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이보다 화끈한 대결은 없다. (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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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얼 애텀이 불 지른 특별한 레이스였다. 오랫동안 우리는 0→100→0 경쟁을 벌였다. 자동차의 가속과 제동력 테스트. 그 이름이 알려주듯 0→시속 100마일(160km)→0의 치열한 단거리 기록 경쟁이다. 초기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경량차와 슈퍼카가 선두를 다퉜다. 한편 레이스카와 랠리카는 비양산차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다가 에이리얼 애텀이 슈퍼차저 엔진을 달고나왔고, 그와 함께 예측불가능이라던 시절은 끝났다. 어느 차가 제일 빠를까? 애텀 300. 또다시. 그래서 뻔한 선두 에이리얼 애텀 300을 제외했다.

한데 마침 우리 <오토카>는 지난 11월에 창간 120주년을 맞았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목표 속도를 한층 가파른 시속 120마일(193km)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우리의 창간 120년을 더욱 뜻 깊게 경축하고, 훨씬 폭넓은 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0.5톤 이상이면 출전할 수 있어 출전 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됐다. 물론 먼저 에이리얼 애텀 3.5R이 출전했다. 그리고 케이터햄 세븐 620R에 이어 경량차 부문에 발을 들이민 래디컬 RXC500이 합세했다. 이들에 맞설 최강력 라이벌로 현행 최고속 슈퍼카가 등장했다. 출력 641마력과 최강 브레이크를 갖춘 맥라렌 650S. 포르쉐 911 터보가 그에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이었다. 그리고 닛산 GT-R과 네바퀴굴림으로 탈바꿈한 재규어 F-타입 R이 뒤따랐다. 다음으로 2장의 와일드카드가 나왔다. 포드 머스탱 GT는 대형 쿠페가 어떤 성적을 낼 수 있느냐로 관심을 모았다. 뒤이어 화장을 고친 A45 AMG가 현행 핫 해치백의 선두로 출전했다.

실로 다양한 9대 라이벌이 우리가 선택한 싸움터 블라이튼 파크 드라이빙 센터에 입성했다. 11월 말 영국 링컨셔가 으레 그랬듯 우리가 도착했을 때 날씨는 싸늘했다. 다행히 트랙은 건조했다. 우리가 이 행사에 사용해온 여러 비행장 활주로보다 훨씬 좋았다. 말을 바꿔, 트랙션이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조건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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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경쟁그룹에서 가장 뒤지는 포드 머스탱이 스타트라인에 나섰다.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한데 트랙션은 상당히 뛰어나 주목을 받았고, 실제 성적이 흥미로웠다. 아울러 경쟁상대 중 아주 이례적인 출전차였다. 평범한 H형 기어스틱에 3 페달이었다. 한마디로 구식. 그 밖의 도전 차와는 달랐다.

다시 말하면, 스타트라인을 가장 쉽게 끊을 차는 아니었다. 일단 부드럽게 출발해 뒷바퀴에 힘이 실리자 5.0L 머스탱은 1단에서 액셀을 바닥까지 밟을 수 있었다. 이날 출전한 대열 중 2.35초로 0→시속 30마일(48km)에서 꼴찌. 시속 60마일(97km), 100마일(161km)과 120마일(193km)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118마일(190km)에 5단으로 올라갈 수 있어 시속 120마일(193km)→0에도 아슬아슬하게 꼴찌로 밀렸다. 우리는 이 행사에 블라이튼의 백스트레이트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중간지점에 설정해뒀던 시케인을 직선화했다. 트랙은 한꺼번에 한 대가 통과하기에 충분했다. 0→100→0에서 사용했던 것처럼 어디서나 평탄했고, 브레이킹 존은 매끈했다. 한데 길이가 넉넉할까? 레이스 전반은 0→100의 최단기록을 노렸다. 그런 다음 후반은 롤링 스타트로 백스트레이트에서 100→120→0을 결판냈다. 다른 경우라면 21.66초면 상당할 텐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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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A45 AMG가 출전했다. 나는 직선 스타트 포인트부터 지평선을 겨냥하고 론치컨트롤을 걸었다. 뒷바퀴에 파워를 쏟아붓자 살짝 미끄러졌다. 한데 우리가 하루 종일 계측 결과 중 시속 30마일(48km) 최고속 타임을 단지 0.07초 뒤졌다. 시속 60마일(97km)에 4.13초도 상당했다. 다만 여기서 선두그룹에 들려면 3초대에 들어야 했다. 시속 100마일(160km) 이상에서는 A45의 공력성능이 수더분한 출력을 눌렀다. 그래서 120 타임은 꼴찌에서 두 번째. 그때쯤 스트레이트 구간을 거의 지나갔고, 끝자락이 상당히 빨리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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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원한 VBox GPS 데이터 기록 장치는 현재의 차량 속도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과거의 장비와는 달리 거의 지체 없이 신속하게 알렸다. 그럼에도 시속 120마일(193km)에 접근할 때는 최종 속도에 도달하는 시점을 짐작해야 했다. 시속 120마일(193km)을 앞두고 모니터(이 경우에는 윈드실드에 걸어놓은 내 스마트폰)에 뜨는 숫자를 예상하고 조작해야 했다. 언제나 '반응 시간'을 계산에 넣어야 하기에 속도를 시속 121마일(195km)을 넘지 않도록 노력했다(VBox 계측으로 최종결과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으나 주행조건을 최대한 통일했다).

