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혼다 포르자, 피로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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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실용적인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작은 것만으로는 뭔가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아주 조금만 더 컸으면 싶거나 성능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싶은, 그러면서도 유지하는 데 지금보다 더 큰 힘이 들어가는 것은 사양하고 싶을 때. 그것은 인간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도 모터사이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후에는 인류의 70%가 도심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작금의 시절에 사실 크기든 엔진이든 큰 차는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너무 작은 자동차 또는 모터사이클은 어딘가가 아쉽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자동차도 단순한 이동수단보다는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강해지는 시대다. 125cc 이하의 소형 모터사이클이면 도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가끔은 날씨가 좋은 주말에 소량의 짐을 챙겨서 모터사이클에 싣고 도심을 떠나 교외를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여행이 도심에서 조금 멀어진 곳으로 이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소형 모터사이클로는 여행 과정이 조금 힘들게 된다. 그것이 주행 속력이든 편안함이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씩 그 이상의 크기와 출력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시를 벗어날 수 없기에, 도시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면을 지녀야 한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좁아지는 것 같은 도심의 도로를 여유를 갖고 주파할 수 있는 크기는 필수다. 너무 고출력을 지니면 다루기 힘들지만, 그래도 소형 모터사이클보다는 좀 더 힘이 있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까다로운 지점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쿼터급 모터사이클이다. 주로 배기량 250~400cc 범위의 모터사이클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크기 자체는 125cc 이하 소형 모터사이클과 막대한 차이가 나지 않지만 훨씬 더 편하고, 출력도 극단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장거리 투어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갖고 있다. 다르게 보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도심 라이프를 중심으로 보게 되면 그것 역시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 동안 쿼터급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제조사들도 이 체급에 알맞은 모터사이클을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쿼터급 모터사이클에 대한 시승에 있어 안심이 든다. 이번 주인공은 혼다의 쿼터급 모터사이클,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장르인 스쿠터인 포르자이기 때문이다. 2000년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해 온 포르자가 이제 신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신형 포르자는 얼마만큼 도심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리고 장거리와 고속 투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존 모델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다고 하니 다시금 검증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과거와는 달리 경쟁자가 많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과연 혼다가 이번에도 ‘믿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낸 것인지가 제일 궁금하다.
만약 기존 포르자의 외형을 기억한다면, 과감한 형태로 변한 신형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다소 둥그스름하면서 부드러웠던 인상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각 부분마다 엣지를 세워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형의 개발 컨셉이 ‘스포티 & 그랜드 투어링’이라고 하는데, 디자인만은 스포티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 시승차의 경우 흰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각 파트마다 파란색과 검은색을 적용하는 등 도색을 달리해 입체적인 형태를 더 부각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전면이다. 헤드램프는 강렬한 ‘V’자 형상을 그리고 있는데, 등화 영역이 아닌 곳에 LED DRL을 적용하고 있어 주행 중 모터사이클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헤드램프 일부를 덮는 카울은 파란색으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그 위에 윈드스크린을 일부 덮는 카울이 층을 이루고 있다. 프론트 측면의 카울은 별도의 파트로 헤드램프 좌우를 감싸는 형태를 취한다.
기존 모델에서 핸들바에 적용되었던 사이드미러는 프론트 카울로 위치를 옮겼으며, 방향지시등을 여기에 적용해 시인성이 더 좋아졌다. 평상시에도 이곳이 점등되어 있어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다. 윈드스크린은 전동식으로 핸들바 좌측에 있는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그 작동범위가 제법 넓어 저속 주행과 고속 주행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그 뒤에 있는 계기반은 모터사이클보다는 자동차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어졌으며, 가운데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연비와 주행거리 등 다양한 정보를 즉각 표시한다.
시트는 라이더 영역과 텐덤 영역이 층으로 구분되는 방식으로, 착석 시 포지션이 상당히 편안한 것이 혼다답다. 역동적인 주행을 고려해 다듬었기에 기존 모델보다는 시트 포지션이 조금 더 높아졌는데, 그로 인해 다리가 약간 짧은 기자의 경우 정지 시 양 발 앞꿈치만을 땅에 붙일 수 있었다. 만약 다리가 짧은데 최대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앉아있다면, 정지 전에는 엉덩이를 약간 앞으로 빼야 조금 더 편하게 설 수 있을 것이다.
시트 아래의 카울은 마치 칼날을 다듬은 것처럼 날카로운 형상을 취하고 있지만, 의외로 부드럽고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걸리는 부분이 없다. 풋스텝은 라이더와 텐덤 영역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으며, 주행 시 발을 이리저리 옮겨봐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테일램프 영역 중 브레이크 램프의 경우 혼다가 최근에 지향하고 있는 ‘X’자 형태로 빛나도록 다듬어졌는데, 그 영역이 상당히 넓어 야간에도 시인성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캐스트 휠을 적용하고 있지만 스포크가 가늘고 개수가 많아 스포크 휠을 적용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포크가 많을 경우 지면에서 전해져 오는 충격을 좀 더 용이하게 흡수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포르자도 그런 면을 보여주고 있다. 머플러는 오른쪽에 돌출되어 있고 세로로 길고 가로가 가는 형태로 인해 주행 중 걸리는 일은 없었다.
스쿠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수납공간은 기존 모델에서도 호평을 받은 부분이지만 신형은 좀 더 넉넉해졌다. 헬멧 두 개를 적재하고도 남는 수납공간은 때로는 텐덤을 하거나 레저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싣고 교외로 떠나는 라이더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그 내부에는 격벽이 있는데, 화물의 크기에 따라 격벽의 형태를 달리할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프론트 좌측에 있는 수납공간은 휴대폰 등을 보관하기 용이하다.
