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올라 세뇨리따(Hola Señorita), 메르세데스 C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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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과도 비슷한 선선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기후를 느끼며 자동차에 오른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적혀 있는 표지판과 한국과 비슷한 거 같지만 흐름이 다른 고속도로, 평범한 서킷을 무색하게 만드는 자연 그대로의 산악도로. 그런 이국적인 풍경이 반기고 있는 스페인에서 갓 태어난 메르세데스 CLS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미 앞에서 달리고 있던 차는 사라졌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메르세데스 CLS는 ‘4도어 쿠페’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등장한 이후 2010년에 2세대 모델이 등장했고, 이번에 탑승하는 모델은 작년 LA 모터쇼에서 등장한 3세대 모델이다. CLS가 등장한 이후 다른 제조사들도 잇달아 4도어 쿠페라는 장르에 뛰어들었고, 이제는 이 시장도 상당히 규모가 커졌다. 세단의 디자인에 스포티라는 큰 변화를 갖고 왔으니 ‘장르의 개척자’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CLS가 스페인에서 시승회를 진행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미국 대륙을 발견했던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했던 곳이 바로 이 스페인이기 때문이다.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는 자동차인 CLS에 딱 맞는 무대인 것이다. 그런 역사를 더듬어보며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신형 CLS를 타고 도로에 올랐다. 유려한 디자인과 새로운 엔진, 그들과 조화를 이루는 주행 감각이 드러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1세대 모델부터 강조되어 왔던 쿠페 형태의 둥그스름한 루프 라인과 전면에서의 역동성이 3세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모델과 다른 점은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감각적인 순수함(Sensual Purity)’이 조금 더 강조되었다는 것으로, 전면에는 AMG GT에서 영향을 받은 아래가 좀 더 긴 형태의 프론트 그릴 그리고 한 면으로 다듬어진 날카로운 형태의 헤드램프가 위치한다. 날카로운 ‘ㄱ’자 형태의 LED DRL이 인상적이다.
옆에서 전면을 관찰하면 프론트 그릴의 상단이 하단보다 조금 더 돌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샤크 노즈’라고 부르는 형태로, 이를 통해 측면에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구사하고 있다. 시승 모델은 AMG 룩이 적용되어 있어 프론트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가 상당히 넓고, 기존 모델들보다는 그 느낌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제공하는 ‘도그 본(Dog Bone)’이라고 부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루프와 벨트, 캐릭터 라인은 CLS를 메르세데스의 다른 자동차들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려한 곡선을 지닌 루프로 인해 ‘4도어 쿠페’라는 역동성이 드러나는데다가 프레임이 없는 도어는 열었을 때 그 존재감을 발산한다. 전면에서 돌출되어 있는 프론트 펜더를 살펴보고 있으면 그 뒤로 이어져 있는 벨트라인과 숄더라인이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물론 측면에서도 이 라인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테일램프 역시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한 개의 평평한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그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내부 그래픽으로 인해 입체감이 잘 살아있다. 후면은 언뜻 밋밋한 것 같으면서도 트렁크의 각도와 트렁크 리드의 곡선으로 인해 멋이 살아난다. 리어 범퍼는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고, 머플러는 범퍼 하단에 매립된 형태이다. AMG 모델의 경우 리어 범퍼에 좀 더 돌출된 형태의 디퓨저게 적용되어 있고, 원형 머플러가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전장 4,988mm, 전폭 1,890mm, 전고 1,435mm로 기존 2세대 모델보다 전체적으로 차체가 커졌다. 휠베이스 역시 2,939mm로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이 조금 더 넉넉해지는 면이 있다. 기존 모델보다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날렵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CLS의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은 E 클래스 쿠페와 상당히 닮아있다. 메르세데스 전 라인업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하나의 코드르 통일되어 있으므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구분을 지을 수 있는 부분은 스티어링 휠과 송풍구 그리고 도어 트림이라고 할 수 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 메르세데스만의 와이드스크린 콕핏은 다앙한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큰 만족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투톤 컨셉을 통해 둘러싸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립감이 우수한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S 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도 경험했던 형태로, 메르세데스는 이제 크루즈 컨트롤 레버를 없애고 버튼 형식으로 스티어링에 통합시키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디지털 계기반은 취향에 따라 3개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고, 가운데 부분과 회전계가 있는 오른쪽 원에 출력되는 정보 역시 운전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HUD에서는 속도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어 계기반으로 시선이 떨어지는 일을 줄이고 있다.
