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일한 | 편리함으로 무장하다, 스즈키 브이스트롬 650 XT feat. 인피니티 QX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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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모두들 SUV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과거 험준한 전장을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SUV가 전쟁 종결 후 험준한 도로로 무대를 옮기더니, 이제는 도심까지도 점령하고 있다. SUV의 성장세를 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잇달아 다양한 크기의 SUV를 만들어내고 있고, 과거에는 SUV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제조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오죽하면 페라리까지 SUV 제작에 뛰어들 정도이니 말이다.

 

사실 이와 같은 범용성의 지배는 모터사이클 시장도 다르지 않다. 자동차의 종류만큼 다양한 모터사이클이 출시되고 있지만, 잘 포장된 도로와 험준한 임도를 모두 주행할 수 있는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이 판매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배기량과 주 무대가 되는 도로에 따라 다양한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이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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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은 전고와 최저지상고를 높여 임도 주행에 문제가 없도록 다듬고 두 명이 안락하게 탑승할 수 있는 시트를 마련하고 있으며, 최대 3개의 화물 운반용 캐리어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해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승차정원 내에서 안락한 탑승이 가능하고 동급의 세단에 비해 트렁크가 큰 데다가 2열 시트를 접어서 트렁크 확장이 가능한 SUV를 생각해 보면 둘 사이의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 중에서, 정확히는 미들급 멀티퍼퍼스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 바로 스즈키 브이스트롬 650이다. 이번에 시승하는 모델은 와이어 스포크 휠을 적용한 브이스트롬 650 XT 모델로 2017년을 맞아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디자인은 물론 엔진의 효율,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었다. 브이스트롬과 같이 주행하게 될 SUV는 인피니티 QX60으로 비록 크기와 탑승 인원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그 외에 닮은 점이 많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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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의 프론트는 대구경의 타원형 싱글 헤드램프와 돌출된 비크로 인해 돌고래를 연상시킨다. 비크는 연료탱크의 상단까지 연결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별도의 프론트 카울이 위치하는데, 이를 통해 전면에서 불어오는 주행풍을 조금이라도 막아서 라이더가 좀 더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료탱크는 생각보다 두껍지 않은데, 이로 인해 도심 주행에서 좀 더 편안하게 차체를 다룰 수 있다.

 

