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갖춘 고성능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C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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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AMG인가? 아닌가? 입맛을 다시고 시동을 건다. AMG 특유의 박력 넘치는 기침 소리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은 멋쩍게 빗나갔다. 트윈 터보까지 얹은 강력한 심장이었지만 아주 조용히 기지개를 켜더니 직분사 인젝터 소리만 재잘거렸다. 다소 실망적이었다. 펄펄 끓는 정통 AMG와는 달랐다. 그러고 보니 계기판이나 트렁크 리드에서도 AMG 로고를 찾을 수가 없다. 이 모델은 C 450 AMG 4MATIC(이하 C 450). 일부 시장에는 C 43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 기준 메르세데스-AMG C 63과 C 250d 4MATIC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메울 신흥 세력 "AMG 스포트 라인"으로 분류한다. 틈새 모델인 셈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의 치밀한 상품 전략이 보인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업이 아니라, 신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는 고성능 부가가치 상품인 셈이다. 가격은 C63의 80% 수준. 과연 C 450이 V8 형제에 비해 20%만큼 덜 재미있는지 알아보는 게 오늘 테스트의 목적이다.
기본적인 W205 C 클래스의 차체에 바탕을 둔다. 이미 C 클래스에는 AMG 라인의 외부 스타일링 패키지가 마련되어 있다. C 450은 이를 기반으로 몇몇 스타일링 요소를 더했다. 크롬 핀으로 장식한 전면 그릴은 되려 C 63보다도 멋져 보인다. 박력 있게 휠 아치를 채운 19인치 휠과 두 가닥으로 나뉜 배기구, 그리고 트렁크 끝에 올라앉은 스포일러는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음흉한 변화다. AMG 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펜더 위의 AMG 로고가 이 차의 특별함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일 뿐이다. 평범한 C 클래스처럼 보이다가 사냥감이 나타나면 조용히 이빨을 드러내는 오너들이 반길 구성인 셈이다.
스티어링 랙은 C 63에서 빌려와 선회 감각을 향상시켰다. 영구 사륜구동 방식의 4MATIC은 전륜으로 33%, 후륜으로 67%의 토크를 배분해 스포티한 움직임을 추구한다. 앞 225 사이즈와 뒤 255 사이즈로 리어 타이어의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엔진은 한 사람이 전담하여 조립하는 AMG 방식은 아니다. 대신 기존 M276 엔진 기반으로 AMG 엔지니어링에서 33마력을 향상시켜 367마력을 내는데도 여전히 압축비는 경이로운 10.7을 지켜냈다. AMG의 신형 V8 엔진은 터보 한 쌍이 실린더 뱅크 사이로 구겨져 들어갔지만 C 450에선 여전히 양끝에 자리한다. C 63 V8만큼이나 가득 찬 엔진룸 틈새로 보이는 인터쿨러는 공랭식이 아닌 수냉식 전자제어 타입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C 클래스 인테리어의 백미는 우아하게 흘러 내려오는 센터 스택이다. 시승차는 실버 톤의 카본 트림으로 이곳을 뒤덮어 차별화를 꾀한다. 개인적으로는 블랙 톤의 카본 트림이나 애초부터 호응이 좋았던 블랙 애쉬 우드그레인이 더 나아 보인다. 실내가 밝고 스포티해졌지만, 햇빛 아래에선 지나치게 반짝거리고 기본형 C 클래스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D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고 그 너머로 280까지 표기한 스피도미터가 시각적 자극을 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세 가지 화면 설정이 가능한데 현재 기어 단수와 디지털 타코미터, 속도계를 띄우는 구성이 스포티한 주행에는 가장 적절했다. 시트는 사이드 볼스터 지지력이 부족했다. 스웨이드를 적절하게 배합한 가죽 시트는 심미적으로나 기능성으로 만족도가 높았고 시트 포지션 역시 우수하다. 페달의 위치도 준수한 편으로 브레이크는 왼발로 조작하기에도 편안했다. 부메스터 스피커를 감싸고 있는 스피커 하우징은 표면 처리가 거친 게 흠이다. 주행 모드를 변환할 수 있는 어질리티 컨트롤 스위치 아래로 3단계 댐퍼 감쇄력 조절 버튼이 자리한다. 전면 유리의 조수석 쪽 구석에 Carl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람은 작은 것에 감동받기 마련. 이 서명 하나로 브랜드의 자부심과 오너의 자부심이 올라간다.