터빈 블레이드를 모티브로 한 송풍구는 E 클래스 쿠페에서도 경험했던 것이지만, CLS에서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송풍구는 실내 온도를 높일 때는 붉은색, 낮출 때는 파란색으로 빛을 내 직관성을 더한다. 또한 밤에는 송풍구가 엠비언트 라이트 색상과 동일하게 빛나는데, 그 모습이 황홀함을 안긴다. 빛과 함께 부메스터 오디오의 음악이 어우러지면 야간 운전에서 큰 만족을 부여할 것이다.
1열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상체 측면을 잡아주며, 코너링에 따라 측면이 반응하면서 상체를 안쪽으로 조여서 안정감을 부여한다. 착좌감은 편안함과 단단함 사이에서 고민을 한 형태로, 단단함 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2열 시트는 기존 모델들과 대비되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 센터가 나누어지지 않아 3명이 앉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2명의 아이를 태우고 아내가 중간 좌석에 앉을 수 있게 되어, 기존 모델보다 좀 더 가족 친화적인 모델이 되었다.
메르세데스 CLS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파워트레인은 모두 직렬 6기통으로, 최근에 새로 개발한 엔진이다. 본래대로라면 S 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버전부터 먼저 혜택을 입어야 했지만 규정으로 인해 V6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채로 들어왔기 때문에 미국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첫 번째 모델이 된다. 여기에 AMG에서 새로 개발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인 AMG 53이 가세한다.
맨 먼저 키를 쥐게 된 모델은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CLS450.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1.0kg-m을 발휘하며 9단 자동변속기와 4륜구동을 조합한다. 중요한 것은 ‘EQ 부스트’라고 부르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는 것으로, 모터를 통해 출력과 토크를 더할수도 있고 연비 주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번에는 주행 감각에 주로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연비 주행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한번 더 기회를 빌고자 한다.
367마력이나 되는 엔진이지만 시동은 조용하게 걸린다. 메르세데스의 모델들은 AMG를 제외하면 경쾌한 발진 대신 진중한 발진을 우선하지만 출력과 토크가 있어서인지 커다란 차체가 제법 가볍게 움직인다. 직렬 6기통 엔진의 회전 감각은 저속에서는 기존 모델의 V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기본적으로 엔진의 진동을 억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메르세데스라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고속 영역에 진입하고 엔진 회전을 높이면 V6에 비해서 엔진 회전계가 좀 더 수월하게 상승한다. 진동은 적으면서 고속에서도 매끄러운 매력적인 엔진이다. 계기반 오른쪽 하단에서는 크기가 작은 충전과 파워 게이지가 주행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데, 개입을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소소하게 연료를 아끼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보다는 연료 절약 범위가 적지만, 그만큼 공간의 침해가 없으면서 자연스러운 형태라는 점에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와인딩 코스에 오르자 CLS의 진면목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프론트 4링크, 리어 5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와 헤어핀에서 속도를 내 진입해도 의연하게 자세를 유지한다. 감각적으로는 E 클래스에 적용되는 에어 바디 컨트롤보다 조금 더 단단한 느낌으로, 승차감보다는 역동적이면서 단단하게 버텨주는 주행에 조금 더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승차감의 감소를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초행길이지만 속력을 조금 더 내서 코너에 진입해도 자세가 무너지기는커녕 타이어에서 스키드음조차 나지 않는다. 도로의 폭이 좁아 CLS 한 대 만으로도 좌우 폭의 여유가 거의 없는데다가 가드레일 너머는 바로 절벽으로 이어지지만 가속 페달에서 좀처럼 발을 뗄 수가 없는 것은 CLS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가족을 생각해야 하지만 젊은 스타일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 많은 운전자들이 선택하기 좋은 차이기 때문이다.
