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초고성능 소형 세단, 메르세데스 AMG CLA 45 4MATIC 50주년 AMG Ed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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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나 빠른 속력을, 더 강한 힘을 원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힘이 센 용맹한 말 ‘부케팔로스’를 타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전장을 누볐고, 관우는 유비에게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적토마를 절실히 원했다. 항우는 흑룡이 변해서 말이 되었다는 오추마를 길들이기 위해 반나절 동안 사투를 벌였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도 속력과 힘을 손에 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들였는지 알 만 하다.
그러한 인간의 본능은 자동차가 탄생한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고, 서로가 속력과 힘을 겨루기 위해 레이스를 벌였다. 당시의 레이서들은 순수하게 자동차의 힘에 사로잡혔고, 지금처럼 코너를 돌기 위해 감속을 한 것이 아니라 높은 출력으로 코너를 정복하려는 무모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본성은 남아 있고, 사람들은 자동차의 속력과 힘을 겨루는 F1, WRC 등의 레이스에 열광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빠른 속력과 강한 힘을 원하는 사람에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공무원과 경찰들은 도로를 법규로 채우고 모두들 느린 속력으로 주행하기를 강제한다. 고성능 자동차는 너무나 쉽게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어버리고, 전기 모터만이 깨끗함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면서 ‘자율주행차’를 통해 인간에게서 간단하게 운전대를 뺏어가고자 한다.
정말 그럴까? 어쩌면 우리는 속력과 힘을 갖춘 사람들을 너무 쉽게 질투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이 단련해 온, 어쩌면 인간의 DNA 안에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속력과 힘에 대한 욕망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찰의 이동식 감시카메라도 활동하지 못하는 한밤중에 한적한 도로를 만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가속 페달에 힘을 주게 되는 것이 운전자의, 아니 인간의 본성이다.
이번에 탑승하는 차는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살려줄 수 있는 고성능 쿠페형 세단 메르세데스 AMG CLA 45 4MATIC, 그 중에서도 50주년 AMG Edition이다. 전에 메르세데스 AMG A45를 통해 고성능을 충분히 맛보긴 했지만, 이 모델은 메르세데스 AMG 창립 50주년을 맞아 부분 랩핑으로 포인트를 주고 시트도 바뀌어 있다. 고출력 엔진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루기 쉬운 특성은 메르세데스 AMG가 추구하는 바를 잘 말해주고 있다.
CLA를 보고 있으면 CLS가 비율에 맞춰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전면에서는 A 클래스의 모습이 보여지만, 헤드램프의 끝부분을 약간 돌출시켜 인상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고, 테일램프는 CLS의 삼각형 형태의 테일램프를 비율에 맞춰 다듬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4도어 쿠페임을 강조하는 루프 라인과 사이드 윈도우의 형상인데, 작은 차체에 크기를 맞추면서도 절묘하게 라인을 만들어냈다는 인상을 받는다.
대부분의 메르세데스 AMG 모델들이 그렇듯이 CLA 45도 프론트와 리어 범퍼의 형상을 달리하고 사이드 스커트를 적용해 스포츠카의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론트 범퍼 측면에 적용된 카나드는 바람의 흐름을 제어하는 동시에 이 차가 갖고있는 퍼포먼스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포인트다. 트렁크 리드에도 과감하게 돌출된 립 스포일러가 적용되어 있고, 리어 범퍼 하단에도 디퓨저를 적용해 에어로다이나믹을 추구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19인치 AMG 크로스스포크 휠과 붉은색의 커다란 브레이크 캘리퍼, 휠 안을 가득 채우는 대구경 디스크가 이 차의 성능을 대변한다. 시승차는 검은색 차체에 AMG 50주년 기념 모델임을 강조하기 위해 노란색으로 포인트마다 랩핑을 적용했는데, 색상 적용의 절묘함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운전석 부분을 가로지르는 회색의 스트라이프도 이런 분위기를 더한다.
