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함과 실용성의 절묘한 조화 - 시트로엥 C4 피카소 1.6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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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프랑스 시트로엥의 C4 피카소입니다. C4 피카소는 원래 7인승 구조의 그랜드 C4 피카소로 먼저 출시되었으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일한 디젤 7인승 MPV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바 있습니다. 하지만 7인승보다 5인승에 적합한 차체 사이즈로 인해 초반의 관심이 높은 판매량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시트로엥은 2014년말 국내 시장에 5인승 모델을 추가했으며 현재 5인승 모델을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트로엥 C4 피카소는 1.6 BlueHDi 모델과 2.0 BlueHDi 두 모델로 출시돼 있습니다. 가격은 각각 3,690만원과 4,190만원으로 7인승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7인승 모델 엔트리 트림에 제외된 바 있었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1.6 BlueHDi 트림에 기본으로 넣어 가격 대비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시트로엥 C4 피카소는 유럽시장에서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1.6리터 디젤 엔진, 2리터 디젤 엔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는 1.6리터, 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만 수입됩니다. C4 피카소에 탑재된 1.6리터 디젤 터보 엔진은 최고 120마력을 3,500rpm에서 내고 최대 30.6kg.m 토크를 1,750rpm에서 발휘하며 복합 연비는 15km/l입니다.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은 최고 150마력을 4,000rpm에서 내고 최대 37.8kg.m의 토크를 2,000rpm에서 발휘하며 복합 연비는 14.1km/l입니다.
C4 피카소의 차체 사이즈(1.6 디젤 모델 기준)는 길이 4,430mm, 폭 1,825mm, 높이 1,610mm, 휠베이스 2,785mm, 공차 무게 1,555kg입니다. 참고로 7인승(2.0 디젤 모델 기준)의 경우 길이 4,600mm, 폭 1,825mm, 높이 1,638mm, 휠베이스 2,840mm, 공차 무게 1,685kg로 5인승 대비 차체 길이, 높이, 휠베이스, 중량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피카소의 7인승 모델과 5인승 모델은 3열 좌석 두 개만 걷어낸 클론 설계가 아닌, 길이, 높이, 휠베이스 등 세부적인 부분들이 5인승에 맞게 세밀하게 변경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보통 7인승 모델과 5인승 모델의 차이는 좌석수 외에 특별히 다른 부분이 없는게 일반적인데, C4 피카소는 좌석수만 다른게 아니라 차체 길이, 높이를 비롯해 설계 자체를 바꿔야 변경이 가능한 휠베이스까지 5인승에 맞게 재조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작 방식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단순히 좌석수의 차이만 두드러지겠지만 공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랜드 C4 피카소 7인승 모델과 5인승 모델은 베이스가 다른 개별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차이가 큽니다.
같은 차종임에도 탑승 인원에 맞게 차체 사이즈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효율적인 모듈러 플랫폼에 있습니다. C4 피카소는 푸조 시트로엥 그룹이 최초로 선보인 이피션트 모듈러 플랫폼2 (EMP2 : Efficient Modular Platform)를 기반으로 설계된 제 1호 모델입니다. EMP2는 푸조 시트로엥이 GM과 함께 2012년부터 2조 4천억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플랫폼으로 D2XX, 델타 3로도 불립니다. EMP2 플랫폼은 푸조, 시트로엥 쉐보레, 오펠, 복스홀, 뷰익, 캐딜락, 홀덴 등 다양한 브랜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유연성'을 장점으로 하는 EMP2 플랫폼은 실내, 트렁크 공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B 세그먼트에서 D 세그먼트 차종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세단, 쿠페, SUV, 크로스오버, 해치백 등 다양한 차종을 EMP2 플랫폼으로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 비용 절감, 시간 단축이라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말이 되며 이는 곧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상품성이 향상됩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모듈러 플랫폼을 활용해 많은 종류의 모델을 뽑아낼 수 있으려면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플랫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야 합니다. 플랫폼의 기본이 되는 강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도 기본적인 설계가 틀어지지 않을만큼 유연함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EMP2 플랫폼에는 등급이 높은 강철, 알루미늄, 복합 합금 등의 신소재가 사용돼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도 7인승 모델과 꽤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전면부 A 필러 하단이 7인승은 꺾여 있었지만 5인승은 직선 형태로 단정하게 마감돼 있고 7인승 모델은 루프에서 C 필러로 몰딩이 둘러져 있는 형태이지만 5인승은 이 부분이 일반적인 프레임 형태로 마감돼 있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맞춰 얇은 LED 데이라이트를 두 줄로 넣었고 헤드 램프를 하단에 별도로 배치한 부분은 C4 피카소의 독특한 개성을 대변합니다. 시트로엥 로고를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여느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피카소만의 표식'입니다.
