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올란도 & 트랙스,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한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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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캠핑과 레저가 잘 어울리는 여름이 다가왔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서 때로는 캠핑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매일 생기는 새로운 일들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이와 같은 생각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매년 일을 우선했기 때문에 여름에 캠핑은 물론이고 레저조차 제대로 즐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뭔가 전환할 만한 기회가 필요했다.
캠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동차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SUV와 MPV는 캠핑과 레저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자동차이니 캠핑에 잘 어울릴 것이다. 이와 같은 기대를 품고 쉐보레에서 준비한 캠핑용 자동차에 올랐다. 비록 화물 적재에는 실패했지만, 캠핑장까지 직접 이동하면서 쉐보레의 캠핑용 자동차들이 지닌 의외의 잠재력과 성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캠핑을 위해 준비된 자동차는 캡티바, 트랙스, 올란도로 모두 아직 시승해보지 못한 모델들이었다. 이 셋 중에서 처음 선택한 것은 준중형 MPV인 올란도. 2011년에 처음 출시됐으니 세월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동급 내에서 우월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동급의 경쟁 모델인 기아 카렌스보다 4배 이상 많은 판매량(올해 6월 기준 올란도 1,231대, 카렌스 278대 판매)으로도 증명된다.
전면의 대형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를 비롯해 차체 곳곳을 사각으로 구성한 올란도의 외형은 디자인적으로 멋을 내기 보다는 MPV에서 가장 중요한 실용성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을 준다. 루프와 캐릭터 라인은 직선으로 다듬어 완고한 이미지를 부여했으며 차체 하단과 펜더 휠하우스에는 무광검정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2015년부터 전면의 대형 프론트 그릴과 사각형의 헤드램프, 개량을 거듭하면서 LED 주간주행등이 추가된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가 적용됐지만 그 외의 변화는 없다.
실내 역시 센터페시아 상단에 마이링크가 적용된 것을 제외하면 날개 형태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시크릿 큐브 등 기존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뒤가 전동으로 움직이는 1열 시트는 착좌감이 우수하며, 스티어링의 그립감도 MPV로써는 우수한 편이다. 외형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각의 형태로 다듬어져 있어 박스 등의 화물 적재가 용이하며, 필요 시 2,3 열을 모두 접어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그야말로 캠핑에 꼭 맞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올란도는 외형은 크게 바꾸지 않았지만 세월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전자장비와 안전장비를 추가하고 파워트레인을 개선했다. 전방추돌, 차선이탈,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을 장착했으며, 2016년형 부터는 유로 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1.6L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변속기도 Gen 3 6단 자동변속기로 개량돼 출시 초기와 같은 변속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제한 속도까지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도 안정적으로 가속한다. 실내로 유입되는 디젤 엔진의 소음도 많이 차단되어 있어 탑승객들이 대화 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시승차에 탑재된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한다. 기존 엔진보다 배기량이 낮아지면서 최고출력 29마력, 최대토크 4.1kg-m이 감소했지만, 감소된 토크를 느끼기는 힘들다. 대신 소음이 작아지고 연비가 상승했으니 오히려 얻은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차체와 서스펜션의 절묘한 세팅으로 인해 MPV임에도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승차감을 갖추었으며, 와인딩 코스에서의 거듭된 하중 이동에도 불구하고 자세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스포츠카를 구입하고 싶지만 가족들을 위해 MPV를 구입한 가장이라면 환호를 지를지도 모르겠다.
올란도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조용함, 높은 연비로 인해 가족에게 딱 맞는 자동차다. 여기에 탄탄한 하체와 적절한 성능의 엔진까지 갖추고 있으니 가장의 질주 욕구도 어느 정도 만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올란도는 가족과 가장의 욕구를 적절히 조화시켰기 때문에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 없이도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해 욕심을 양보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소형 SUV인 트랙스는 2013년에 출시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SUV 구매조건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디젤 엔진이 없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와 함께 일정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량만은 유독 시원치 않았다. 그랬던 트랙스가 2015년에 오펠에서 공급받은 1.6L 디젤 엔진을 라인업에 추가하면서 서서히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외형은 첫 출시 당시의 디자인 코드인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약간 높게 위치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실제 높이는 1,670mm로 경쟁 모델에 비해서 약간 높을 뿐이다. 프론트 펜더와 리어 펜더를 약간 부풀리고 무광검정 플라스틱을 적용해 SUV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아치 형태의 루프 라인과 남성적인 면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 단정하게 다듬은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가 조화를 이룬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기반으로, 회전계의 시인성은 상당히 우수하다. 역동적인 주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트랙스는 역동성을 담아야 하는 모터사이클도, 스포츠카도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시트는 높이를 최대한 낮춰도 크게 낮아지지 않는데, SUV의 특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방시야가 약간 답답하고 숄더 체크가 불편한 면이 있는데, 쿠페 라이크 스타일과 높은 시트가 일으키는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소형 SUV인 점을 감안해도 트랙스의 트렁크 크기는 약간 작은 편이다. 그러나 2열을 접으면 더 넓은 적재 공간을 얻을 수 있으며, 루프 레일에 장착하는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적재 공간을 더 늘릴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수납공간은 칭찬할 만한 부분이며, 센터콘솔에 4개의 컵홀더가 있어 캠핑을 위한 장거리 주행 시 많은 도움이 된다. 센터콘솔 맨 끝에 있는 220V 전원 아웃렛은 전자기기 사용이 많은 현 시대에 큰 장점이다.
탑승한 모델은 올란도와 동일한 1.6L 디젤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을 발휘한다. 국산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출력과 토크에서 약간 우위에 있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 없는 가속 감각을 갖추고 있다. 차체 상부와 하부 프레임을 연결한 통합형 보디 프레임이 부여하는 높은 차체강성과 서스펜션이 이루는 조화도 와인딩 로드에서 안정감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올란도보다 약간 더 높다. 올란도와는 달리 기어 노브에 토글 스위치를 적용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트랙스는 소형 SUV인 만큼 소규모 캠핑에 최적화되어 있다. 본격적인 험로 주행까지는 아니어도 임도 주행은 충분히 가능하며,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외형과 주행 성능, 높은 안정감은 도심과 교외를 모두 정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약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을 때의 트랙스만 생각하고 있다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직접 시승해 보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적어도 동급에서 토크가 부족하다는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올란도와 트랙스는 출시된 지 오래되어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엔진과 변속기를 변경하고 편의장비를 추가하는 등 꾸준한 개량을 거치면서 내실을 다져왔다. 그리고 SUV와 MPV가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인 캠핑과 레저에 알맞은 특성을 제대로 갖췄으며, 도심에도 어울리는 스타일 또는 가족을 위한 넉넉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된다면, 내년을 대비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휴식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는 미리 마쳐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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