A45 AMG는 백스트레이트 종점을 약 30m를 앞두고 멈췄다. 따라서 인근 들판에 뛰어들지 않았고, 0→120→0에 20.5초. 대열의 선두로 치고 나갈 강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근접할 다른 해치백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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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R AWD가 뒤따랐다. F-타입은 트랙션이 넉넉했으나 론치 컨트롤이 없었다. 한데 드라이브트레인에 슬쩍 긴장을 불어넣자 시원스레 출발했다. 0→시속 48km에 그날 최고속보다 0.02초 뒤진 1.62. 재규어는 제동구간에서 뒤로 밀렸다. 앞으로 코를 박았다. 도로와 트랙데이에 결코 투정을 부리지 않았으나 5.22초 만에 정차하기 전에 몇 번 스티어링을 끌어당겼다. 그래도 좋았지만 A45 AMG보다 종합 기록에서 거의 3초나 뒤졌다. 한데 도로에서는 A45보다 1초 이상 빨랐다.

뒤이어 GT-R이 트랙 패키지 스펙으로 출전했다. 전 구간에서 열을 올리는 타이어와 일부 니스모 공력장비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기본형 542마력 이상으로 출력을 늘리지는 않았다. 따라서 론치 컨트롤이 있었으나 닛산은 정지 출발에서 재규어보다 빠르지 않았다. 론치 컨트롤이 파워를 연결하려고 할 때 뒷바퀴가 약간 흔들렸다. 재규어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시속 60마일에 이르자 닛산은 균형을 뒤집고 재규어를 따돌렸다. 어느 모로나 3.46초는 빨랐다. 0→시속 193km 10.94초도 마찬가지. GT-R은 1,740kg의 무게 탓으로 약간 시간을 빼앗겼다. 그래서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5초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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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경량차의 첫 번째 도전자가 등장했다. 무게 1,120kg인 래디컬 RXC500은 케이터햄이나 에이리얼과 같은 경량차 대열에 넣기는 어려운 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3개 페달을 쓰는 트랜스미션과 달리기 시작하면 곧 잊어버릴 수 있는 클러치가 있었다. RXC는 실내에 들어갈 때부터 순수한 레이싱카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그날 뒤 타이어를 덥히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된 론치 컨트롤은 없었다. 한데 액셀을 힘껏 밟으면 터보 V6이 몇 천 rpm으로 치솟았고, 클러치를 놓자마자 폭발했다. 게다가 비교적 쉽게 파워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단에서 터보파워가 뒷바퀴를 압도하며 곧 2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래디컬은 시속 48km까지 꼴찌에서 두 번째가 됐으나 시속 193km에 이르자 사태는 상당히 호전됐다. 그때 전체 5위. ABS가 없어 최하위로 봤던 바로 그 차였다. 그러나 페달 감각은 빼어났고, 제동력은 힘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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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르쉐 911 터보 S의 출발은 그럴 수 없이 간단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슬쩍 밟고 잽싸게 스로틀을 건드렸다. PDK 박스의 클러치가 풀리고 회전대는 4,000rpm으로 뛰어올랐다. 브레이크를 놓자 시원스레 출발했다. 날씨가 추워 약간 미끄러졌다. 한데 뒷바퀴 위에 올라앉은 3.8L 엔진의 트랙션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0→시속 48km 가속 1.41초는 라이벌보다 적어도 0.2초 앞섰다. 가속 변환은 빨랐고, 시속 97km에 그날의 선두인 3.01초. 시속 160km까지 6.67초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제동구간에 들어서자 포르쉐는 뒤로 밀렸다. 여기서 오직 3대만 시속 193km→0에서 5초 이하. 911은 5.08초로 4위였다. 이들 제동시간 5초 이하의 3대는 모두 톱3에 들어갔다. 그중 2대는 무게가 가벼웠다. 