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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 실키 일렉트릭 – 메르세데스 AMG E 53 쿠페 & 컨버터블 텍사스 현지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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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보이지 않는 조력자’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 존재가 눈에 띄거나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을 누구보다 앞서서 또는 강하게 추진하는 것도 아니지만, 잔잔하게 보탬이 되면서 일 자체를 수월하게 진행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 존재를 모르겠지만, 있다가 없어진다면 그 빈자리가 조금은 더 크게 느껴지는, 모든 것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그런 존재가 어디에나 있다.

 

메르세데스 AMG가 라인업을 확충하면서 전동화의 점진적 진보를 꿈꾸며 출시한 53 라인업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한다. 벤츠가 새로 개발한 직렬 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여기에 아주 적은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더하고 있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올해 초, 신형 CLS를 통해 이 엔진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 시간이 상당히 짧았기에 53 라인업의 진가를 완전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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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는 듯, 다시금 53 라인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쿠페 그리고 컨버터블에 AMG가 튜닝을 가하면서 53 라인업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무대는 광활한 평지가 끝없이 펼쳐지거나 구불구불한 산길에 길게 이어지는 광경을 느낄 수 있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이다.

 

메르세데스 AMG의 라인업 확충은 끝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CLS와 E 클래스, AMG GT 4도어 모델에만 적용되어 있지만, 앞으로 엔진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 모델이라면 어김없이 탑재할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리고 53 라인업은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 AMG를 고르는 데 있어 확실히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엔진의 잠재력이 우수하기 때문인데, 두 모델을 탑승한 사람들은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제부터 그 느낌에 대해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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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가 튜닝하는 모델이 대부분 그렇지만, 고성능 모델이라고 해서 날을 세우며 과감하게 돌출된 에어로파츠를 적용하는 일은 없다. 만약 AMG 모델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운전자라면, AMG의 엠블럼을 의식하지 않으면 일반 쿠페 또는 컨버터블 모델과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프론트 그릴과 보닛, 프론트와 리어 범퍼에 AMG 특유의 튜닝을 가하면서 외형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론트 그릴 가운데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날이 43 모델은 하나이지만 53 모델은 63 모델과 마찬가지로 두 개이다. 프론트 범퍼에서는 A윙의 형상은 확실히 드러나지만, Z윙은 희미하게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대신 Z윙이 적용되는 곳에 두 개의 은색 핀을 배치해 존재감을 살짝 올린다.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AMG 스타일이 적용된 19인치 휠과 차체에서 살짝 돌출되어있는 사이드 스커트. 그런 소소한 차이를 통해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AMG의 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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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의 소재와 형상 그리고 윈도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두 모델간의 디자인 차이는 미미하다. 테일램프의 디자인과 트렁크 리드를 장식하는 리어윙, 리어 범퍼 측면을 장식하는 세로로 긴 형태의 에어벤트와 하단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디퓨저도 그대로 공유한다. 디퓨저에는 은색 라인을 둘러 약간의 멋을 부리고 있으며 그 좌우에 배치된 4개의 머플러 홀이 인상적이다. 구태여 엠블럼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고성능 모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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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모델인 만큼 실내에서는 다이나미카 마이크로 파이버로 만들어진 D컷 스티어링 휠이 제일 눈에 띈다. 카본으로 장식된 대시보드와 터빈 블레이드 형상의 송풍구는 일반 쿠페 모델과 공유하는 것. 차이는 계기반의 그래픽과 시트에 적용된 AMG 엠블럼 그리고 가죽에서 만들어진다. 1열 시트의 형상 자체는 일반 모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감각적으로는 조금 더 상체를 잘 잡아주고 있다. 2열은 쿠페의 경우 성인이 앉을 수는 있지만 편안함까지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히려 컨버터블 모델이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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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라인업의 엔진은 메르세데스에서 새로 개발한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인 ‘EQ 부스트’를 결합한 것이다.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53.0kg-m을 발휘하며, 전기 모터와 전자식 컴프레서가 제법 큰 도움을 준다. 전기 모터는 출력은 22마력으로 낮지만 토크가 25.5kg-m으로 상당히 높으며, 전자식 컴프레서는 터보 래그를 없애는 데 일조한다.

