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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현실적인 전동화 모델, 닛산 노트 e-파워 일본 현지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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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모델이라고 하면 간단하게는 HEV와 EV로 나눌 수 있겠지만, 그 안으로 조금만 더 파고들면 다양한 종류의 파워트레인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PHEV 모델이라고 하면 두 가지로 또 나눌 수 있는데, 엔진과 모터를 모두 동력으로 이용하면서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모델이 PHEV, 엔진을 발전에만 이용하고 모터만을 동력으로 하면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모델이 EREV라고 나눌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는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모두 PHEV라고 칭한다.

 

PHEV는 외부 전원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단거리 주행 시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주차장을 확보한 단독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충전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특히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많은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주차장에 전기 충전소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PHEV 모델이라고 해도 충전을 하지 못하고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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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고민은 일본도 동일하게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프’를 통해 배터리 전기차를 대량 보급하는 데 성공했던 닛산이 최근에 선보인 파워트레인인 e-파워는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하고 배터리도 장착하고 있지만 배터리 충전을 위한 플러그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대신 내연기관을 작동시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독특한 파워트레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EREV에서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 플러그를 제거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닛산의 모델들 중 이러한 e-파워를 맨 처음으로 적용한 모델이 바로 노트 e-파워다. 미국에서는 베르사 노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소형 해치백 모델로, 닛산은 이 모델을 ‘충전에 대한 걱정 없이 전동화의 혜택을 즐길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렌터카로 노트 e-파워를 고른 이유는 이러한 독특한 전동화가 얼마나 실용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닛산의 주장대로 전동화의 혜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모델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도로도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혼합되어 있으니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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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e-파워는 길이 4,100mm, 전폭 1,695mm로 소형차에 알맞은 크기를 갖고 있지만 전고가 1,520mm로 일반적인 소형차보다 약간 높기 때문에 그 형태로 보면 해치백보다는 MPV에 조금 더 가까운 형태를 갖고 있다. 전면에는 닛산 특유의 V 모션 그릴이 위치하고, 그릴이 끝나는 지점에서 약간 위쪽으로 헤드램프가 위치하는데, 위치와 디자인으로 인해 마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도 같은 이미지가 연출된다. 그릴 하단에는 블루 컬러를 적용해 전동화 자동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노트만의 독특한 라인을 관찰할 수 있다. A필러에서 B필러를 지나면서 조금씩 하강하던 루프라인은 C필러를 약간 지나친 지점에서 약간 상승해 마치 리어 스포일러와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측면의 윈도우를 장식하는 벨트라인 역시 곡선이 적용되어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바람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1열 도어부터 시작되는 캐릭터라인은 두 갈래로 나뉘면서 넓은 면적으로 인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측면에 강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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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의 모습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닛산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L’자 형태의 테일램프가 좌우 끝단이 위치하며, 세로로 긴 형태로 인해 테일게이트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시인성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차체를 대부분 곡선이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테일게이트에도 곡선이 적용되어 있고 이로 인해 밋밋함은 보이지 않는다. 리어 범퍼 오른쪽에 위치한 머플러는 이 차가 아직 내연기관을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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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e-파워의 실내는 원들이 구성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은 물론이고 송풍구와 에어컨 조절 스위치까지 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리프 1세대 모델에서 물려받은 독특한 형태의 원형 기어노브까지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소형차라는 한계 속에서 넓은 실내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A필러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대시보드 상단의 공간이 제법 넓다. 대시보드와 스티어링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센터페시아에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용했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이미지는 쉽게 들지 않는다.

 

내연기관을 탑재하고 있지만 엔진 회전이 중요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회전계는 없으며, 계기반에는 속도계와 시계, 변속, 트립미터,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모니터만이 간결하게 배치되어 있다. 기어노브 앞에 마련되어 있는 컵홀더는 돌출된 센터페시아로 인해 500ml 크기의 페트병을 사용하는 데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발생한다. 주행 모드를 바꾸는 버튼이 핸드브레이크 측면에 마련되어 있는데 기어노브 근처로 옮겼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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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 시트는 편안함은 약간 떨어지지만 양 측면이 돌출되어 있어 상체를 잘 잡아주며, 장거리 운행에서도 몸에 불편은 주지 않는다. e-파워 모델은 1열 시트 하단에 배터리가 적용되어 있지만 루프가 높기 때문에 헤드룸은 잘 확보되어 있으며, 2열 역시 머리 끝에서 루프까지 여유가 있다. 트렁크에는 82L 용량의 캐리어를 충분히 실을 수 있고, 만약 이 공간도 부족하다면 2열 시트를 접어서 추가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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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e-파워는 1.2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엔진은 전적으로 발전만을 담당하고 있기에 엔진 출력은 중요하지 않다. 구동은 오로지 모터로만 하며, 이 모터는 최고출력 109 마력, 최대토크 25.9 kg-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리프와 마찬가지로 1단 변속기이며, 이를 통해 앞바퀴를 구동한다.