실내 디자인은 일반 CLA와 거의 동일하지만, 세세한 디자인과 소재의 선택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대시보드에는 가죽과 함께 알칸타라가 적용됐고, 송풍구와 스티치는 노란색을 적용해 포인트를 부여했다. 여기에 스웨이드를 적용한 AMG 전용 D컷 스티어링 휠과 320km/h까지 새겨져 있는 원형 아날로그 계기반, 스티어링 칼럼이 아닌 센터터널에 위치한 기어노브와 거기에 새겨진 AMG의 원형 엠블럼이 이 차가 평범한 모델이 아님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무엇보다 고성능에 맞춰서 본격적으로 다듬어진 1열 시트가 인상적이다. 레카로에서 공급받은 풀 버킷 전동시트를 적용하고 있는데, 가죽과 알칸타라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신체 지지력도 확보하고 있다. 측면의 허리 지지대와 허벅지 지지대는 운전자의 신체에 맞춰서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 그야말로 ‘몸에 딱 맞는’ 운전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 이 차가 스포츠카임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2열 시트 역시 가죽과 알칸타라로 마감되어 있어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고, 2열에 별도의 송풍구가 있어 쾌적함도 확보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루프 라인을 통해 날렵한 인상을 만들려고 한 결과 헤드룸에 여유가 없다. 기본 적용되어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헤드룸을 좀 더 뺏고 있을 것이다. 트렁크는 의외로 큰 편으로 용량이 470L에 달하며, 필요시에는 뒷좌석을 접어서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의외로 실용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차에 탑재되는 엔진은 AMG에서 한 명의 장인이 직접 제작한 2.0L 직렬 4기통 엔진으로 터보차저를 적용해 6,000rpm에서 최고출력 381마력, 2,250~5,000rpm에서 최대토크 48.4kg-m을 발휘한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2.0L 엔진 중에서 가히 최고출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출력을 바퀴로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7단 AMG 스피드시프트(DCT)와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본적으로 느껴지는 성능은 AMG A45 때와 비슷한데, 저배기량 고출력 터보차저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터보 래그가 거의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최대토크가 2,250rpm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그 이하의 회전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도심 주행에서 약간 답답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저회전 가속에서도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곧바로 엔진 회전과 반응이 바뀌는 점도 이 차의 성능을 끌어내게 하는 데에 일조한다. 스포츠 모드 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면 기본적으로 엔진 회전을 좀 더 높게 잡아주는데, 이 때 최대토크 발휘 영역에 쉽게 돌입하기 때문에 가속 반응도 한층 더 빨라진다. 만약 한적한 도로에서 성능을 확실히 보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주행 모드와 상황에 따라 변속 시점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6,000rpm 전후로 변속이 이루어진다. 레드존은 6,300rpm부터 시작하지만 M 변속모드에 돌입하면 6,600rpm까지 사용할 수 있고 패들시프트 조작 전까지는 기어를 강제로 바꾸지 않기에 엔진을 적극적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 50km/h에서 2단, 80km/h에서 3단, 115km/h에서 4단으로 전환된다.
DCT 로직에 변속을 전적으로 맡기고 스티어링 조작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변속기에서 M 모드를 선택하고 패들시프트를 조작해 적극적인 변속을 진행하는 것도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재미로 다가온다. 특히 와인딩 도로에서 엔진 회전을 올리고 코너를 통과해나가는 감각은 짜릿할 정도인데,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트레일링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4륜구동과 합쳐저 거의 흔들리지 않는 코너링을 구사하게 해 준다.
코너에서 차체의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는데다가 풀 버킷시트로 인해 신체도 의자에 고정되어 있으니 안정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2회전의 예민한 스티어링을 갖춘 차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록투록 2.6회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속 코너에서 아주 약하게 언더가 나는 정도로 라인을 그려나갈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상당히 뛰어난 편으로 초고속 주행 중에도 2-3초 만에 100km/h 이상의 속력을 줄일 수 있다.
배기량이 작은 엔진에 고성능을 부여한 만큼 연비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공인 복합연비는 9.9km/L이고 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5~6km/L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100km/h에서 1,800rpm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한다면 10km/L가 넘는 연비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차에 탑승한 뒤 엔진음을 들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운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메르세데스 AMG CLA 45 4MATIC은 그러한 고성능 하나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작은 차체에 세단의 실용성, 쿠페의 날렵함을 갖추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 본질은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질주 본능, 힘의 본능을 일깨우는 데 있다. 현대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그 힘을 아무데서나 깨울 수는 없겠지만, 언제든 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운전자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주고 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가 진행된다 해도 자동차는 자동차의 길을 걸을 것이고, 운전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기차도 출력 경쟁을 하고,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성능 퍼포먼스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 AMG라는 이름은 언제나 운전자의 본능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름이고 CLA 45는 감성을 일깨우는 소형 세단이자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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