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유일한 | 렉스턴 스포츠, 실용성에 고급 SUV를 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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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는 픽업트럭이지만 SUV의 얼굴도 동시에 갖고 있는 특이한 모델이다. 쌍용차에서 제일 특이한 점을 찾는다면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 중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제작한다는 것으로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런 자리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진화와 변화를 동시에 거치며 상품성 높은 자동차로 거듭났다. 그런 렉스턴 스포츠를 고속도로와 국도, 거친 임도에를 골고루 거치며 시승할 수 있었다.

 

픽업트럭이라는 장르의 핵심은 실용성에 승용의 감각을 더하는 것이다. 무쏘 스포츠로부터 시작된 쌍용차의 픽업트럭은 그동안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로 진화를 거쳤지만, 코란도 스포츠의 경우 오래된 차체 설계로 인해 그동안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장르의 특성 상 프레임 바디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족이 모두 탈 수 있는, 편안한 픽업트럭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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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가 선택한 방법은 상위 모델인 렉스턴의 차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픽업트럭이라는 자동차가 원래 많은 짐을 싣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업무용에 가까운 자동차이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업무용보다는 중형 또는 대형 SUV에 가까운 승용 그리고 레저용으로써의 변화를 꾀한다. 그래서 쌍용차가 지칭하고 있는 것도 ‘오픈형 SUV’이다. 그리고 자신 또는 가족을 위한 여가를 즐길 줄 알고 다이내믹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노린다.

 

렉스턴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렉스턴의 디자인 코드를 갖고 오지만 렉스턴 스포츠를 구매하고자 하는 운전자들이 쓸 수 있는 돈은 확실히 렉스턴보다 적다.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줄인 곳에서는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픽업트럭이라는 장르의 특성 상 승차감 위주의 서스펜션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이 나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 면에서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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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는 렉스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면에 숄더윙 그릴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렉스턴과 마찬가지이지만, 상단의 크롬 바가 없어지면서 더욱 깔끔한 모습으로 변했다. 윙 끝단을 장식하는 날개 형상의 헤드램프는 렉스턴과 동일한 형태로 상단에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LED DRL이 적용되어 있다. 하위 모델에는 LED DRL이 없고 일반 할로겐 램프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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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형상은 렉스턴에 비하면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직선으로 처리해 좀 더 역동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했다. 안개등은 사각형 형태의 LED가 아닌 원형 벌브 형태를 사용하고 있는데, 장르의 특성 상 이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전면의 숄더윙 그릴 형상은 후면의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에도 적용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픽업트럭의 디자인에서 벗어나고 있다.

 