포르자는 279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5.2 마력, 최대토크 2.8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V-Matic 무단 변속기를 적용해 뒷바퀴를 구동한다. 출력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 새로운 튜브형 스틸 프레임을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5kg 감량된 공차중량이 빛을 발한다.
일전에 다른 모델을 통해 모터사이클에서 스마트키를 경험해 보긴 했지만, 스쿠터에서 스마트키의 편안함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동을 걸기 전 락을 해제하고 시트를 여는 과정에서 키를 누르고 돌리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으며,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쉽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다 되면 원형 다이얼을 돌려 맞추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어쩌면 스마트키는 모터사이클에 꼭 필요한 장비일지도 모르겠다.
시동을 걸면, 엔진의 소리와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토도도도도~’하면서 살짝 거친 숨결을 내뱉는 머플러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스로틀 그립을 비틀어 엔진 회전을 높여도 5,500rpm 까지는 정말 미동도 느끼기 힘들다. 온 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모터사이클 조작에 몸을 맡기자, 발바닥을 살살 자극하는 진동이 느껴진다. 라이더의 신체 중심에 진동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피로를 덜 준다는 것이고, 도심 주행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서도 장점이 된다.
그러면서도 가속은 빠르다. 스로틀을 최대로 열면 고속 영역을 살짝 넘기는 부분까지 금새 가속한다. 그 뒤로는 살짝 힘이 빠지면서 가속이 더뎌지는데, 시승차의 주행거리가 길지 않아 엔진의 길들이기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고속도로 주행도 충분히 가능할 수준이다. 그것도 라이더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진동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5,500rpm을 넘기면서 진동이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 느낌은 7,500rpm까지 이어지는데, 이 이상을 넘기면 엔진도 조금 더 시끄러워지고 핸들바를 잡고 있는 손에도 진동이 전해진다. 그러나 견딜 수 없다기보다는 빠른 가속을 얻기 위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수준이며, 사실 고속 영역에 도달해도 항속 주행이 된다면 엔진 회전이 7,000rpm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라이더의 피로를 덜어내기 위해 엔진에서 진동을 잡아내면서도 경량화를 통해 가속 감각은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트 포지션도 신체에 부하를 거의 걸지 않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편안한데다가 윈드스크린 전동 조정을 통해 주행풍을 헬멧 위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할 수 있으니, 혼다가 주장하는 ‘그랜드 투어링’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 교외를 벗어나기에 충분한 주행 능력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텔레스코픽, 리어 트윈 쇼크 방식. 상하로 움직이는 범위는 다소 길다고 느껴진다. 기존 모델은 약간 단단하다고 느껴졌는데, 신형은 조금 더 유연하게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튜브형 스틸 프레임이 한 번 더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일부러 요철 등 단차가 높은 장애물을 거칠게 지나가지 않는 이상 라이더는 물론 동승자가 불편함에 화를 낼 일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코너링 실력도 좀 더 높아져 있다. 포지션이 약간 더 높아서인지 좌우로 기울이기가 좀 더 용이하며, 기울어지는 각도도 좀 더 커졌다고 느껴진다. 휠의 지름이 작고 메인스탠드를 적용해 최저지상고가 낮은 스쿠터의 특성 상 과격한 코너링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와인딩 로드에서의 돌파 능력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말하겠다.
코너의 깊이에 따라 풋 포지션을 바꾸며 들어가면, 포르자의 뜻밖의 능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혼다의 모터사이클용 TCS인 HSTC도 적용되어 있어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며, 자신의 실력이 출중하다면 이 기능을 끌 수도 있다. 프론트와 리어 모두 싱글 디스크를 적용한 브레이크는 2채널 ABS가 적용되어 있어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심하고 제동할 수 있으며, 초반 제동력이 우수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레버를 세게 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외형은 물론 엔진과 프레임 등 모든 부분을 바꾸고 다시 태어난 포르자는 여전히 쿼터급 스쿠터에서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기존에는 그 감각이 옅었던 역동성을 더하고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능력을 갖추어 전천후로 이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엔진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없어 라이딩이 편안하다는 점은 ‘진동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던 라이더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포르자는 이번에도 ‘도심과 교외를 손쉽게 오갈 수 있으며, 주로 도심에서 활약하는’ 쿼터급 모터사이클의 기본과도 같은 능력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 같다. 장거리 주행을 마치고 조금은 힘이 빠진 상태에서 메인스탠드를 살짝만 밟아도 차체가 쉽게 고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포르자에 대한 매력을 하나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포르자에 배인 진짜 철학은 ‘스포티 & 그랜드 투어링’이 아니라 ‘라이더에게 불필요한 피로를 절대로 전하지 않는다’가 아닐까?
주요제원 혼다 포르자 300
크기
전장×전폭×전고 : 2,410×755×1,470mm
휠 베이스 1,510mm
시트고 : 780mm
공차중량 : 182kg
연료탱크 용량 : 11.5리터
트렁크 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279cc 단기통 PGM-FI
보어 x 스트로크 : 72.0 x 68.5 mm
압축비 : 10.5 : 1
최고출력(ps) : 25.2 / 7,000rpm
최대토크(kg.m) : 2.8 / 5,750rpm
트랜스미션
형식 : V-MATIC CVT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텔레스코픽/트윈쇼크
브레이크 앞/뒤 : 싱글 디스크
타이어 앞/뒤 : 120/70R15 / 140/70R14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연비: 38.0(60km/h 정속시 연비)
시판 가격
689만원
(작성 일자 2018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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