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묠니르를 품은 해치백, 볼보 V40 D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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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안전’이다. 볼보의 창립자들이 자동차에 추구해 온 것이 안전인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볼보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90년대에 수입됐던 볼보 모델들이 거의 각을 세운 디자인을 갖고 있었기에 ‘안전하지만 디자인을 추천할 수는 없는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볼보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었고,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볼보는 과거 독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많이 만들었다. 아마존은 안전과 함께 유려한 라인을 자랑했으며, P1800 슈팅브레이크 모델은 유리로 제작한 리어 해치를 적용해 디자인 혁명을 일으켰다. 이 독특한 리어 해치는 훗날 V40의 선대 모델인 C30에 적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 큰 개선을 이룬 V40에도 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V40은 이러한 디자인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모델이다. 비록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볼보의 과거 모델들에서 영감을 받은 라인을 갖고 있으며, 이를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재해석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연식 개선과 함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스웨덴의 정체성을 하나 더 차체에 담아냈다. 물론 볼보의 정체성인 안전에 대해서도 착실히 챙겼을 뿐만 아니라 안전을 돕는 보조 전자장비들이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다.
2012년에 출시된 V40은 비록 XC90을 디자인한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의 축복을 받지 못했지만 ‘스칸디나비안 럭셔리(Scandinavian Luxury)’ 디자인을 적용했다. 언뜻 보면 특징이 없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자동차를 구성하는 라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P1800 슈팅브레이크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라인과 벨트라인은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동할수록 자연스럽게 상승하면서 역동성을 부여한다. 준중형 해치백이라는 특성에 어울리는 라인이다.
전면을 장식하는 대형 프론트 그릴과 정면에서 보면 물방울 형태와도 흡사한 헤드램프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헤드램프 내부에 독특한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는데 볼보에서는 이를 ‘토르의 망치’라고 칭한다. 유명한 모 영화 주인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라면 어디가 망치와 닮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신화 속 토르의 망치는 망치라기보다는 곡괭이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 독특한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도 겸하고 있는데, 크기 덕분에 한 눈에 신호가 들어온다.
후면은 볼보의 특징인 세로로 긴 형태의 테일램프와 ‘글라스 테일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검정색 테일게이트가 인상적이다. 후면을 도드라지게 꺾어서 디자인하고 번호판을 범퍼 하단에 부착해 뒷모습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우아함과 동시에 역동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V40의 실내 디자인도 외형과 마찬가지로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물려받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하단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스칸디나비아를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데, 단순한 선으로 다듬은 라인이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다. 센터페시아의 LCD 모니터가 터치식이 아니고 기능 제어를 위해 작은 버튼이 많이 배치된 점은 약간 아쉽다. 기어노브 바로 왼쪽에 위치한 주차 브레이크는 비록 구식이지만 필요 시 신속하게 당길 수 있어 유용한 부분이다.
LCD를 적용한 계기반은 3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한데, 각 모드마다 게이지 변경은 물론 소소한 변화로 즐거움을 준다. 가죽으로 제작한 1열 시트의 착좌감은 동급에서는 최고급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편안함을 제공하며, 운전석에는 3명의 체형을 입력해 둘 수 있도록 했다. 2열 시트는 성인 2명이 탑승할 수 있는데 크기와 높이로 인해 장시간의 편안한 주행은 힘든 편이지만 팔걸이와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어 실용적이다. 트렁크는 335리터로 용량은 약간 작지만 꼼꼼한 마감을 자랑하며, 2열을 접으면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다.
V40은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라인업이 모두 마련되어 있는데, 이번에 시승하는 V40은 D3 등급으로 2.0L 싱글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앞바퀴를 구동하는데, 가속 성능과 움직임은 해치백에 맞게 약간의 역동성을 추구하고 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역동성보다는 경제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외 국도에서 가속 페달 조절만 주의해도 20km/l를 넘는 연비를 쉽게 기록할 수 있다. 다이나믹 주행 모드는 기어를 수동 모드에 맞추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진입할 수 있는데, 공회전 시 엔진 회전수가 약간 상승하고 시프트 다운 시에도 회전을 2,500 rpm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언제든 가속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승 시 연비 주행에 집중했을 때의 연비는 21.5km/l, 역동적인 주행 시의 연비는 11.3km/l로 차이가 꽤 있는 편이다.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어 계기반을 확인하거나 고회전 시 엔진음을 듣지 않는다면 가솔린 엔진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디젤 엔진 특유의 토크가 약간의 경쾌한 가속을 보장한다. 다이나믹 모드에서 가속을 진행하면 4,500 rpm에서 자동으로 변속이 이루어지며 진동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회전하기 때문에 여기에 중독되면 자꾸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게 된다.
대신 승차감은 약간 희생됐다. 사실 1열의 승차감은 거의 희생되지 않았고, 노면 정보는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큰 충격은 걸러내고 있지만, 2열에서는 노면 충격이 탑승자에게 1열보다 더욱 전달된다. 디자인으로 인해 뒤로 갈수록 면적이 작아지는 창문도 이와 같은 느낌을 더 부각시킨다. 젊은이라면 감수하고 탈 만한 승차감이지만 5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볼보 하면 안전장비와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시승 시 이를 언급하기는 힘들다.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를 사용할 만한 긴급 상황도 생기지 않았을 뿐더러 충돌 안정성을 시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단지 시승 시 느꼈던 차체의 강성과 브레이크의 성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사실 그보다는 프론트 그릴에 위치한 볼보 특유의 아이언 엠블럼이 더 믿음을 주는 것이라 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안전 운전에 임하는 것이다. 시티 세이프티와 안정적인 차체는 언제나 부가 사항임을 명심하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V40은 볼보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자동차이다. 이와 동시에 아름다웠던 옛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팝업 헤드램프를 적용했던 480 ES로 파격을 선보였던 볼보가 이번에도 파격으로 젊은이들을 잡을 수 있을까? 우아함과 역동성이 조합된 지금의 볼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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