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를 발판삼은 푸조의 기함, 508 1.6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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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이 파워트레인을 교체했다. 부분변경을 거친지 약 1년 만의 큰 변화다. SCR에 DPF를 조합한 신형 디젤 엔진은 유로6 기준을 만족하며 이전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낸다. 1.6 디젤은 변속기도 바뀌었다. 이제 MCP가 아닌 유압식 자동변속기다. 부분변경과 유로6 시행 덕분에 508이 꽤 달라졌다. 이전 508에 망설였던 사람은 꼭 다시 한번 눈길을 줄 만하다.
프렌치 프리미엄 세단. 푸조의 수입원 한불모터스는 508을 이렇게 부른다. 프랑스 차이니 프렌치는 그렇다고 해도,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꽤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508을 경험해보면 그들의 주장을 조금은 납득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북미형 세단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 일부 구성은 과연 프리미엄이라고 말할 만하다.
국내에는 ‘준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럽 세단들이 거의 없기에, 이런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나마 현대차가 한때 고급 상품군(PYL, Premium Youth Lab)으로 구분했던 i40 세단이 508과 가장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프리미엄을 강조하던 PYL은 어느새 젊음(Youth)에 힘을 싣고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 전락했다.
이런 프리미엄 논쟁과는 별개로, 508은 그동안 국내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차급이 가장 큰 문제였으리라 추측된다. 407과 607의 통합이라는 태생 때문에 508은 차체 크기가 애매하다. 407처럼 실용적이지도, 607처럼 당당하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또한 파격적인 디자인과 효율에 지나치게 집착한 파워트레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차체 크기야 세대교체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지만,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 물론 푸조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간 푸조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508의 단점을 차근차근 개선해왔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 만난 508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508은 지난 부분변경을 통해 디자인을, 이번 유로6 시행을 통해 파워트레인을 대대적으로 손본 모델이다.
한결 차분한 분위기
외모는 데뷔 당시보다 한층 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를 40mm 늘려 차체가 더 늘씬하게 보이게 했지만, 눈길이 가는 건 역시 새 얼굴이다. 보닛, 헤드램프,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등 눈에 띄는 대부분을 바꿔 이전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뾰족했던 헤드램프는 뭉툭하게 다듬은 뒤 안쪽에 LED를 촘촘히 심었다. 참고로 신형의 헤드램프는 모든 빛을 LED로 밝히는 ‘풀 LED 헤드램프’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줄였다. 그릴을 키워 박력을 강조하는 게 최근 추세라 너무 얌전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보닛에 있던 엠블럼을 그릴 안쪽으로 옮기고 테두리를 두툼하게 처리해 존재감은 유지했다. 뒷모습 역시 이전보다 단순해진 분위기. 테일램프 안쪽을 면 발광 LED로 꾸미고 트렁크를 가로지르던 크롬 띠를 깔끔하게 떼어냈다.
참고로 이런 외모의 변화는 푸조·시트로엥 그룹(PSA)의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최근 이들은 시트로엥을 저가 브랜드, 푸조를 중급 브랜드, DS를 고급 브랜드로 재편하고 있다. 따라서 푸조는 이전보다 한층 더 대중적인 색채를 띠게 될 예정이다.
한불모터스가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실내에서 찾을 수 있다. 마감 소재, 각종 장비 등이 꽤 화려하다. 특히 아우디처럼 야들야들한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과 구석구석의 금속성 패널 등이 눈에 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좌석 독립 공조 장치 등 대중차 브랜드의 동급 모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비들도 갖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신형을 단다.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재생만 지원했던 이전과 달리 차에 관한 각종 설정이 가능한 제어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제 주행정보도 계기판이 아닌 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띄운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스티어링 휠의 SRC 버튼을 꾹 누르면 작동된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이라 하기에는 다소 아쉽지만, 중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짐 공간도 545L로 넉넉한 편. 또한 개구부가 넓고 안쪽 공간이 널찍해 큰 물건을 비교적 쉽게 실을 수 있다. 아울러 바닥에는 신발과 잡다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전과는 꽤 다른 주행감각
부분변경을 거치며 508 2.2 GT는 수입이 중단됐다. 45.9㎏·m에 이르는 최대토크, 더블 위시본 구조의 프런트 서스펜션 등 탄탄한 주행 성능을 맛볼 수 있는 모델이었지만, 차급 대비 가격이 다소 높아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에는 유로6를 만족하는 1.6 블루HDi와 2.0 블루HDi만 준비된다.
모델명에 블루(Blue)를 붙인 건 유로6 엔진이기 때문이다. 푸조의 블루HDi 엔진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를 조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90%까지 줄였고 미세 입자 제거율은 99.9%까지 높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블루HDi의 SCR 시스템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작동한다.
시승차는 1.6 블루HDi. 최고 120마력, 30.6kg·m의 힘을 내는 1.6L 디젤 엔진을 얹었다. 이전보다 최고출력은 8마력, 최대토크 3.1kg·m가 개선됐다. 하지만 508 1.6 블루HDi의 핵심은 엔진이 아닌 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기존 1.6 e-HDi의 6단 MCP 대신 일반 6단 유압식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것. 때문에 연비는 조금 줄었지만 가속 감각이 굉장히 매끈해졌다.
푸조 디젤 엔진의 정숙한 감각은 여전하다. 소음, 진동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BMW, 벤츠 등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 디젤 엔진보다도 부드럽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도 꽤 뛰어난 편. 가속 페달을 다독일 때는 물론, 짓밟아도 매끈한 가속을 이어간다. 물론 푸조의 최대 매력인 쫀득한 몸놀림도 그대로다. 고속에서는 한 급 위의 차를 타는 것처럼 든든하고 코너에서는 한 급 아래의 차처럼 날렵하게 움직인다.
508은 국내 시장에서 꽤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이 북미형 파사트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럽 대중차 브랜드의 중형 세단으로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조금 애매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다. 부분변경과 유로6 시행. 이 두 변화가 508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이전과의 차이는 꽤 크다. 이전 508에 망설였던 사람이라도 꼭 한번 다시 눈길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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