이제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3L 바이터보 엔진은 367마력을 낸다. 존엄성을 보존해야 할 진골 AMG와 100마력 남짓 안전거리를 두고 있다. V8을 보고 이 V6의 출력을 읽는다면 콧방귀가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V6로는 제대로 AMG다운 성능을 끌어낼 수 없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이미 많은 고성능 브랜드가 V6 트윈 터보를 새로운 주력 엔진으로 삼고 있다. 둘러보자. 새로운 카레라도, 쥴리아도, M3도, 심지어 대형 마세라티까지도 모두가 그러하다. 단위 배기량 당 출력을 비교하면 더 흥미로워진다. C63은 리터당 119 마력이나 C450은 리터당 122마력 이상을 낸다. 리터당 발휘하는 토크를 계산하면 둘의 격차는 1.2kg·m/L로 더 벌어진다. C450이 더 많은 토크를 쥐어짜도록 엄격하게 조율되었단 이야기다. 따라서 가속 감각은 부족함이 없다.
4MATIC 때문에 강렬한 번아웃이 없어 감흥이 떨어지는 것일 뿐, 속도계 바늘은 고속에서도 초침보다 빠르게 오른쪽으로 비틀어진다. 중회전대 rpm에 올라서자 비로소 봉인된 사운드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링에서의 실망이 환희로 바뀐다. C63처럼 횡포한 요란함이기보다는 뒷좌석 공간을 뿌듯하게 메우는 풍만함이랄까. 6기통에서 살짝 AMG 8기통의 노트가 들려오는 점도 재미있다. 어질리티 컨트롤을 스포트 플러스에 놓자 스로틀을 놓을 때마다 퍼벅 퍼벅 총성을 내뿜기 시작한다. 8기통만큼 길게 이어지진 않지만, 그래서 자꾸만 또 듣고 싶어지는 마음에 스로틀 조작이 격해진다. 리미터가 걸려 있는 최고 시속 250km는 5단 기어 레드라인 직전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 레드라인까지 회전 한계를 몽땅 활용하는 것보다 5,900rpm 전후에서 기어를 올려 중속 토크를 활용하는 편이 최고속까지 도달하는데 10초는 더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일반화로 우리 드라이버들의 오랜 습관을 바꿔야 할 때가 온 셈이다. 7G-트로닉 플러스 변속기는 매우 달콤했다. 수백 km를 달리는 동안 당연히 듀얼클러치 기어박스라고 느낄 정도로 빠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왼쪽 패들시프터를 당기는 순간마다 완벽한 rpm 보정을 하면서 농익은 변속 실력을 뽐낸다. 0→시속100km 가속은 격차가 있긴 해도 C63과 같은 4초대를 기록한다. 가장 뛰어난 연비를 내기 위해 7단 항속 주행을 해보니 최대 16km/L의 고속 연비를 얻을 수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니면 7km/L 정도.
가장 부드러운 댐퍼 세팅에서는 도리어 균형 감각이 떨어졌다. 유쾌하지 않은 여진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C450의 스프링 강성은 개발 당시부터 스포츠 모드의 감쇄력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가장 단단한 세팅에서도 다시 타이어가 노면 표면을 우아하게 따라 오르내리는 데 실패했다. 어느 속도 영역에서든 중간 값의 댐퍼 세팅이 승차감과 핸들링 피드백이 뛰어났다. 엉덩이부터 흔들고 보는 드리프트 마니아 C63과 달리 핸들링 특성은 매우 독특하다. 타이트한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C450은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상어를 연상시켰다. 처음 방향을 틀기 시작하는 순간은 반응이 더디다. 그립이 부족한가 싶은 찰나 빠르게 거침없이 회전을 시작한다. 부드러운 듯하지만 강렬하게 끝난다. 자세 제어 장치를 꺼도 드리프팅은 쉽지 않다. 후륜에 걸리는 최대 출력이 240마력 남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세 제어 장치를 켜두고 한계까지 몰아대도 좀처럼 ESP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 재미나 스릴이 없다는 뜻일까? 전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한다. 차에 휘둘리기보다 차를 컨트롤하는 묘미가 크다.
AMG 스포트 라인은 퍼포먼스 AMG 모델과 분명 노선을 달리한다. 넘치지 않는, 통제 가능하고 한편으로 이성적인 스포츠 드라이빙만을 허락한다. 트랙 데이를 즐기면서 타이어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릴 능력과 용기가 있는 이들은 여전히 C 63이 정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많은 '어른'들이 C 450에 열광할 것이다. 이 차는 정교하고 제법 진지하며 V8에 버금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AMG가 본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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