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캐딜락 CT6 터보, 가격 그 이상의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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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리미엄이라고 하면 명품, 그리고 높은 가격을 떠올리게 된다. 자동차에서 프리미엄이라고 한다면 큰 차체와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실내, 그리고 배기량이 높은 엔진과 높은 가격이 떠오르게 되고 이와 같은 고정관념이 통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칭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높은 가격을 갖고 있는 것은 제작에 사용하는 재료와 기술들, 배기량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는 엠블럼의 가격도 있다. 그래서 프리미엄이라고 하면 ‘합리적’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프리미엄이 합리적이지 않아야 될 이유도 없다. 물론 합리적이라는 기준은 사람들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그 가격에 비해 많은 혜택이 제공되는 자동차가 있다면 합리적인 자동차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합리적인 프리미엄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판매량이 많으면 프리미엄의 가치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캐딜락 CT6 터보는 오랜만에 등장한 ‘합리적인 프리미엄 세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 이름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캐딜락은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과거의 향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프리미엄으로 통용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배기량을 낮추고 구동방식을 4륜에서 2륜으로 덜어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운전의 재미가 살아나고 있고 연비까지도 챙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형과 실내에서 고급스러움은 덜어내지 않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잘 맞는다. 가격 또한 그렇다.
CT6 터보는 5m가 넘는 길이에서부터 압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론트 오버행이 길이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길지만 날렵한’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 긴 보닛에 누워있는 듯한 A 필러와 루프에서부터 완만한 각도로 기울어져 날렵함을 표현하는 C 필러까지 캐딜락만의 역동성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하는 다른 자동차들이 쿠페와 비슷한 라인을 표현하기 위해 트렁크를 거의 없애는 데 비해 CT6는 트렁크를 제대로 남겨두고 있어 세단임을 강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렵한 인상을 준다.
전면에서는 캐딜락만이 갖고 있는 세로로 긴 형태의 LED 헤드램프와 헤드램프를 넘어 범퍼 끝단까지 내려오는 LED DRL, 가로로 긴 형태의 방패 모양 프론트 그릴이 눈에 띈다. 그동안 캐딜락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던 직선을 기조로 한 디지털적인 디자인 언어가 CT6에서 정점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릴과 프론트 범퍼 하단, 사이드 스커트, 손잡이 등 주요 부분에는 크롬을 사용했는데 반사가 적은 크롬을 사용해 눈이 부시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잘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론트 펜더에 위치한 캐딜락 엠블럼에도 크롬이 적용되어 있다. 밤에 자동차에 다가가면 손잡이가 가로로 긴 흰색 빛을 발하는데, 이로 인해 밤에도 문을 여는 데 문제가 없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후면의 테일램프도 세로로 긴 형태로 캐딜락만의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언뜻 보면 붉은색만 보이지만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주황색이 제대로 표시되고 있다는 점도 신기한 부분이다. 후진등은 범퍼 하단 가운데에 마련되어 있으며 머플러는 오른쪽에만 마련되어 있어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CT6의 실내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심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시보드의 형태 자체가 간결한데다가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10.2인치 LCD 모니터에 에어컨과 주행 모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캐딜락이 적용하고 있는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작동 면에서는 약간 느린 감각이 있지만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센터터널에 노트북의 터치패드와 같은 디바이스를 마련해 놓고도 동시에 스크린 터치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감각적으로는 스크린 터치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본래 CT6는 디지털 계기반을 사용하지만 CT6 터보는 속도계와 회전계에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의외로 불편함은 없으며 오히려 그 사이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4개의 게이지와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4 스포크 스팅어링 휠은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작동을 위한 버튼으로 가득 차 있으며, 스티어링 뒤에 패들시프트도 마련되어 있어 역동적인 운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시트는 탄탄하면서도 편안함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면적이 넓으면서도 두툼한 느낌의 헤드레스트가 머리를 잘 받쳐준다. 신체를 시트에 잡아주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와인딩 주행 시 상체가 흔들리는데, CT6가 본래 고급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코너링 실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긴 전장과 휠베이스로 인해 2열은 넓다 못해 광활하다고 느낄 정도이며, 비록 2열 시트의 등받이 등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앉는 순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수납공간과 편의장비 면에서도 2열에서의 안락함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뒷좌석의 온도 조절 장치는 삭제되었지만 송풍구는 유지하고 있으며, 2열 좌석 중앙에는 220V와 12V 아웃렛, 2개의 USB 포트가 마련되어 있어 디지털 기기가 많은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트렁크는 깊고 넓으며, 433.3L의 용량을 갖추고 있다. 길이가 긴 화물을 적재하기 위한 스키스루도 갖추었다.