 

사실상 주행 능력은 쿠페와 컨버터블이 거의 차이가 없다. 단지 차량의 무게로 인해 아주 약간 차이가 나는 제로백 그리고 경쾌한 느낌이 차이를 보인다. 아주 세세한 점까지 따진다면 당연히 쿠페 모델이 역동적인 주행에 유리하겠지만, 그것을 잠시 잊고 좀 더 즐거운 운전에 초점을 맞추면 경쾌함을 느끼기 쉬운 것은 오히려 컨버터블이다. 그래서 컨버터블 모델에 먼저 올랐고, 시승 역시 컨버터블의 감각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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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 시 전기 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인지 그 감각은 ‘즉각적’이면서 사뿐하게 발을 딛는 것 같다. 만약 엔진음이 없다면 배터리 전기차하고 비교해도 될 것이다.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 ‘마일드 하이브리드’ 인 것이지, 여기에서 배터리 용량만 조금 더 높이고 평범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판매해도 될 정도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은 것은 가격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무게 배분과 균형 역시 큰 저항이 되지 않나 짐작해 본다.

 

전기 모터가 발진과 가속을 보조하는데다가 최대토크 역시 1,800~5,800rpm이라는 거의 전 영역의 회전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물론 어느 정도 회전을 사용하게 되는 와인딩 도로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여 준다. 흔히 ‘플랫 라이드’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는데, 일반적인 플랫 라이드가 서스펜션의 도움으로 인한 것이라면 53에서는 그 개념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토크를 일정하게 사용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안심하고 가속 페달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감속 영역에서의 플랫 라이드’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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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진과 정지를 반복하는 시내에서 엔진 회전과 스타트/스톱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놀라운 점 하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재시동 시 진동이 거의 없다’는 점인데,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경우 재시동 시 차체를 흔들 정도로 진동이 발생해 오히려 재시동 기능을 끄고 다니는 것을 고려해 보면 53 모델의 그 느낌은 운전자 그리고 동승자 입장에서 상당히 감사해야 할 정도다. 쿠페 또는 컨버터블이라고 해도 E 클래스라면 가족과 함께 즐겨야 할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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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멀티링크 방식으로 AMG 라이드 컨트롤+가 기본 적용되어 있다. 멀티챔버 에어가 적용되어 있어 차체의 기울어짐에 반응하는 것도 그렇지만, 프론트가 63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워 좀 더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와인딩을 공략할 때 재미를 준다. 4륜 구동이 기본 적용되어 있기에 후륜구동보다는 운전의 재미가 약간 떨어지지만, 안정적이라는 감각에서는 조금 더 앞서있다.

 

거의 전 엔진회전 영역에서 일정한 토크가 발휘된다는 점은 코너 공략에 있어서 ‘안정감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과거처럼 엔진 회전과 토크를 모두 신경 써서 기어 변속을 결정할 필요 없이, 오직 엔진 회전만 신경 쓰며 기어 변속 후 코너에 진입하고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아나가며 탈출하기만 하면 된다. 기어를 변속하는 동작도 이제는 두 손 안에서 패들을 조작하는 것 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두 손을 스티어링에서 뗄 필요도 거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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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시내에서 길이 막힌다면 조금 운전을 쉬고 싶기도 할 것인데, 그 때는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모델에서 몇 번이고 사용해 손에 익기도 했지만, 차선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 텍사스의 도로에서도 차선을 기민하게 인식하여 유지하고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맞추는 것을 직접 느끼고 나면 그 성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없는데다가 운전의 주체가 자동차가 아닌 운전자임은 명심해야 한다.

 

메르세데스 AMG 53 라인업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숫자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그 독특한 매력에서 나오기 힘들 것이다. 조력자로써 운전자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보조해 주는 전기모터 그리고 전자식 컴프레서의 매력은 내연기관을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운전자라도 만족시킬 수 있을만한 것이었다.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개입하여 운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기 모터가 빠진다면, 그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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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메르세데스 AMG의 전동화는 언제나 ‘자연스러운 운전의 즐거움’이 최우선이 될 것 같으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하이브리드 그리고 배터리 전기차 모델이 기대가 된다. 53은 그 초석이 될 것이지만, 앞으로 한 동안 AMG만의 재미를 주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에게는 재미를, 동승자들에게는 편안함을 같이 줄 것이다. 운전의 조력자 그리고 부드러움이 되는 전동화, 그것이 53이 갖고 있는 의미이다. 

 

주요제원 메르세데스 AMG E 53 컨버터블
크기

공차중량 : 1,980kg (DIN)
 
엔진
형식 : 2,999cc 직렬 6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 435hp/6,100rpm,
최대토크 53.0kgm/1,800-5,800rpm
 
전기모터
최고출력 : 22hp
최대토크 : 25.5kgm

 

트랜스미션
형식 : AMG SPEEDSHIFT TCT 9G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브레이크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 4.5 초
최고속도 : 270km/h
최소회전반경 : ---m
연비 : ---
CO2 배출량 : 200g/km
 
시판 가격
미정
 
(본 제원표는 외국 기준으로 국내 판매 시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 일자 2018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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