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첫 걸음, 토요타 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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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만든 복합 자동차 문화공간인 '메가웹'에서 수소차 미라이를 만났다. 일본어로 '미래'라는 뜻의 이 차는 새로운 동력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주행하는 자동차다. 우리에게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함께 다소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차'라는 인식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미라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시승을 통해 수소차를 직접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라이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고,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 집 지하 주차장에 있을 것 같은 익숙한 차였다. 또한, 토요타가 생각하는 미래 자동차의 역할과 방향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실물이 더 낫다!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 솔직히 사진으로 봤을 때는 파격적인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실물로 보니 꽤 잘생겼다. 아무래도 요즘 토요타-렉서스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보니 미라이도 얼추 적응 되는 것 같다. 미라이는 길이 4,890mm 너비와 높이가 각각 1,815mm, 1,535mm로 국산 중형차보다 큰 길이에 너비는 좁고 높이는 부쩍 높다. 수소탱크와 함께 바닥에 넣어야 할 장치가 많다 보니 차가 높고 길어졌다. 그렇다고 비율이 맞지 않거나 불안한 느낌은 아니다. 양쪽으로 과감하게 뚫려있는 공기흡입구와 트렁크 끝으로 밀어 넣은 테일램프 덕분에 껑충하거나 균형감이 떨어진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미라이는 4인승 수소차
실내는 오히려 익숙하다. 겹겹이 곡선을 사용해 화려한 모습이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프리우스에 가깝다. 대시보드 맨 앞에는 가로로 길게 계기반과 에너지 흐름도를 표시해 뒀고, 센터페시아 위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다. 그 밑에는 완만하게 기울어진 공조장치 버튼과 작은 변속기가 모여있다. 길이가 길어서 그런지 뒷좌석 공간도 여유롭다. 다만 가운데는 사람이 탈 수 없고, 수납함으로 대체했다. 수소탱크를 비롯해 각종 전자장비 탑재로 4인승 구조를 택해야 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차 보다 뛰어난 정숙성
양산형 수소차의 느낌은 어떨까? 부푼 기대를 갖고 시동을 켰다. 계기반에는 일반적인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와 같이 '레디'라는 문구가 뜨고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하이브리드차가 내는 전기소리보다 더 조용하고 매끈한 가속감 이다. 맨들맨들한 얼음판을 스르륵 미끄러져 나간다는 느낌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계기반에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 배터리를 만들고 있는 에너지 흐름이 표시된다. 속도를 높이면 그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충전된 배터리와 모터 사이의 동력전달 과정과 유일한 배출물인 물의 흐름도 같이 살펴볼 수 있다. 긴 직선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거친 소리와 함께 1.8톤의 차를 가볍게 고속영역에 올린다. 토요타는 미라이를 만들 때 너무 조용하면 운전 재미와 안전에 방해될 수 있다고 판단, 인공적인 소리를 일부러 넣었다고 한다.
이 외에 원선회나 일정 간격의 장애물을 피할 때는 일반적인 중형 세단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바닥에 묵직하게 붙어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무게중심을 잘 조합하고 균형과 비율을 적절히 맞춘 결과다. 주행을 마치고 나서는 유일한 배출물인 물을 버리는 과정을 시연했다. 스티어링 휠 옆에 작은 H2o 버튼을 누르면 트렁크 밑에 담아뒀던 물이 한번에 배출되는 것이다. 보통 1km 주행 시 60cc 정도의 물이 나오며, 직접 사람이 마셔도 무해한 순수 물이다.
편견을 잊어주세요!
수소차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걱정이자 편견은 안전이다. 미라이 역시 안전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토요타 관계자는 크게 세 가지로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새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라이에 들어있는 수소 탱크는 항공기에도 사용되는 탄소 섬유를 사용해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다. 실제 시속 80km에서 추돌해도 찌그러지지 않고, 직접 총을 쏴서 뚫리지 않는 실험도 거쳤다고 한다.
이후 수소 감지기를 앞-뒤에 탑재해 만일의 충돌이나 수소 누출을 감지했을 경우, 계기반에는 H2 경고등이 뜨고 동시에 수소 공급도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수소는 산소의 14분의 1정도로 가벼워 누출되는 최악의 경우에도 실내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퍼져 폭발의 기능을 잃는다. 한마디로 수소가 갖고 있는 폭발성은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며, 수소차를 타고 있는 도중에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수소차하면 생각하고 있는 불안한 마음을 잊어 달라"며,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만든 미라이는 그 만큼 믿을만한 차"라고 말했다.
한걸음 앞서가는 친환경차 회사
사실 미라이를 직접 타본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출력과 토크, 주행 감각 등을 정확히 쓰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미라이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고 다가가는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이 여기까지 왔고, 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리고 미라이는 생각보다 깊숙이 우리 삶에 들어와 있었다. 3분만 충전하면 최대 700km를 달릴 수 있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고, 도심 곳곳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있는 미라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떠한 유해 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미래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자동차로 제격이다.
다만,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초기 충전소 건설과 인프라 구축, 주행가능 거리를 늘려야 하는 수소탱크 기술 등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거의 1:1 수작업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 양산 체계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미라이는 2014년 말 출시 후 800여대가 넘게 팔리며 선전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에는 주문량이 더 많이 들어와 차를 계약해도 약 2년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에 토요타는 미라이 생산 능력을 내년까지 3천대로 늘리고 2020년까지 연간 3만대를 목표로 보고 있다. 수소 충전소 역시 2030년까지 900개로 확대적용하고 닛산, 혼다와 공동으로 출자해 충전소 운영비 지원을 정부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또한, 기존 700기압의 수소탱크 용량을 820기압까지 늘리는 법률도 추진 중이다. 기압을 더 높이면 더 많은 수소를 넣을 수 있고 자연스레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지금의 방법이 새로운 미래형 운송수단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발전된 종류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이런 수소차 분야에서 한 걸음 먼저 나아가 준비하는 회사가 바로 토요타다. 양산형 수소차 미라이를 만들고, 끊임없는 투자 및 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공급 가격도 대폭 낮추려는 모습에서 미래 자동차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제대로 된 친환경차를 만들겠다는 토요타의 노력에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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