CT6는 등급에 따라 2.0L, 3.0L, 3.6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그 중에서 이번에 시승하는 CT6 터보는 4기통 2.0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5,500rpm에서 최고출력 269마력, 3,000~4,500rpm에서 최대토크 41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며, 4륜구동을 적용한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후륜구동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터보차저가 널리 보급되면서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었다고는 해도 2.0L 엔진이 거대한 차체를 원활하게 견인할 수 있는가를 걱정하는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급가속이 필요하고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살리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약간의 출력 부족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강한 출력을 원할 때의 이야기고, 도심 또는 고속에서 일반적인 주행 상황이라면 출력 부족은 실감할 수 없을 것이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조건은 달라지겠지만 만약 가족을 태운다면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2,000rpm을 약간 넘기는 영역을 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급경사를 오르거나 고속도로에서 급가속이 필요하다면 3,000rpm을 약간 넘기는 정도까지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만약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원하게 되어 엔진 회전이 4,000rpm을 넘기게 되더라도 계기반을 가족이 보지 않는 이상 이를 들키기는 힘들 것이다. 그만큼 엔진이 정숙한데다가 실내로 침입하는 엔진음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1,600rpm으로 준수한 편이며, 이로 인해 고속 주행시의 연비는 상당히 우수하다. 공인 복합연비는 10.2km/l 이지만 고속 주행시 14.9km/l 까지 기록할 수 있었으며, 이후 시내 주행이 포함되는 구간에서도 11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사실 CT6에 적용되어 있는 퓨전 프레임은 최신 기술로 다듬어진데다가 차체의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있어 CTS에 적용하는 프레임보다도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높다. 출력이 낮은 엔진을 탑재하고도 우수한 연비를 기록할 수 있는 이유다.
엔진의 회전 반응은 전형적인 4기통의 느낌이지만, 매끈하면서도 회전에 지체가 없어 역동적으로 주행하기도 좋다. 레드존은 6,500rpm 이지만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수동으로 변속할 경우 6,900rpm까지 회전시킬 수 있으며, 회전 한계에 도달해도 강제로 변속되지 않아 엔진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시 충격이 거의 없으며 60km/h에서 2단, 95km/h에서 3단, 135km/h에서 4단으로 변속하여 1단 기어비가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멀티링크, 리어 5링크 타입. 상위 모델과는 다르게 캐딜락이 자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적용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링 시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면서 강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다소 울퉁불퉁한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해도 충격은 유연하게 걸러내면서 하체의 상황은 제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코너링의 재미가 스티어링과 엉덩이에 직관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시트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ADAS 관련 장비도 준비되어 있다.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시스템은 60km/h 이상에서 작동하는데, 차선을 밟아야만 작동하는 형태이다. ACC는 없지만 전방 자동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불빛 또는 시트의 진동으로 가까움을 경고하는 장치가 있으며,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도 준비되어 있다. 주차에 용이한 360도 카메라도 제공하며, 야간에도 뒤를 확인할 수 있는 리어 카메라 미러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캐딜락 CT6 터보는 그 구성과 성능, 디자인으로 ‘합리적인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인 6,980만원은 사회적 체면 또는 여러 가지 위상을 고려하여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를 고집하면서도 가격과 배기량, 세금 등으로 인해 선택을 망설여왔던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자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는 CT6 터보의 구성과 가격을 듣고 나서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몇 명 있다.
잠재 구매 고객에게 캐딜락이라는 이름을 고려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CT6 터보는 할 일을 다 한 것이지만, 뜻밖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코너링에서의 절묘한 반응이 겹쳐져서 운전 재미를 더한다는 점과 조용한 실내 그리고 편안한 시트를 제공한다는 점은 프리미엄 패밀리카로써의 역할도 충실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CT6 터보의 진정한 매력은 가격, 그 이상의 재미와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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