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시잌한 해치백, DS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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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세계를 발견하려면 기존의 익숙한 수용방식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프랑스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말인데 프랑스, 특히 파리가 몇 세기동안 화려한 문화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익숙함을 버리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프랑스의 독특한 관점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어떤 면으로든 자동차의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에서는 더욱 그렇다.
DS3는 프랑스만의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는 프리미엄 디비전인 DS 라인업 중에서도 막내인 B 세그먼트 해치백이다. 과거 시트로엥의 영광을 이끌었던 DS에서 이름을 땄지만, 익숙한 과거를 재생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독특한 관점으로 고급스러움을 새롭게 해석했다. 그리고 2014년에 브랜드 독립을 추구함과 함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DS만의 언어와 고상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불어넣었다.
DS3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세련되게 바뀌었다. 전면을 장식하던 시트로엥 특유의 더블 쉐브론 그릴은 DS 브랜드의 독립을 상징하는 육각형의 DS 윙스 그릴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프론트 범퍼의 모양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범퍼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와 안개등 위치가 바뀌면서 라인이 달라졌다. DS3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세로로 배열된 주간주행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개의 제논과 3개의 LED가 결합된 헤드램프는 다이아몬드를 품은 듯한 디자인으로 인해 DS3를 한층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야간 시야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준다. 헤드램프 하단에서 진행 방향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형태의 방향지시등은 확실한 신호 전달을 보장한다. 테일램프는 브레이크 램프 부분에 입체적인 형태의 반사경을 적용했는데, 3D 효과를 통해 심미적은 만족은 물론 신호 확인에도 도움을 준다.
측면의 캐릭터라인은 펜더를 강조하는 형태로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프론트와 리어 범퍼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B필러는 샤크핀 형태로 독특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은 멋을 위한 독특함이 아니라 겉에서 보이지 않는 실용성이 숨겨져 있다. 면적이 큰 윈드실드와 1열 사이드 글라스로 인해 전면의 사각지대는 거의 없으며, 3도어 디자인으로 인해 숄더체크가 수월하다. 후면도 사각지대가 적은 편이다.
DS3의 실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대시보드는 정면에 하이그로시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는데, 두 칸으로 나눠 하단을 안쪽으로 깊게 밀어냈다. 이로 인해 조수석에서 레그룸을 확보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의자를 앞쪽으로 당기도록 해 2열 탑승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열 시트를 접어야만 진입할 수 있는 2열 시트는 의외로 승하차에 불편함이 없는데, 이는 샤크핀 B 필러 안쪽에 배치된 손잡이 때문이다. 절묘한 높이에 절묘한 각도로 배치된 이 손잡이는 잡고서 신체를 일으키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패션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DS 다운 발상이다.
영롱하게 빛나는 계기반을 보고 있으면 고급 손목시계가 떠오른다. 바늘 모양과 계기반을 구성하는 숫자 폰트 등이 이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가죽을 적용한 D컷 스티어링은 버튼이 없어 깔끔하고 그립감이 좋다. 그러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네비게이션 외의 다른 기능은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 본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애플 카플레이가 추가됐는데, 국내 사양에는 제외되어 있어 큰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과거 모델과는 달리 AUX 외에도 USB 포트가 추가된 점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아쉬움은 시트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 직물과 가죽, 스웨이드가 혼합된 시트는(직물의 비율이 제일 높다) 1열에 버킷 형태를 적용해 역동적인 운전 중에도 상체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1열에서 레그룸을 약간 양보한다면 2열에서도 편안한 레그룸을 확보할 수 있으며, 성인 2명이 2열에 앉기에 부족함이 없다. DS3가 소형 해치백임을 고려하면 트렁크 공간도 의외로 넓다.
DS3에 탑재된 1.6L 블루 HDi 엔진은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을 발휘한다. 고성능 엔진이 범람하는 시대에 이와 같은 출력은 인상적이지 않지만, 막상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출력을 일부러 낮춰서 표시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가속을 발휘한다. 비록 고성능 핫해치 만큼은 아니지만 일상 영역에서 다른 자동차를 앞지르거나 역동적인 운전을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으며, 초고속 영역에 진입하지 않는 이상 출력의 부족도 느낄 수 없다.
변속기는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싱글 클러치 기반의 MCP를 사용한다. 가속 페달을 계속 개도하고 있으면 변속 시 울컥거리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계속 운전하면서 변속 타이밍을 알게 되면 거기에 맞춰 가속 페달에서 약간 힘을 풀고 다시 힘을 주면서 변속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좀 더 역동적인 운전을 즐길 수 있다. 가뜩이나 연비가 좋은 블루 HDi 엔진에 MCP가 조합되는 만큼 연료가 바닥날 걱정은 거의 안하게 된다.
WRC를 통해 다듬은 서스펜션은 절묘함을 제공한다. 저속 코너링 시에는 좌우로 흔들리면서 서스펜션이 버텨주지 못하는 것 같지만, 고속 코너링 시에는 의외의 단단함을 발휘한다. 승차감과 코너링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데, 시트로엥이 유압식 서스펜션을 처음 제작한 회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완성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전자식 제어가 아닌 서스펜션 본래의 성능인 만큼 쉽게 고장이 발생할 염려도 없다. 페달을 밟는 양 만큼 정확하게 제동 능력을 발휘하는 브레이크와 17인치 휠에 장착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3 타이어도 제 역할을 다한다.
전자 장비는 거의 장착되어 있지 않지만, 안전을 위한 장비는 빼지 않았다. 윈드실드 상단에 장착된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는 도심 속 저속 주행(30km/h 이하) 중 단거리 레이저 센서를 통해 정면을 감지하며, 비상 상황에서 즉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도심 주행 중 집중력을 잃을 경우가 많을 때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에 활약했던 소설가인 이광수는 자신의 소설에서 ‘청년은 시잌한 모양을 내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현대의 청년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시잌’은 ‘시크’를 당시 말로 표현한 것이다). 시잌한 모양을 내고 싶다면 프랑스식 시잌을 담은 DS3는 어떨까? DS3의 시잌에는 아름다움 뿐 아니라 실용성까지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역동적인 성능과 절묘한 승차감, 경제적인 연비까지 품고 있으니 심각하게 고려해 볼 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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