연료탱크 아래에는 V형 2기통 엔진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고 국내에서 기본으로 적용되는 엔진 언더가드가 멋과 동시에 불의의 사태로부터 엔진을 보호한다.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머플러는 직사각형으로 다듬어졌는데 크기에 비해 두께가 얇기 때문에 좁은 길을 통과할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650 XT 모델의 상징과도 같은 프론트 19인치, 리어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은 임도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하기 위한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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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라인이 주는 느낌은 인피니티 QX60과 어딘가 닮아 있다. 가로로 긴 형태와 LED DRL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형 헤드램프, 전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격자 형태의 대형 프론트 그릴이 그렇다. 리어의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D 필러의 독특한 라인과 차체 하단을 보호하기 위해 돌출된 플라스틱 가드, 빗살처럼 뻗어 있는 수많은 스포크가 적용된 20인치 휠 역시 닮았다. 시로 나카무라가 모터사이클을 디자인한다면 브이스트롬 650과 닮은 형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계기반은 커다란 아날로그 회전계를 중심으로 속도계와 기어 단수, 수온과 기타 정보를 디지털로 보여주는 방식. 야간은 물론 햇빛 아래에서도 시인성이 우수하다. 핸들바는 시인성을 위해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잡기 편하도록 위치했고 너클가드도 적용되어 임도 주행의 분위기를 살린다. 그립 좌우에 위치한 다양한 버튼들은 모터사이클이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심플한 형상으로 다듬어진 시트는 두 명이 안락하게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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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은 시트고가 높기 때문에 다리가 짧은 라이더는 두 발을 온전히 땅에 디딜 수 없게 되지만, 브이스트롬 650은 충분히 시트를 낮추었기 때문에 양 발뒤꿈치를 드는 정도로 안정적으로 설 수 있다. 임도 주행을 위해 최소한의 최저지상고를 확보한 서스펜션이 이를 가능케 한다. 비록 수동 방식이지만 라이더의 신장과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 윈드스크린 조절도 가능하고,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최근의 경향에 맞춰 12V 아웃렛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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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에 적용된 엔진은 스즈키가 정밀하게 다듬은 90° V형 2기통 DOHC 엔진으로 배기량 645 cc이며 8,800 rpm에서 최고출력 70.7마력, 6,500 rpm에서 최대토크 6.32kg-m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는데, 실린더 내 마찰을 감소시킨 레진 코팅 피스톤을 적용하고 캠샤프트를 정밀하게 다듬은 것은 물론 듀얼 스로틀 밸브 적용, 1개의 실린더 당 두 개의 스파크 플러그를 적용한 ‘듀얼 스파크’ 등으로 효율과 출력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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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틀을 살짝 비틀면서 클러치를 연결하는 순간부터 놀라움이 전해져 온다. 클러치 연결 시 왼손에 큰 힘을 줄 필요가 없이 부드럽게 연결되는데, 다른 모터사이클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감각이다. 이는 스즈키가 개발한 ‘로우 RPM 어시스트’의 공이 큰데, 엔진 회전을 인위적으로 보정해 시동을 꺼트리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고의적으로 클러치 레버를 급하게 떼면 시동이 꺼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꺼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V형 엔진을 적용한 모터사이클이 토크가 높다고 하지만, 브이스트롬 650의 풍부한 저회전 토크는 저속 주행을 하게 되는 도심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흡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터보차저 엔진과도 비슷한 토크 감각을 갖추는데, 이로 인해 발진은 물론 저회전을 중시하는 얌전한 주행에서도 라이더에게 스트레스가 가해지지 않는다. 2단 기어를 계속 사용할 필요 없이 4-5단에 기어를 맞추고 오른손에 살짝 힘만 주어도 부드럽게 차체를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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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로에 여유가 생겼을 때는 오른손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엔진 회전을 높이면서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독특한 고동감을 느낄 수 있다. 4,000 rpm까지 조용하던 엔진은 이 구간을 지나면서 성격을 조금씩 바꾸고 6,500 rpm까지 조금씩 고동을 높여가며 라이딩의 재미를 라이더에게 상기시킨다. 6,500 rpm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고동이 진동으로 바뀌는데, 만약 편안한 주행을 원하는 라이더라면 6,500 rpm 안쪽 회전만 쓰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투어링 중 많이 사용하게 될 90 km/h의 속력에서 기어를 6단으로 고정했을 때 엔진 회전은 4,000 rpm을 살짝 넘기는 수준으로 엔진이 회전하는 소리를 느끼며 편안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200 km에 가까운 거리를 직접 왕복하면서 계기반에 기록한 평균 연비는 약 17 km/l로 시승을 위해 고회전을 자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기량에 비해 준수한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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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의 그러한 주행 감각은 닛산이 오랜 기간 다듬은 V6 3.5L 자연흡기 엔진을 적용한 인피니티 QX60과 닮았다. QX60 역시 느긋함을 추구하는데, 굳이 고회전까지 엔진을 돌리지 않아도 넉넉한 출력과 토크로 큰 차체를 여유롭게 끌고 가기 때문에 도심에서 안달을 낼 필요가 없다. 탁 트인 도로에서 속력을 더 붙이기 위해 고회전 영역에 돌입하면 엔진이 성격을 바꾸고 엔진음을 바꿔가며 힘을 발휘하는데, 낮은 회전에서의 크루징에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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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은 멀티퍼퍼스이기 때문에 임도 주행능력도 갖추고 있다. 물론 그 성격 상 일반도로, 그리고 도심 주행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완벽한 험로를 가볍게 주행하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라이더들이 임도에 돌입하는 데에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브이스트롬 650 전용으로 제작된 브릿지스톤 배트락스 어드벤처 타이어는 일반도로 주행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임도에서도 쉽게 그립을 잃지 않고 계속하여 위력을 발휘한다.

 

스즈키가 개발한 전용 TCS도 안정적인 주행에 도움을 준다. 핸들바 왼쪽에 있는 스위치를 통해 TCS의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노면 상태가 좋다면 1단계로, 비로 인해 진흙탕이 만들어지거나 추위로 얼어 있다면 2단계로 조정해 뒷바퀴를 제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임도 주행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라이더라고 해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실력이 출중한 라이더라면 TCS를 완전히 끄고 일부러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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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스트롬 650의 그러한 점도 최근에 출시되는 도심형 SUV와 닮은 점이다. 성격 상 본격적인 임도 주행은 할 수 없지만, 일반 세단보다는 높은 최저지상고와 전자장치의 도움을 받는 구동방식으로 일반적으로 마주치는 임도는 가볍게 통과할 수 있다. 인피니티 QX60 역시 본격적인 임도 주행형 SUV는 아니지만 165mm에 달하는 세단보다 높은 최저지상고와 인텔리전트 4륜구동 시스템, TCS와 EBD의 도움으로 임도를 주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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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브이스트롬 650은 도심과 일반도로, 임도를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주행능력으로 놀라움을 보여주었고, 긴장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으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어떤 도로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편리함, 그것이 브이스트롬 650을 전 세계 멀티퍼퍼스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터사이클로 만든 요소인 것이다. 그런 점은 임도 주행능력을 덜어낸 도심형 SUV가 많이 판매되는 현재의 SUV 시장과도 닮았다.

 

그리고 브이스트롬 650은 뜻밖에도 인피니티 QX60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은 두 모델이 주로 주행하는 무대가 같고, 외형으로 보이는 자세와 엔진의 성격, 주행 능력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또한 누구를 태워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닮았다. 브이스트롬 650은 그렇게 형태와 기능으로 도심과 임도를 모두 누벼야 하는 라이더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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