종합 3위는 케이터햄 620R. 래디컬처럼 시퀀셜 기어박스를 달아 출발 때 클러치가 필요했으나 그 뒤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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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10마력 케이터햄에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타이어 워밍 2랩을 달린 뒤에도 트랙션은 별로 뛰어나지 않았다. 몇 천 rpm으로 뛰어오르자 클러치가 약간 미끄러졌고, 두 가지 가능성이 엿보였다. 엉덩이가 가벼워지거나 엔진이 풀썩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두 라이벌은 뚜렷이 다른 개성을 보여줬다. 세븐은 시속 48km까지 믿음직한 1.74초. 시속 60마일까지는 인상적인(상황에 비춰) 3.5초였다. 수동식 시퀀셜 기어박스 레버(패들은 없다)는 다음 기어로 올라갈 때 힘이 들었다. 한데 확실히 조작하면 변속은 아주 빨랐다. 하지만 제동력이 그보다 더 좋았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비범했고, 네 바퀴가 동시에 잠김점에 도달했다. 따라서 4.72초로 대열 중 2위였고, 에이리얼을 0.01초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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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애텀에는 이점이 있었다. 스타트 방식이 뛰어나 종합 2위. 에이리얼 그룹이 모두 갖춘 장점이었다. 슈퍼차저 애텀 3.5R에는 론치 컨트롤이 없었다. 한데 경이적인 트랙션 덕분에 론치 컨트롤이 필요 없었다. 수동식 슈퍼차저 애텀의 경우 최고속 스타트는 2단 풀스로틀이었다. 그러나 시퀀셜 수동박스 기어 변환 속도는 실로 눈부셨다. 오직 911 터보 S(1.41초)만이 애텀(1.6초)보다 빨랐다. 시속 97km에 도달하면 에이리얼은 0.02초를 줄여 3.03초.

소배기량 엔진과 허약한 공력장비의 경량차들은 시속 193km에 도달하면 힘이 빠졌다. 하지만 에이리얼은 9.2초를 기록해 911보다 여전히 0.3초 빨랐다. 뒷바퀴 잠김을 막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한데 일단 조율하면 제동력이 뛰어났고, 에이리얼의 종합 기록 13.93초는 세븐 620R보다 자그마치 0.5초 빨랐다. 그럼에도 여기서 가장 빠른 라이벌보다 1초 이상 뒤졌다. 아마 0→100→0이었다면 에이리얼이 더 유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대결에서 맥라렌 650S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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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은 여기서 유일한 뒷바퀴굴림이었다. 따라서 론치 컨트롤이 스타트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일단 시속 97km에 3.26초를 기록한 뒤 따라잡을 라이벌이 없었다. 시속 160km는 6.19초로 애텀과 함께 1위. 시속 193km는 8.34초로 라이벌을 모조리 멀리 따돌렸다. 그러나 맥라렌을 이례적인 존재로 부각시킨 것은 제동력이었다. 왼쪽 페달을 콱 밟자 에어브레이크가 솟아나 스피드를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쓸어버렸다. 그러자 650S는 코를 박으며 카본파이버 섀시를 울렸다. 페달을 밟은 뒤 4.39초 만에 시속 193km에서 0으로 뚝 떨어졌다. 650S의 0→120→0 창설전 최고기록은 12.73초.

그런데 내년에도 0→120→0은 가능할까?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내가 제동을 걸기 전 맥라렌은 시속 122.5마일(197km)에 도달했었다. 그러니까 기록을 조금이나마 더 줄일 여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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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프라이어(Matt Prior) c2@iautocar.co.kr
사진
루크 레이시(Luc Lacey)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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