토 확장이 아니라 지속성을 강화해야 하는 모델이니 지극히 합당한 결정이다. 진화는 눈부시다. 신형 XF로 인해 재규어 가문의 위상은 분명 더 굳건해질 것이다.
최근 재규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다양한 신차로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성장에 불을 붙일 첫 SUV도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차는 XF다. XF는 일명 볼륨 모델. 재규어를 상징하는 XJ나 시장을 넓힐 F-페이스 등과는 달리,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한다. 재규어가 2007년 타타 체제의 시작을 알리며 XF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XF는 그동안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8년간 약 28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때는 재규어 글로벌 연간 판매량의 50%를 넘기도 했다. 재규어의 모그룹 타타가 100억파운드(약 16조7,852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도, F-타입과 XE, 그리고 F-페이스 등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XF 덕분이다.
한층 더 날렵하고 늘씬하게
이런 XF가 세대교체를 거쳤다. 이번 변화는 ‘진화’로 요약할 수 있다. 큰 변화보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것. 따라서 최근 재규어의 신차들과 같은 파격은 찾아볼 수 없다. 브랜드의 영토 확장이 아닌 지속성을 강화해야 하는 모델이니 지극히 합당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형 XF는 완전히 새로운 차다. XF 고유의 성격만을 유지했을 뿐이다. 겉모습 역시 마찬가지. 얄따란 눈매, 반듯한 그릴, 싹둑 잘린 엉덩이 등 XF를 대표하던 디자인 요소들을 가져와 치밀하게 다듬었다. 인상은 이전보다 한결 과격하다. 재규어 최초의 풀 LED 헤드램프, 날을 바짝 세운 보닛, 정교한 허니컴 패턴의 그릴 등으로 오싹한 분위기를 냈다. 신형 XF 앞에 서니 구형 XF의 생김새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길이는 6mm 줄었지만 차체는 훨씬 늘씬해졌다. 앞 오버행을 66mm 줄이고 휠베이스와 뒤 오버행을 각각 51, 8mm 늘인 덕분이다. C필러에 붙인 쿼터 글라스도 이런 느낌을 부채질한다. 창문 라인이 뒤쪽까지 뻗어나간 까닭에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인다. 뒷모습은 여전히 섹시한 패스트백 느낌. 이전처럼 완만하게 떨어뜨린 C필러와 모서리를 쫑긋 세운 트렁크 리드로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신형 XF는 새로 설계한 알루미늄 섀시를 밑바탕 삼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알루미늄은 스틸에 비해 성형이 까다롭다. 압축, 압출, 주조 등 부위에 따라 성형법이 다르다. 또한 접합도 까다롭다. 다른 소재와는 물론이고 알루미늄끼리도 용접(스폿)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리베팅과 본딩 등 기존과 다른 접합법을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스틸보다 원가가 높고 가공에도 돈이 많이 든다.
재규어는 이런 문제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하고 있다. 재규어의 신형 플랫폼인 iQ는 모듈형으로 설계됐다. 앞으로 재규어와 랜드로버 모델에 두루 쓰일 예정이다. 현재 XE와 F-페이스가 이 플랫폼을 쓰고 있다. 알루미늄 섀시의 혜택은 수치로 바로 나타난다. S-타입의 스틸 섀시를 활용했던 구형 XF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볍고 단단하다. 이전보다 무게는 190kg 이상 줄었고, 비틀림 강성은 28% 늘었다. 참고로 이는 경쟁 모델들의 최신 버전보다도 평균 80kg가 적은 수준이다. 섀시만의 무게는 282kg, 각 필러에서 뒤 펜더로 이어지는 한 조각의 패널(알루미늄 모노사이드)은 6kg에 불과하다.
실내는 XF 고유 레이아웃에 재규어의 최근 스타일을 덧입혀 완성했다. 이전처럼 커다란 금속/플라스틱 패널을 붙인 대시보드에 랩어라운드 스타일과 최신 디자인의 센터페시아를 조합했다. 품질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촉촉한 가죽과 알루미늄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각 패널을 단단하게 맞물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달았다. 디스플레이부와 컨트롤부를 애써 구분하지 않았을 뿐, 사양은 평균을 웃돈다. 시승차의 경우 12.3인치 TFT 계기판과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풀컬러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갖췄다. 재규어가 자랑하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정확도와 처리속도, 그리고 소프트웨어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공간 크기는 딱 E세그먼트 수준이다. 광활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시트가 낮게 깔려 머리 위 공간은 넓은 편. 이전에 비해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27mm, 무릎공간은 24mm 늘었다. 뒷좌석은 더 안락해졌다. C필러에 쿼터 글라스를 붙이며 리어 도어 크기를 줄이고 시트를 리어 펜더 안쪽으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트렁크 크기 역시 40L 커진 540L다.
시승차는 XF S AWD. V6 3.0L 수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네바퀴를 모두 굴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을 5.3초 만에 끝내는 화끈한 모델이다. XF R과 같이 제대로 된 고성능 버전은 아니지만 AMG의 43, BMW의 M퍼포먼스처럼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내놓는 스포츠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참고로 F-타입 S AWD에서 가져온 이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가변 흡기 매니폴드, 단조 커넥팅로드 등으로 무장하고 최고 380마력, 45.9kg·m의 힘을 낸다.
차체가 무거운 만큼 가속 감각은 F-타입 S AWD보다 무디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0.2초 느릴 뿐이다. 힘을 왜곡 없이 매끈하게 쏟아내는 수퍼차저 엔진의 특성도 고스란히 겹친다. 정작 아쉬운 건 가속 성능이 아닌 사운드다. 아주 조용한 세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F-타입 S AWD처럼 짜릿한 맛은 없다. 경쟁사 스포츠 버전들과 경쟁하려면 사운드를 조금 더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가속 특성은 영락없는 재규어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무게가 순식간에 뒤쪽으로 이동하며 아주 우아하고 짜릿한 가속 감각을 선사한다. 사륜구동이라는 무기를 갖추고 이렇게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하는 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꽁무니에 무게를 싣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 특히 짜릿하다. 사륜구동은 철저히 한계에 다다르기 직전이나, 더 나은 가속을 위해서만 개입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동력전달 감각이 뚜렷하고 변속시간도 꽤 짧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등장하고서도 토크컨버터 타입의 자동변속기는 계속 진화 중이다. 기어를 쉬지 않고 바꿔야 할 때는 듀얼 클러치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재규어 특유의 풍부한 몸짓과의 묘한 시너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내 잦아든다.
이제 남은 것은 차세대 XJ
현재 재규어는 정신없이 달리는 중이다. F-타입, XE, XF, F-페이스까지 많은 신차들을 쏟아내며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영토도 확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 칼을 갈아온 만큼 완성도도 뛰어나다. 물론 비교적 높은 희소성도 이런 ‘폭풍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신형 XF는 이런 변화에 방점을 찍는 모델이다. 어떤 경쟁자와 맞붙어도 좋을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 이전 XF는 잊어도 좋다. 재규어 판매를 주도했었다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형 XF로 인해 재규어 가문의 위상은 분명 더 굳건해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차세대 XJ. 이번 시승을 계기로 재규어가 XJ에는 어떤 변화를 담아낼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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