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닛산 더 뉴 엑스트레일, 가족을 위해 다이내믹을 억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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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국내 시장에 오랜만에 컴팩트 SUV를 갖고 나왔다. ‘엑스트레일’이라는 이름의 이 차를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높은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캐시카이’이다. 두 모델을 자세히 보면 디자인적으로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사실 이 두 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크기가 조금 다르긴 하나, 동일한 C 세그먼트에 있는 SUV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닛산은 이 준중형 SUV 부문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캐시카이를 통해 C 세그먼트의 가장 작은 크기 부문을 담당하고, 엑스트레일을 통해 동 세그먼트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한다. 유럽 시장을 무대로 하는 촘촘한 세그먼트 분류는 미국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각각 ‘로그’ 와 ‘로그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엔진은 다르게 탑재하지만, SUV 시장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을 빈틈없이 점령하겠다는 욕심은 같다.
올해의 첫 차로 등극한 엑스트레일은 3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2017년 7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약간 소개가 늦어진 감이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르노삼성 QM6의 존재가 상당히 크지 않은가 라고 짐작해 본다. 비록 다른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두 모델은 뼈대와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섭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트레일을 찾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기계가 아닌 인간이고 그렇기에 닛산은 닛산만의 맛을 살리게 된다. 닛산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스포츠를 향한 열정이며, 파워트레인과 모델을 가리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도 언뜻 보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고집에서 발로된 스포티 정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엑스트레일에서 찾아볼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다. 가족이 탑승하는 SUV를 전제로 하는 만큼 가족의 편안함을 추구하는가, 닛산의 맛인 ‘스포티’가 살아있는가, ‘인텔리전트 모빌리티’에 맞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가 이다. 어느 새 출발을 위해 도열해 있는 자동차들 중 한 대를 골라 문을 열고 자리를 잡아본다. 과연 닛산은 이번에도 개성을 살릴 수 있을까?
Exterior |
캐시카이와 엑스트레일은 그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데, 국내에서는 엑스트레일의 3세대 모델을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페이스리프트 버전만으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면에 위치한 닛산 특유의 V-모션 그릴. 닛산 엠블럼을 감싸는 굵은 선을 갖고 있는데다가 크롬 도금까지 되어 있는데, 엠블럼이 없어도 닛산의 모델임을 모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헤드램프 일부를 감싸고 있는 부메랑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은 원형 발광체가 나란히 늘어서 있던 기존 형태에서 하나로 이어진 듯한 형태로 다듬어져 좀 더 깔끔한 느낌을 낸다. 자세히 보면 프론트 범퍼의 디자인도 약간 변해 있는데, 이전 캐시카이에서는 원형이었던 안개등이 엑스트레일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직사각형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범퍼에서 돌출되어 있던 주차 센서도 이제는 상당히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다.
SUV인 만큼 험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에 대비하기 위해 차체 하단과 휠하우스 일부를 무광검정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있는데, 전면과 후면 그리고 측면 일부에 크롬 몰딩을 둘러 포인트를 주었다. 차체에서는 커브를 이루는 휠 아치 그리고 보닛으로부터 도어를 지나 리어까지 이어지는 근육질의 라인이 눈에 띈다. 블랙 투톤의 19인치 휠이 측면에서 차체를 채우고 있어 역동적인 느낌을 더하고 있다.
길이 4,690mm, 너비 1,830mm, 높이 1,725mm의 차체는 같은 뼈대를 사용하는 르노삼성 QM6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길고 약간 좁으며 약간 더 높은 정도이다. 디자인으로 인해 날렵해 보이겠지만 C 세그먼트 내에서 최대한 크기를 키웠다는 닛산의 설명을 이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D 세그먼트 모델로 분류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interior |
역동성을 갖춘 외형에 비해 실내는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캐시카이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변화라고 느껴질 부분이 있는데, 내장재의 품질이 조금은 상승했다는 것이다. 시트와 기어 노브에 가죽을 둘러 약간의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D컷 스티어링 휠을 장착해 역동성을 챙기고 있다. 이 휠은 센터 허브가 작고 스포크가 얇아서 계기반을 좀 더 확실히 볼 수 있으며, 두툼한 림을 갖고 있어 손 안에 쥐기가 편하다.
닛산은 시트 제작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1열 시트에 앉아있으면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푹신함에 가까운 편안함이지만 상체를 잡아주는 능력도 어느 정도는 확보하고 있으며, 장시간 주행에서도 무리는 없다. 단지 기자의 경우 페달과 발에 맞춰 시트 포지션을 잡으면 허벅지 일부가 살짝 뜨는 경우가 있었는데, 신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풋레스트가 왼발의 반쪽만을 지지한다는 점도 약간 걸린다.
