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안전이 먼저다, 쏘나타 자율주행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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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전’일 것이다. 현재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고, 그들 중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율주행차의 시판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키면 안 되기 때문이며 사고는 곧 운전자 또는 상대방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진들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비록 다른 운전자들이 다니지 않는 폐쇄된 서킷에 가까운 도로를 주행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조건을 실험하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CES에서도 BMW의 무인주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가 코스를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보여진다.
이번에 시승을 진행한 자율주행차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보유한 자동차로 현대차의 쏘나타를 개조한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프론트 범퍼에 내장되어 있는 LIDAR, 지붕에 적용되어 있는 고정밀 GPS 안테나, 프론트 펜더 측면에 작게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소나타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왕관과도 같은 전방위 감시형 LIDAR를 적용하는 웨이모의 자율주행차에 비하면 심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심플함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전면 윈드실드 상단에 적용되어 있는 다양한 용도의 카메라, LIDAR가 측정하는 물체들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나타와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기기로 인해 실내가 복잡하고 탑승인원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실험용 자율주행차는 4명이 모두 탑승할 수 있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아직은 부족한 주행성능, 가능성은 열려있다
욕심으로는 자율주행차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기능을 모두 사용해보고 싶지만, 운전석에는 연구원이 탑승했기에 뒷좌석에 탑승해서 주행을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다. 만약 출발부터 목적지 도착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출시된다면, 운전석이 아니라 뒷좌석에서 태블릿 PC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거나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레벨4 까지는 운전석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차는 시험용이라는 것이고, 자율주행 기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발 후 코스 진입까지는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한다. 시험 무대인 고속주회로에 진입한 후 스티어링 휠에 있는 ‘크루즈’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율주행 모드에 진입하고, 그 뒤부터는 자동차가 전방 및 측면, 측후방의 상황을 감지하면서 주행한다.
자율주행 모드에서의 안전을 실험하기 위해 돌발 상황을 발생시키는 자동차 두 대가 따라붙었다. 본래 돌발 상황 연출에 한 대만 사용했었는데, 두 대를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가 탑승했을 때는 다른 방송국의 촬영 차량이 추가되면서 본의 아니게 세 대의 자동차가 돌발 상황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런 변수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도 사고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움직여서 신뢰를 주었다.
먼저 자율주행차는 앞 차와의 차간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는 최근에 몇몇 자동차에 적용되어 있는 ACC를 통해 충분히 체험했지만, 자율주행차가 다른 점은 현재 2단계 주행보조를 지원하는 자동차들과 다르게 곡률 반경이 큰 코너에서도 스스로 스티어링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실내의 모니터에서는 LIDAR에 감지되는 물체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세 대의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물체가 감지되고 있었다. 이를 분류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몫이다.
전방 카메라의 경우 80m 앞에 있는 물체를 감지한다. 전방에 있는 물체가 사람인지, 트럭인지, 다른 자동차인지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 점선, 실선 등 차선의 정보도 전달해서 분류하도록 한다. 센서와 LIDAR는 감지 위치에 있는 물체들까지의 거리와 방향, 이동 속도를 계산해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이를 통해 앞 차와의 충돌을 계산,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앞 차가 속도를 줄이면 자율주행차도 같이 속도를 줄이고, 전방에서 자동차가 사라지면 이를 감지한 후 다시 설정된 속도에 도달하기 위해 가속한다. 차선변경을 원할 때는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되는데, 만약 변경을 원하는 차선에 다른 자동차가 주행하고 있거나, 차선이 점선이 아닌 실선일 경우에는 경고음만 울리고 차선을 변경하지 않는다. 안전과 동시에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의 제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코너를 회전하고 있던 도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속주행차가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더니 곧바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하지 않도록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브레이크 작동 대신 다른 차선을 이용해 회피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 UN에서 안전 기준으로써 논의 중이기 때문에 이를 통과해야만 인공지능이 회피 또는 감속 중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자율주행 중이라고 해도 운전자가 페달 또는 스티어링을 조작하게 되면 바로 자율주행 모드가 해제된다고 한다. 정해진 코스만을 주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덜했지만, 만약 일반도로 주행실험이라면 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자동차가 돌발상황을 연출했을 것이고 그 긴장감은 수십배에 달했을 것이다. 단,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돌발상황이 적게 연출되는 고속도로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자율주행차를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아우디는 신형 A8을 공개하면서 고속도로를 60km/h 이하로 주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했고, 캐딜락도 2018년식 CT6부터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서 스티어링 조작이 필요 없는 레벨3 수준의 ‘슈퍼 크루즈’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ADAS 시스템에 가까운 1년 전의 시스템에 비해 자동차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능의 레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동차를 구입하면 바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국내에서는 레벨3 자율주행도 아직 사용할 수 없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의 제정보다는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고정밀 지도와 고정밀 GPS이고,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중앙 서버가 통신할 수 있는 통신 기능도 필요하다.
캐딜락이 CT6를 통해 제공하는 자율주행 기능인 ‘슈퍼 크루즈’ 경우 GM에서 제공하는 커넥티드 서비스인 ‘온스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온스타 관련 인프라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새로 구축해야 한다. 캐딜락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구축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슈퍼 크루즈 기능은 2020년 즈음에나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아우디도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신형 A8이 국내에 들어온다 해도 고정밀 지도와 커넥티드 등의 기반이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가격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2017년에 미국 코넬 대학의 연구진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운전자들은 완전 자율주행 기능 추가에 4,900 달러(약 550만원), 반 자율주행 기능 추가에 3,500 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인데, 볼보의 경우 자율주행 기능 추가에 드는 비용을 1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
이번 자율주행차 시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까지 완벽한 제어는 불가능하다’는 점 이었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고, 교통연구원에서 이야기하는 2025년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허상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도로 위에서 좀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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