산길과 산길을 이어주는 작은 간선도로를 주행할 때는 ‘디스트로닉 플러스’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지만, 디스트로닉 플러스를 작동시키면 카메라가 교통 표지판을 인식하고 제한속력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한다. 100km/h로 맞춘 것 같은데 갑자기 120km/h까지 가속했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도로 오른쪽의 표지판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물론 감속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지만, 방향지시등 작동 시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기도 한다. 직접 사용하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데, 만약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가 감지되면 차선 변경을 잠시 미루었다가 지나가는 것이 감지된 후 변경한다. 이 정도의 기능이라면 자율주행 2단계가 아닌 2.5단계라고 언급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완전히 스티어링을 손에서 떼지는 못하겠지만 자율주행 3단계는 몇 년 안에 실용화 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에는 AMG 53에 올랐다. 실내 디자인에는 차이가 없지만, 카본 패턴으로 대시보드를 장식하고 AMG가 새겨진 D 컷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 맞춰도 깊게, 다소 거칠게 울리는 배기음이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모델’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CLS에는 V8 엔진이 탑재될 계획이 없다고 하니 사실 상 AMG 53이 최상위 퍼포먼스 모델이 되는 셈이다.
19인치 휠 안을 가득 채운 브레이크 디스크를 볼 때부터 이 모델이 만만한 모델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지만, 최고출력 435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토해내는 회전음과 회전을 높일수록 같이 높아져가는 배기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약간 배기음이 거칠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되면 거친 감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전동화 시대가 되어도 메르세데스 AMG 특유의 사운드는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본래 AMG 모델은 나긋함 대신 경쾌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발진 감각부터가 다르지만, 53 모델은 엔진 회전 상승부터 출력까지 지체 없이 끌어낸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인해 하나의 터보차저에 전기 모터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 말인 즉 터보래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렬 6기통 이지만 기존 V8 AMG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기 모터는 출력은 22마력 밖에 보태지 못하지만 25.5kg-m 이라는 높은 토크로 초반 가속에 유리함을 주고 있다.
AMG 53 모델을 받자마자 와인딩 로드로 조금은 더 거칠게 진입하고 싶었지만, 옆 자리에 앉은 동료 기자가 멀미를 호소하고 있어 그렇게 진입할 수 없었다. 결국 회전수를 높인 것도 5,000rpm을 살짝 넘긴 것이 최대이지만, 최대한 와인딩에서 차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주행해보니 AMG 서스펜션의 진면목이 더 자세히 드러난다. AMG 라이드 컨트롤과 에어 서스펜션이 조합되어 도로에 따라 재빠르게 성격을 변경시키고 있으니, 차체의 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귀환 시간이 늦어져 조금은 속력을 내야 했는데,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엔진 회전을 높이면서도 가능한 한 롤이 없도록 연속된 코너를 통과하니 운전의 재미도 생기면서 안정감도 동시에 얻어진다. 멀미를 호소하던 동료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 잠을 청하는 것을 보면 AMG 모델로써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배기음은 다소 거칠어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니 말이다.
3세대 CLS는 커진 차체와 새로 제작한 직렬 6기통 엔진, 고성능 전동화를 추구하는 AMG 53의 가세로 인해 기존 모델보다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사진 만으로 실망했다고 하면, 실제로 바라보면 위압감과 날렵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매끈하게 회전하는 엔진과 가족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실내 공간, 가족 구성원이 모두 만족하기 위한 서스펜션, 다양한 안전 장비와 운전 보조 장비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 CLS도 4도어 쿠페라는 독특한 매력을 느꼈기에 선택한 고객들이 많았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한국이 전 세계 CLS 판매 순위 2위를 달성하게 한 매력일 것이다. 신형 CLS는 그러한 매력을 한층 더 배가시키고 있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가족이 있으면서도 아직은 달리고 싶은 운전자라면 그 매력에 더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CLS의 매력을 지중해에서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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