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마세라티 르반떼,흥분과 평화 그리고 만능의 공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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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세라티의 행보는 ‘공격적’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마세라티의 라인업을 책임지는 모델은 단 3개뿐 이었지만, 지금은 5개의 모델을 판매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탑승하게 된 모델은 그러한 마세라티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모델들 중에서 드라마 등을 통해 친숙함을 표현하고 있는 SUV, 르반떼다.
르반떼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마세라티의 판매량 확장을 위해 등장한 자동차지만, 중요한 것은 잊지 않았다. 마세라티의 다른 모델들이 그렇듯이 날렵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본래 역동적인 자동차를 제작하면서 시작된 마세라티의 역사를 그대로 잇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등장한 르반떼는 마세라티만의 디자인 코드와 역동성을 품어내고 실용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 르반떼는 한국에서도 중요한 모델이다. 10년 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마세라티는 한동안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2013년부터 올해까지 판매량이 10배나 증가하면서 마세라티에게도 주목할 만한 시장이 되었다. 한국에서 럭셔리 모델들이 상당히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4위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시장이 되면서 마세라티에서도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이제 그 시장을 견인하게 될 르반떼의 진면목을 볼 차례다.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으로 인해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르반떼는 굉장히 큰 SUV다. 전장이 5m를 넘고 전폭도 1,970mm나 되며 높이도 1,680mm로 일반적인 SUV와 비슷한 높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멀리서는 물론 가까이에서 봐도 압도적인 크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순수하게 날렵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힘이다. 보닛과 루프, 펜더에 새긴 굵은 라인으로 인해 둔중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전면에서는 ‘알피에리 컨셉트’로부터 물려받은 날카로운 인상의 헤드램프와 상단보다 하단의 길이가 좀 더 긴 대형 프론트 그릴이 눈에 띈다. 가는 눈썹처럼 헤드램프 상단의 절반만을 덮고 있는 LED DRL은 프론트 그릴 상단과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으며, 프론트 그릴은 굵은 창살과 같은 형태와 중앙을 장식하는 마세라티의 상징, 삼지창으로 존재감을 알라고 있다. 가는 형태의 헤드램프지만 LED를 적용해 광량은 충분하다.
르반떼에서 디자인의 마술을 볼 수 있는 것은 측면으로, SUV이지만 롱 노즈 스타일을 취해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보탬이 되는 것이 루프 라인으로 B 필러부터 테일램프 상단까지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도록 그려진 굵은 라인이 르반떼를 쿠페형 SUV 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그 뒤의 루프 형상과 리어 스포일러의 위치를 보면 전형적인 SUV임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날렵한 형상과 2열 헤드룸 확보라는 디자인과 실용성의 양립을 구가하고 있다.
프론트 펜더를 장식하는 3개의 에어벤트와 부풀어 있는 리어 펜더,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21인치 휠이 르반떼를 SUV보다는 조금 커다란 패스트백 형태의 스포츠카처럼 보이게 한다. 리어에는 마세라티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테일램프가 적용되어 있고, 범퍼 하단에는 고성능을 상징하는 4개의 머플러가 있다. 범퍼 하단에 디퓨저 대신 스키드 플레이트가 적용된 것이 르반떼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실내는 간결함과 고급스러움이 혼재되어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만약 1990년대의 마세라티를 기억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면, 질감은 물론 만듦새 면에서도 급격히 상승한 점을 보면서 혼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마세라티도 이제 센터페시아의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최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지털이 아닌 바늘 방식의 아날로그를 계기반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마세라티답다고 할 수 있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두툼한 림을 갖고 있는데다가 엄지를 올리는 부분도 풍성하게 다듬어서 그립 면에서 만족을 준다. 금속으로 다듬어진 대형 패들시프트 역시 조작감에 있어 만족을 주는 부분. 계기반은 예전부터 한글화를 진행한 부분이지만, 2018년식 으로 변경된 르반떼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부분이 바로 그동안 번역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세라티가 한국 시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르반떼는 ‘그란스포트’와 ‘그란루소’ 두 가지 트림을 갖고 있는데, 두 모델은 외형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1열 시트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란스포트’의 경우 시트의 모든 면이 가죽으로 덮여 있고 헤드레스트가 고정되어 있는 형태이지만 ‘그란루소’는 시트 일부분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천을 적용할 수 있고, 헤드레스트도 상하로 조절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이 오르간 타입이 아닌 것은 의외이지만, 운전 중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것을 고려하면 2열 시트는 헤드룸이 알맞게 마련되어 있는데다가 등받이 각도도 편안하게 설정되어 있다. 휠 베이스가 3,075mm인 만큼 2열 레그룸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5인승이기 때문에 2열 중앙에도 사람이 앉을 수는 있지만 센터터널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어린이를 제외하면 앉기 힘들 것이다. 트렁크 용량은 580L로 일반적인 수준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르반떼는 크게 가솔린과 디젤로 나뉜다. 이번에 시승하는 모델은 르반떼 S로 3.0L V6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출력을 끌어올려 5,750rpm에서 최고출력 430마력, 2,500~4,250rpm에서 최대토크 59.2kg-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ZF에서 공급받는 8단 자동변속기, 4륜구동 시스템은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공급받는다.