전면 범퍼 하단을 와이드한 느낌으로 다듬었고 에어 인테이크를 확장해 강인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전반적인 차체 라인이나 실루엣에서는 여성미가 느껴지는 반면 몇 가지 세부 디테일에서는 남성미도 엿보이는 복합적인 디자인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의 헤드램프입니다. 컨셉트카의 헤드 램프를 그대로 사용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누구에게나 세련된 디자인은 아닐지 모르지만, 독특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주목할만한 구성임에는 분명합니다. 1.6리터 하위 모델에는 LED 헤드 램프가 아닌 할로겐 램프가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측면부 디자인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치백과 미니밴의 중간적인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해치백을 확대했다거나 미니밴을 축소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준중형 사이즈에 해당하는 차체에 해치백과 미니밴의 장점을 적절하게 담아내면서 특정 세그먼트에 끼워 맞추고 싶지 않을만큼 독창적인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C4 피카소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트렁크 라인 역시 5인승은 최신 해치백 스타일로 완만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도어 하단 역시 5인승 모델에 날카로운 엣지를 넣어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후면부의 모습입니다. 7인승 모델의 차고가 좀 더 높기 때문에 5인승 모델이 좌우로 좀 더 넓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후미등 역시 7인승은 ㄷ자 형태이지만, 5인승은 일반적인 직사각형 타입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해치 도어 하단의 형태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7인승 모델과 5인승 모델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EMP2와 같은 모듈러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 생산 방식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듈러 플랫폼 적용에 따른 장점은 사이즈 대비 넓은 실내 공간입니다. C4 피카소의 차체 길이는 7인승이 4,600mm, 5인승이 4,430mm입니다. 7인승은 '준중형' 사이즈라 할 수 있고 5인승은 소형 사이즈에 해당합니다. 반면 휠베이스는 7인승 모델이 중형 세단에 해당하는 2,840mm이고 시승 모델인 5인승이 2,785mm입니다. 휠베이스(전륜과 후륜 사이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면으로 길게 뻗어 있는 A 필러와 윗 부분으로 높게 당겨져 있는 윈드 실드 프레임,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하는 글라스 루프 등이 적용돼 있어 개방감만큼은 중대형 SUV 이상입니다.
실내 구성은 시트로엥다운 유니크함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장재 품질은 무난한 수준입니다. 특별히 고급스러운 소재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대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깔끔한 구성 및 질감이 느껴집니다.
C4 피카소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뛰어난 개방감입니다. A 필러가 엔진 후드 중앙 부분까지 깊게 파고 들어가 있고 A 필러 부분에 넓은 보조 창을 갖추고 있으며 윈드 실드 프레임 역시 타 모델보다 약 25cm 정도 위로 올라가 있어 마치 탁 트인 전망대 유리창으로 밖을 바라보는듯한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A 필러가 전면으로 확장되어 있어 데시보드 상단에 태블릿이나 노트북 PC를 놓아도 될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방감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사 광선이 강한 이른 오후에는 실내로 유입되는 강한 빛이 안전 운전 및 쾌적함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피카소에는 전면에 너무 많은 빛이 유입되지 않도록 윈드 실드 프레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레일형 차단막을 만들어 놓아 일반 자동차 수준으로 전면 유리 면적을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해치백 모델인 DS4에도 적용된 부분입니다.
윈드 실드 프레임을 최대한 확장하면 마치 컨버터블을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특징인 글라스 루프 역시 기본 적용되어 있습니다.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넓은 면적이 유리로 덮혀 있는데, C4 피카소에서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유리 면적은 총 5.70m2로 동급 최고임은 물론 풀사이즈 미니밴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합니다. 글래스 루프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와 달리 개방이 되지 않습니다.
센터페시아 패널 버튼은 풀 터치 방식입니다. 무엇보다 스티어링휠 상단 부분에 위치해 있는 계기반이 센터페시아 패널 중앙 상단으로 이동되어 있습니다.(국산차 가운데서도 현대 라비타(단종), 쌍용 로디우스, 코란도 투리스모가 이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C4 피카소의 중앙 계기반은 구성이나 완성도, 독특함 등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계기반은 12인치 와이드 타입이며 풀 LC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12인치는 자동차 모니터로는 가장 큰(테슬라 제외) 사이즈에 해당합니다. 풀 디지털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야간 시인성이 우수하다는 점, 현대적인 느낌을 잘 표현한다는 점에서 C4 피카소 상품성에 크게 기여합니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원형 게이지와 중앙 부분에 각종 데이터를 출력하는 기본 타입에서 우측 RPM 게이지 부분을 다양한 형태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 세 개의 윈도우로 각각의 데이터를 표시하는 분할 방식 등 3가지 패턴으로 정보를 표시하며 시인성이 우수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는데, 계기반이 표시하는 기능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속도계, RPM 게이지, 사진 배경 설정, 오디오 표시, 나침반, 주행시 필요한 데이터 값 출력 정도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운전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되 LCD 모니터를 활용하여 시인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기능으로 특화할 수 있는 12인치의 넓은 LCD 모니터를 낭비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현재의 구성에서 애플 카플레이 또는 구글 오토와 연동된다면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기반은 원활한 가독성 확보를 위해 주변 광량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도록 데시보드 안쪽으로 배치했습니다.
