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일한 | SUV라는 이름의 야수, 푸조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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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이 돌아왔다.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서 수입 소형 SUV의 입지를 다진 2008은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코드를 적용하면서 프랑스 특유의 전위성을 살리기 보다는 세계 시장에 맞춰 무난한 디자인을 적용했었다. 이와 같은 아쉬움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새긴 사자의 발톱으로 달랬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남성적인 이미지와 전위성을 살리는 형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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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소형 SUV의 인기 혜택을 누리기 시작한 것은 르노삼성 QM3다. 르노의 소형 SUV 캡쳐를 그대로 들여와 뱃지만 바꿨던 QM3는 본격적인 레저 붐과 차량 선택의 다양화 바람을 타고 판매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QM3의 인기가 약간 식어갈 때 즈음, 푸조 2008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소형 SUV 시장에 불을 지폈다. 공간은 물론 연비 면에서도 실용적이었던 데다가 접근이 용이한 가격대까지 갖췄던 2008은 출시 전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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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판매 1주일 만에 900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푸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의 사장이 출시 현장을 지키지도 못하고 물량 확보를 위해 프랑스로 긴급히 떠나야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008은 그렇게 소형 SUV가 필요했던 고객들을 사로잡았고, 2015년 말에는 디젤게이트의 반사이익을 얻는 동시에 푸조의 성장을 견인하며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판매 4위를 기록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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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국내에 상당히 늦게 출시되는 편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작년 2월이니 근 1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파워트레인의 큰 변화는 없지만,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2008과는 약간 다른 이미지로 전위성은 물론 SUV의 본성인 남성적인 이미지도 살리고 있다. 물론 실용성과 경제성이 탁월한 것은 기존 모델과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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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벌크업’을 단행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와 같은 이미지를 크게 강조하는 것은 역시 전면으로, 프론트 그릴의 각을 세우고 크기를 키우면서 이와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푸조 특유의 사자 엠블럼은 보닛에서 그릴로 이동했고, 세로로 긴 사각형을 그릴에 여러 개 배치함으로써 ‘사자의 입’과도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헤드램프도 블랙 베젤을 적용해 기존 모델과는 다른 이미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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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크롬이 많이 사라진 것과 남성미가 더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모델은 사이드미러와 사이드스커트에 크롬 장식을 적용했지만,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모두 사라졌다. 차체 하단의 긁힘을 방지하는 무광검정 플라스틱이 휠하우스까지 커버하도록 변경된 것도 큰 변화다. 사이드미러 하단에서 한번 더 하단으로 꺾이는 독특한 벨트라인과 2열 도어 상단의 크롬 장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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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변경되지 않았지만 테일램프에 스모크 틴팅을 적용해 브레이크 램프에 있는 3개의 사자 발톱을 더욱 강조하는 형태로 다듬었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도 LED로 바뀌어 시인성이 향상되었다. 휠 역시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검은색이 차지하는 영역이 많아져 역동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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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의 실내는 기존 모델과 비교했을 때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 푸조 특유의 인터페이스인 아이콕핏을 구성하는 선명한 계기반, 작은 지름의 스티어링 휠, 돌출되어 터치가 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2008의 운전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308과 달리 에어컨 스위치가 물리 버튼으로 독립되어 있어 기능 조절을 위해 메뉴 하나를 더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점은 실용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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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콕핏의 최대 장점은 전방 확인 후 계기반 확인 시 시선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사이드미러에서 하단으로 약간 하강하는 벨트라인은 측면 숄더체크 시 사각지대를 크게 없앤다. 동급 소형 SUV들이 벨트라인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실용성을 생각한 디자인과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계기반 둘레와 천정의 양 끝을 장식하는 파란색의 엠비언트 라이트는 이 급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비로 야간에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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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직물이 조합된 시트는 앉아보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데다가 사이드 쿠션이 버킷 시트만큼 돌출되어 있어 와인딩 코스에서도 허리 부분을 잘 잡아준다. 조수석 대시보드 하단을 깊게 파서 무릎 공간을 만들고 시트를 앞으로 당겨 뒷좌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작한 부분에서는 프랑스식 자동차 제작의 센스가 느껴진다. 2열 시트는 앉았을 때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등받이를 접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별도의 조작 없이 등받이만 접어도 시트가 살짝 가라앉기 때문에 평평한 바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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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되는 2008은 최고출력 99 마력, 최대토크 25.9 kg-m을 발휘하는 1.6L 디젤 엔진을 탑재하며 6단 MCP를 통해 앞바퀴를 구동한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는 가솔린 엔진하고만 조합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변속 충격 없이 MCP를 다루는 법을 익혔고, 이 변속기는 운전자의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최적의 변속을 진행하기 때문에 얼마간 운전하다 보면 금방 적응해 변속 충격을 줄인다.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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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가 1,750 rpm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발진 시 작은 차체를 스트레스 없이 가속시킨다. 굳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경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좀 더 능동적으로 출력을 끌어내고 싶다면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전환하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비록 디젤 엔진이지만 회전수를 높일수록 매력적인 음색을 내며, 이 음색에 빠질수록 고회전 영역을 자꾸 사용하고 싶어질 것이다. 시승 도중 고회전 영역을 자주 사용하면서 기록한 연비는 14.5 km/l로 공인 복합연비인 18.0 km/l를 고려하면 연비가 우수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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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장기인 코너링은 2008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 방식의 서스펜션은 언뜻 보면 다른 제조사의 소형차와 큰 구조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PSA 그룹 특유의 기술력으로 적절한 반발력을 갖추고 코너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코너링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자갈길 또는 불규칙하게 블록이 배열된 도로에서 승차감이 희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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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에 적용된 PF1 플랫폼은 제작한 지 오래되었지만, 오랜 기간동안 소재와 휠베이스, 길이 변경 등 끊임없는 개선을 거쳐왔다. 이로 인해 2008은 와인딩 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SUV라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되는 코너 통과속도 이상으로 코너를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2008에 적용된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타이어는 그립보다는 경제성을 강조한 타이어인데도 말이다. 고속 영역에서는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자동차와도 같은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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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GT라인 등급에 그립 컨트롤을 추가했다. 그립 컨트롤은 임도 주행에 특화된 TCS로 평지, 눈길, 진흙길 등 다양한 임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쉽게도 시승차에는 이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험해 볼 수 없었지만,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맞추고 주행하면 임도를 손쉽게 주행할 수 있다. 저속 주행 시 카메라와 레이더로 전면을 감지해 정면 충돌을 방지해주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도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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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2008이 SUV라 부르기에 약간 모자란 면이 있었다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2008은 SUV라고 부르는 데 저항감이 없어졌다. 이와 같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외형이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실용성과 연비를 갖추지 않았다면 SUV라고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2008은 SUV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수입 소형 SUV 붐을 일으켰던 2008이 새 모습으로 귀환한 것이 반가운 이유다. 이제는 고객에게 유용성을 검증받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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