르반떼 S의 공차중량은 2,265kg이지만 엔진 출력이 높아서인지 그 무게가 실감나지는 않는다. 상당히 빠르게 가속을 하는데, 사실 그 가속력이 다른 고성능 모델들보다 특출나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속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엔진음과 배기음의 조화 그리고 헤드레스트에 머리가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 그런 쾌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가속할 때마다 들려오는 엔진음은 분명히 V6의 그것이지만, 흥분의 감각은 V8 못지않다. 그러나 엔진음을 제대로 듣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연다면,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오히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머플러에 설치되어 있는 ‘마세라티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인데, 인위적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적인 엔진음과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엔진 회전을 높이는 데 있어서 가상 엔진음과의 부조화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은 가속 감각은 1열에는 짜릿함을 제공하고 2열에서는 배기음이 크게 들려오는데, 그렇다고 해서 2열에서 불쾌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면은 전혀 없다. ‘마세라티니까 이런 소리지’라고 납득하고 등과 머리를 편안하게 기댄 후 수면을 청할 수도 있을 정도인데, 이 정도의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가족이 같이 탑승할 수 있는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단, 가족이 마세라티의 짜릿한 배기음을 같이 좋아해 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르반떼는 SUV인 만큼 전고와 최저지상고가 마세라티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높지만, 고속 영역은 물론 초고속 영역에 진입해도 불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 전 새벽까지 눈이 내린데다가 도로 온도도 낮아 하이그립 타이어가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초고속 영역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유연함을 느끼고 나면 가속 페달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대신 그만큼 연비는 포기해야 하는데, 시승 중 기록한 최저 연비는 2.3km/l였다.
ADAS 장비가 적용되어 있는 만큼 EPS 스티어링을 적용하고 있지만 앞바퀴와의 직결 감각은 유압식과 차이가 없다.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에어 스프링과 전자제어식 스카이훅 쇼크가 보조하여 날렵한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긴 차체와 휠베이스를 가진 SUV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머리 속에서 그린 곡선을 고속에서도 거의 그대로 통과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르반떼의 코너링 능력을 다 쓰지도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서킷에서의 실력이 궁금해진다.
르반떼는 자율주행 2단계에 해당하는 ADAS 장비를 다 갖추고 있다. ACC,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및 이탈 방지 어시스트,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을 갖추고 있는데 차선을 밟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는 방식인데다가 손을 떼면 5초 후에 경고, 10초 후에 경고와 함께 해제해 버린다. 그만큼 아직은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을 잡고 역동적인 주행을 하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마세라티 르반떼는 SUV이지만 마세라티의 엠블럼을 붙일 자격이 있다. 어디든지 주행할 수 있는 SUV의 실용성은 챙기면서도 마세라티만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운전자에게 줄 수 있는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르반떼가 출시된 이후 마세라티를 찾은 첫 번째 고객들 중 90%가 르반떼를 선택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하다. 만약 드라마 등장으로만 인기를 얻었다면 그런 압도적인 선택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한 때 마세라티의 자동차들은 ‘감성은 있으나 만듦새는 좋지 않은’ 자동차라는 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고, 정밀하게 다듬어졌으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을 품고 있는, 과거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함을 같이 도모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마세라티 내에서 그러한 모순을 공존시키는 모델들의 대표가 르반떼라고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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