 

그래서인지 발진 감각이 전기차와 동일하다.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엔진이 회전하는데다가 속력에 맞춰 엔진 회전음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내연기관의 가속 감각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데 전기차의 특성대로 고속 영역에 들어서면 급격하게 토크가 떨어지기 때문에 약간의 괴리감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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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보다는 토크가 더 필요한 도심 또는 한적한 시골길에서의 저속 주행 시에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평범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분으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는데, 노트 e-파워의 진면목은 주행모드를 스포츠 또는 에코로 맞추었을 때 나타난다. 이 때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강력한 회생제동이 발생하며 심지어 평지에서 정지한 후에 별도의 브레이크 조작도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지 후 전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신호등이 많은 도쿄 도심에서 빛을 발한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정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정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이 서툰 사람이라고 해도 동승자에게 충격을 전하지 않는 것이다. 주행 속도와 발을 떼는 시점을 몇 번만 연습하면 가속 페달만으로도 수월하게 정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페달 조작 하나가 줄기 때문에 운전자의 피로도 그만큼 감소한다.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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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의 특성 상 가속은 정말 빠르고 도심 또는 시골길 주행 중에는 회생제동이 적절히 작동하면서 배터리를 빠르게 채워나간다. 급가속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엔진이 정지하거나 낮게 회전하기 때문에 실내로 침입하는 소음은 아주 낮다. 보닛 등 전면에 흡차음재가 적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위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차체 측면에 차음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주행 중에는 시끄럽다고 느끼지 못한다.

 

급가속 또는 고속 주행 중에는 전기를 빠르게 소모하기 때문에 엔진이 항상 회전하며,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수록 엔진음도 같이 상승한다. 최고속도는 150~160 km/h 정도로 일반적인 전기차와 동일하다. 만약 이 차가 완벽한 배터리 전기차였다면 비록 고속도로를 주행한다고 해도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고속주행을 자제했을 것이고 충전이 가능한 휴게소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했겠지만, 엔진을 가동시키고 휘발유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심하고 어디든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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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으로 구성된 노트 e-파워의 코너링은 약 언더로 평범한 수준이며, 댐핑 스트로크도 보통으로 요철에서는 아무래도 약간의 충격이 전해진다. 장착된 타이어가 효율을 중시하는 브릿지스톤 에코피아 모델인데다가 타이어 크기도 185/70R 14로 역동적인 주행에는 전적으로 불리하다. 닛산이 최근 니스모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노트 e-파워에도 니스모를 적용했는데 이 모델의 주행 감각은 어떻게 다를 것인지 궁금해진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데다가 회생제동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날카로운 브레이크 감각은 아니다.

 

노트 e-파워의 공인 복합 연비는 34.0 km/l(JC08모드 기준), 주행 중 기록한 연비는 20km/l를 약간 넘기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를 주행한 시간이 생각 외로 길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우수한 연비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도심에서 연비 주행을 하지 않고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연비가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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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e-파워는 본래 ACC, LDWS, 인텔리전트 오토 라이트, 스마트 룸미러 등 다양한 ADAS 장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이 차는 렌터카이기 때문에 아주 최소한의 장비만을 갖추고 있다. 그래도 전방에 추돌 위협이 발생할 경우 경고를 통해 알려주며, 차선 이탈에 대한 경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어서 습관적으로 좌측으로 이탈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막아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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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e-파워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전동화를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EREV에서 플러그를 제거하고 배터리 용량을 리프 1세대 모델의 1/20으로 감소시킴으로써 중량 증가는 물론 가격 상승 요인도 최대한 억제했다. 플러그가 없어지면서 충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기 충전 시설이 있는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그러면서도 전기 모터를 통해 전기차의 장점인 강력한 토크를 누릴 수 있고, 에너지 사용법에 따라 연료 소모는 물론 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모델이지만, 어쩌면 한국에서 꼭 필요한 전동화 모델인지도 모른다. 발전을 위해 엔진을 가동하긴 하지만, 배출가스를 확실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노트 e-파워는 2016년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출장으로 인해 일본에 머무르는 며칠 간 도로를 주행하는 모델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노트 e-파워는 지금 이 시대에 알맞은, 현실적인 전동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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