2열 시트에서는 편안함이 우선시되는데, 상당히 넓은 레그룸이 확보되어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므로 거인이 앉아도 무리가 없으며, 시네마 뷰를 적용해 2열에서도 전면을 수월하게 바라볼 수 있다. 40:20:40 비율로 접히는 등받이는 화물 적재 상황에 따라 응용할 수 있는데, 굳이 등받이를 접지 않아도 550~565L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해외에는 7인승 모델도 있긴 하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
Powertrain |
국내에 수입되는 엑스트레일의 파워트레인은 2.5L 4기통 가솔린 엔진. 미국으로 수출되는 로그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하며,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4.2kg-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트코의 Xtronic CVT이며, 등급에 따라 전륜구동과 4륜구동이 있다. 시승차는 4륜구동 모델이다. 그 구성을 살펴보니 로그 엠블럼을 떼고 엑스트레일 엠블럼을 붙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먼저 시동을 걸어봤다. 기어를 P에 두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엉덩이까지 진동이 올라오기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경사가 제법 있는 언덕에 차가 서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평지에서의 아이들링은 상당히 조용하고 미동조차 없다. 가솔린 엔진의 장점이 적극적으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즉시 앞으로 전진할 것 같은 가속 감각이 초반에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이한 감각을 보여준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외형과는 달리 가속 페달에 큰 힘을 주지 않고 3,000rpm 이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 조용함과 정숙성을 먼저 보인다. 이 과정에서 변속의 충격이라는 것이 없는 CVT는 엄청난 장점을 발한다. 가족이 편안하게 탑승하기에 상당히 좋은 자동차라는 것이다.
만약 닛산 자동차의 성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뜻밖의 반응에 대해 조금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가속과 감속이, 엔진 회전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것이 굴곡을 그리는 게 아니라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엔진 회전을 높이면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운전자를 약간 자극하기는 하나, 스티어링을 잡고 있으면 의외로 가속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느낌은 110km/h의 영역까지 효과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풍절음에서도 알 수 있다. 노면 소음은 도로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노면이 좋지 않을 경우에도 실내를 울릴 정도까지는 커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아스팔트 노면이라면, 땜질로 엉망이 된 노면이 아니라면 노면 소음과 만날 일도 없다. 가속과 감속 시 앞뒤로 움직이는 형태도 자연스럽고 운전자에게는 움직인다는 느낌조차 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사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로그 하이브리드 모델이 궁금해진다. 닛산은 요 몇 년 사이에 모터의 도움을 받거나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전동화를 급격히 추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동화 모델의 숫자도 급격히 늘려나갈 예정이다. 그런 흐름에 따라 엑스트레일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이번에는 2.5L 엔진만 사용할 수 있으니 약간 아쉽기도 하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아무래도 승차감 쪽에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다. 위 아래로 움직이는 거리는 아무래도 길다. 앞뒤로도 좌우로도 유연하게 반응하는데, 움직임의 정점을 찍기 전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돌아오기 직전에는 고무를 한계까지 단단하게 누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준다. 니스모 버전의 엑스트레일은 이보다 더 정제된 반응을 보여준다고 하니, 추후 애프터마켓 파츠로라도 니스모의 서스펜션 부품들을 팔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SUV인 만큼 코너에서는 아무래도 언더스티어 성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을 즐길 수 있는데, CVT이지만 가상의 기어가 있어 엔진 회전을 높게 잡을 수 있는데다가 원할한 코너 주행을 돕는 ‘인텔리전스 트레이스 컨트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자장비가 부자유스럽게 개입하면 불쾌한 진동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엑스트레일의 경우 이 전자장비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하고 빠지기 때문에 운전 실력이 늘어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ADAS 시스템은 기본적인 것들은 물론 ACC도 갖추고 있다. 상위 모델의 경우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시스템도 있지만, 시승차에는 없었기 때문에 사용해 보지 못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닛산이 자랑하는 ‘프로파일럿’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초로 프로파일럿 기술이 적용된 ‘세레나’보다 좀 더 자연스러운 형태로 작동한다고 언급은 하고 있는데, 이 기능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엑스트레일은 전반적으로 닛산의 본래 성격을 억누르고 패밀리 세단으로써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이 탑승하기에는 상당히 좋지만, 반대로 닛산의 역동성을 기대했던 운전자에게는 약간의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평행선에 가까운 감각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가끔씩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을 높였을 때 들려오는 엔진음에 잠시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엑스트레일은 만족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엑스트레일을 구매할 만한 매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일전에 판매가 중단된 캐시카이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미국에서는 로그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판매도 한다는데, 국내에서도 라인업의 추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물론 로그 스포츠는 엑스트레일보다 작지만 말이다.
주요제원 닛산 더 뉴 엑스트레일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90x1,830x1,740mm
휠 베이스 : 2,705mm
윤거 앞/뒤 : 1,595 / 1,595
공차 중량 : 1,670kg
트렁크 용량 : 565 리터
엔진
형식 : 2,488cc QR25DE
압축비 : 10.0 :1
보어 x 스트로크 : 89.0 x 100.0 mm
최고출력 : 172ps/6,000rpm
최대토크 : 24.2kgm/4,400rpm
연료탱크 용량 : 55리터
변속기
형식 : 무단 변속기 (Xtronic CVT)
최종감속비 : 6.386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 / 60R18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복합연비 : 10.6km/L (도심 9.6 / 고속도로 12.0)
이산화탄소 배출량 : 162g/km
시판가격
2WD : 3,460 만원
4WD : 3,750 만원
4WD Tech : 4,120 만원
(작성 일자 : 2019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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