측면에서는 렉스턴과 동일하게 펜더를 강조하는 두 개의 캐릭터라인을 볼 수 있다. SUV와 픽업트럭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라인이 이어지고 있으니 그만큼 세련된 픽업트럭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루프에는 기존 모델보다 더 강화된, 100kg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루프랙을 적용했다. 시승차는 풀옵션이기 때문에 21인치 휠을 적용하고 있으며, 승하차의 편의를 위해 사이드스텝도 적용되어 있다. 전동식 사이드스텝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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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의 실내는 렉스턴과 거의 동일하다. 한 눈에 봐도 쌍용차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형태의 센터페시아의 송풍구가 강조되는 디자인, 네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9.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렉스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과 디자인이 렉스턴 스포츠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픽업트럭의 성격 상 럭셔리를 강조하는 퀼팅 패턴의 가죽 또는 우드가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가죽은 적용되어 있어 약간의 고급스러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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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면이 조합된 계기반은 렉스턴에서 그대로 물려받았고, 주행 시 애니메이션 화면이 출력되는 것도 그대로다. 센터터널로 시선을 옮기면 렉스턴 스포츠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아닌 핸드브레이크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차의 성격을 고려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넓은 센터콘솔은 다양한 물품을 보관할 수 있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1열 시트는 지지력보다는 편안함을 강조하는 방식. 옵션이지만 통풍시트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탑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기존 코란도 스포츠에서 문제가 되었던 2열 시트는 렉스턴 스포츠에서는 극단적으로 개선되었고, 이제는 과거와 같은 불편함은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약간의 불편함은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등받이 각도 때문이 아닌, 시트 길이가 허벅지를 받쳐주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리를 벌려서 앉아야 하는데, 다행이 그 정도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뒷좌석에 평균 신장의 성인 두 명이 탑승해 서로 다리를 벌려도 무릎이 닿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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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렉스턴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데크를 이야기할 차례다. 렉스턴 스포츠는 2열 시트를 확보하면서도 데크 공간도 확보하고 있다. 가로 1,570mm, 세로 1,300mm, 높이 570mm의 데크는 용량 1,011L로 코란도 스포츠보다 용량이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화물을 손쉽게 적재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 같이 길이가 긴 화물이라면 테일게이트까지 이용해서 적재할 수 있고, 데크 내에 후크도 마련되어 있어 화물 결박에 유리하다. 데크에는 12V아웃렛도 준비되어 있어 레저 생활을 즐기는 데 유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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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에 탑재되는 엔진은 렉스턴에도 적용되는 LET 220 디젤 엔진으로 4,000rpm 에서 최고출력 181마력, 1,400~2,8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메르세데스 7단 자동변속기 대신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로 변경되었고 기본적으로는 후륜구동, 옵션 또는 상위등급에서는 4륜구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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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로와 고속도로에서의 주행에서는 후륜구동만을 사용했다. 변속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차량의 성격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지만, 출발하자마자 그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젤 엔진은 여전히 정숙성을 뽐내고 있고, 변속기는 반응이 빠르지는 않지만 진득하게 차체를 끌고 나간다. 체감 상 고속영역까지는 상당히 쉽게 가속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출력보다는 토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변속기가 7단에서 6단으로 변경되었지만, 변속 기어비가 길어져 늘어지는 구간은 고속 영역에서 초고속 영역으로 이동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이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가속은 더디지만 실내로 침입하는 소음은 적고, 승차감 역시 불만이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이 등급에서 세단의 승차감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픽업트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준수한, 안정적인 SUV와 같은 승차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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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승차감에 놀라는 이유는 렉스턴 스포츠의 장르 특성 상 리어에 5링크 코일스프링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스펜션은 렉스턴 하위 모델에 처음 적용되었을 때 논란이 발생했던 것인데, 그동안 어떤 튜닝을 거쳤는지는 몰라도 5링크와 멀티링크의 중간에 위치한 승차감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거친 노면을 만나거나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에서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충격 흡수력도 제법이다.

 

그렇다면 가족을 주로 태우게 될 2열의 승차감은 어떨까? 아무래도 2열이 뒷바퀴에서 가까운데다가 픽업트럭의 특성 상 2열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게 된다. 확실히 1열 보다는 조금 더 진동이 있지만, 그래도 과거와는 달리 ‘멀미나서 못 타겠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착석 포지션을 얼마든지 편하게 잡을 수 있는데다가 승차감이 확실히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2열에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 주행을 떠나도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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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는 거친 임도를 주행하기 위한 성능도 품고 있다. 프레임 바디의 특성과 거친 임도가 만나 차체는 출렁이지만, 그러면서도 장애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파한다.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을 오르면서도 불안하지 않은 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잠시 동안은 차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경사가 있는 내리막에서는 HDC가 그 빛을 발한다. 좀 더 경사가 있는 곳에서의 주행 성능이 궁금해진다.

 

돌과 자갈이 가득한 곳을 평지를 지나가듯이 돌파한다. 거친 임도를 주행하기 위해 코란도 스포츠를 구매하는 운전자들도 있는데, 렉스턴 스포츠라면 그러한 운전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나무 장애물을 지나고 깊은 구덩이가 연속으로 파여 있는 길을 지나면서도 ‘못 지나가겠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운전자의 담력만 있다면, 4륜구동 SUV가 돌파하기 힘든 길도 여유 있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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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는 과거 코란도 스포츠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더 고급스럽고 더 성능이 좋으며 넓은 실내공간으로 확실하게 탑승자들을 편안하게 감싸고 있다. 코란도 스포츠때만 해도 실용성만 보고 이러한 픽업트럭을 선택해야 했다면, 이제는 실용성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편안함, 고급스러움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접근해 보면 쌍용차의 연구진들이 이 차를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느껴진다.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2,320만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높은 트림도 3,058만원으로 기존의 코란도 스포츠의 판매 가격과 비교해 보면 비슷하거나 인상이 최대한 억제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가격 등 복합적인 것들이 맞물려 렉스턴 스포츠는 올해 초 사전계약 이후 17일(수요일)까지 5,500여대의 계약을 기록했다. 그만큼 레저와 일상을 아우르고 싶은 운전자들이 많고, 렉스턴 스포츠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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