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르노삼성 QM6, 눈과 함께하는 겨울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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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봐도 급경사라고 부를 수 있는 길이 펼쳐졌다. 산 능선을 따라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게 만든 길은 바깥쪽으로는 가드레일도 없다. 그늘이 많은 길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도 않은 채로 운전자를 맞이하고, 볕이 들어서 조금 녹았다 싶은 곳은 강추위로 얼어서 빙판으로 변했다. 지역 주민들조차 쉽게 접근하지 않는 그 곳을 QM6가 겁도 없이 접근한다. 바퀴가 잠시 헛돌 때마다 스티어링을 쥔 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가속 페달을 침착하게 밟으시고 동력을 떼지 마세요.” 옆에서 오프로드 주행을 지휘하는 곽창재 인스트럭터의 지휘가 이어진다. 그 말을 믿고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으니 미끄러지던 차가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도심에서의 안정된 주행을 위한 보조 수단인 줄 알았던 4륜구동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눈이 쌓인 채로 살얼음으로 변한 급경사를 거침없이 올라간다. 르노삼성 QM6의 잠재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겨울의 오프로드
르노삼성 QM6를 처음 시승했던 것은 지난 겨울, 출시된 지 3~4 달 지난 후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고,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 지속되는 날씨도 아니었기에 무난하게 시승을 마쳤던 기억이 있다. 4륜구동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험준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기 보다는 도심과 캠핑장 진입 전 약간 거친 정도의 임도에서 주로 주행할 것이라 판단했기에 코너링 시 안정성 정도만 평가했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에 적용되어 있는 대부분의 4륜구동 시스템이 오프로드 주행보다는 2개의 바퀴로 쉽게 쓸 수 없는 힘을 4개의 바퀴로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르노삼성이 QM6의 겨울 주행 성능을 체험해 볼 것을 제안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몇 년 전 4륜구동 시스템을 자랑하던 SUV를 운전하여 눈 쌓인 오프로드에 올라섰을 때, 오르막길에서는 바퀴가 헛돌고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서 큰 고생을 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된 QM6는 일전에 시승했던 것과 같은 모델로 3,750 rpm에서 최고출력 177마력, 2,000-3,000 rpm에서 최대토크 38.7 kg-m을 발휘하는 2.0 dCi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자트코에서 공급받은 XTronic CVT와 닛산의 올모드 4X4-i를 적용한다. 타이어는 겨울 주행에 걸맞게 윈터타이어로 교체되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겨울 주행에서 완전한 신뢰는 금물이며 언제나 조심스럽게 조작해야 한다.
목적지인 눈 쌓인 오프로드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원하게 이동한다. 경쾌함보다는 무난함이 먼저 느껴지는 가속 감각, 약간 시끄러운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 억제된 소음은 약 1년이 지난 후에 탑승해도 그대로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은 수준급으로, 낮게 깔리면서 움직이는 듯한 감각까지는 아니지만 제한속도 내에서 코너에 조금 거칠게 진입해도 동승자의 불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처리해 내는 유연한 서스펜션도 그대로이다.
음악에 리듬을 맡긴 채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눈 쌓인 오프로드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문 시공사가 아닌 군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이용하여 만든 거친 도로는 평소에도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시험받는 곳이지만, 눈이 쌓인 채로 강추위에 얼면서 더 주행이 어려운 도로로 변했다. 차에서 내려서 직접 가늠해 보니 험준한 경사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자동으로 전후 구동을 분배하는 오토 4륜구동 모드로는 점점 주파가 힘들어지고 있고, 바퀴가 헛도는 시점도 잦아졌다.
잠시 차를 멈춘 뒤 ‘4WD LOCK’ 버튼을 눌러 동력을 강제로 고정시켰다. 좌우 동력 배분까지는 되지 않지만 전 후륜에 동일하게 50:50의 동력을 배분해 거친 오프로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40km/h를 넘으면 자동으로 해제되지만, 이 거친 산길에서는 그 정도 속력까지는 낼 수 없을 것이다. 기어를 수동 모드로 전환하고 1단에 맞춰 다시 가속 페달을 밟자, 잠시 좌우로 차체가 약간 흔들리더니 곧 침착하게 전진하기 시작한다.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소나무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지만, 210mm의 최저지상고를 확보한 QM6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눈을 이기면서 주행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행을 계속하니 이번에는 눈에 묻히는 구간이 나타났다.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서 탈출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약간 후진한 후에 다시 돌파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재 돌파 시 가속 페달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정상에 오른 후 내리막길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눈길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훨씬 위험하다. 대부분의 사고는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는 차에 겁을 먹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ABS를 믿기보다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푸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필요 시 가속 페달을 밟을 줄도 알아야 한다.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겁을 먹지도 말아야 한다. 그 점에 있어서도 4륜구동 이라는 점이 약간의 믿음을 더해준다.
CVT 변속기는 기어 단수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QM6의 CVT는 인위적으로 단수를 설정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브레이크의 부담을 줄여가면서 주행 속도를 늦추고, 되도록 새로 내린 눈을 밟으면서 내려가니 자연스러우면서도 안정적인 자세가 취해진다. 조금씩 미끄러지는 것 같은 감각만 없다면 일반적인 오프로드 주행과 차이가 없다.
급경사를 내려가는 것이기에 타이어가 그립을 잃고 속도가 붙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헤어핀에서도 브레이크를 풀고 스티어링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차체가 회전했다. 가끔씩 순간적인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인데다가 침착하게 스티어링과 페달을 동시에 조작하면 모두 빠져나올 수 있었다. 4륜구동과 변속기에 대한 믿음이 더해져 가는 순간이다.
르노삼성 QM6는 분명히 본격적인 거친 임도를 주행하기 위한 SUV는 아니다. 그 디자인으로도, 용도로도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는 분명히 도심이다. 그러나 임도를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더군다나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 요소가 많고 주행하기 힘든 눈길을 큰 힘 들이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평상시 운전할 때도 운전자에게 큰 믿음을 준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 있게 가자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M6에서 4륜구동을 추가하는 가격은 170만원. 경쟁 모델들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에 추가할 수 있고 그 성능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필수 품목으로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일상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고, 4륜구동의 능력이 주는 안정감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눈 쌓인 거친 산길을 오르내린 QM6가 오늘따라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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