12인치 와이드 계기반 아래로는 7인치 터치 방식의 모니터가 추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12인치 LCD 모니터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 부분을 7인치 터치형 모니터로 분리한 것은 세부 기능들을 가능한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하나의 장치에 너무 많은 메뉴가 집중될 경우 특정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안전 운전에 방해가 될 뿐더러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고역스러운 일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혼다 뉴어코드를 비롯해 최신 모델들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단 모니터는 오디오, 전화, 차량 셋팅 등 자동차의 기본 설정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연동되는 모니터입니다.
7인치 모니터 좌우로는 7개의 터치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손가락 끝을 살짝 대면 해당 버튼이 동작하는 방식입니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맵을 사용하는 에프터마켓용이 매립되어 있기 때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습니다.
시동 버튼의 모습입니다. C4 피카소에는 스마트키 시스템이 기본 적용되어 있습니다. 버튼 아래에 키를 꽂을 수 있는 홀더가 마련되어 있지만 키를 홀더에 꽂지 않고 소지한 상태에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으며 도어 자동 개폐 기능 역시 지원합니다.
시동키의 모습입니다. 도어 열림, 닫힘, 트렁크 버튼의 일반적인 구성이며 두툼하지만 가볍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디자인 및 소재는 나쁘지 않습니다.
독특함을 추구하는 프랑스 브랜드답게 변속기 레버 디자인도 매우 독특합니다. 스티어링휠 캐빈에 컬럼 방식으로 부착되어 있는 변속기 레버는 마치 볼펜 하나를 꼽아 놓은 것처럼 작습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변속기 레버 디자인도 독창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C4 피카소의 변속기 레버는 유사한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합니다. 독특하기는 한데, 변속기 레버의 소재 및 마감은 다소 아쉽습니다. 디자인 측면보다는 소재 측면에서 아쉬움이 큰데, 메탈 소재로 마감했거나 좀 더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지도록 구성했다면 좋았을듯 합니다.
변속기는 MCP 방식이 아닌, 일반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으며 작고 볼품 없지만, 조작감은 기대보다 좋은 편이여서 실 사용시 불편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변속기 레버 구성은 튀지만 작동 방식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스티어링휠은 넓고 큽니다. 4포크 방식으로 D컷 스타일이며, 크롬 몰딩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좌우에 복잡하리만큼 많은 조작 버튼을 갖추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전화 연결, 음량 조절, 크루즈 컨트롤 버튼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들을 스티어링휠 버튼으로 해결하는 것은 좋지만, 총 4개의 조그 다이얼을 포함, 너무 많은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어 약간은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수동 모드에서 보다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쉬프트 패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푸조/시트로엥에 적용되는 쉬프트 패들은 스티어링휠과 연동되는 형태가 아닌, 캐빈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위와 같은 고정 방식은 회전 구간에서 패들 사용감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회전 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을 떼지 못할만큼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이 아니기에 실제 사용 환경에서 큰 불편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터치 모니터 하단에는 차량 자세 제어 장치 버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 도어 잠금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커버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수납함이 배치되어 있으며 안쪽으로 DC 아웃 단자 2개의 USB 단자, AUX 단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커버는 단순히 수납함을 닫는 역할만 하지 않고 위와 같이 개방한 상태에서 작은 소지품을 놓을 수 있는 간이 스텐드로도 활용이 됩니다.
컵홀더의 모습입니다. 고정 핀 없이 두 개의 컵을 거치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중간의 가로대를 낮게 만들어 지갑과 같은 소지품을 놓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컵홀더는 사이즈나 배치 면에서 그리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컵홀더 인색하다는 점인데, 장거리 운전이 많고 수시로 음료를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과 달리 동선이 상대적으로 짧고 굽이친 도로가 많은 유럽 특성상 차내에서 음료를 즐기는 인구가 적기 떄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암레스트 내부 수납 공간입니다. 폭이 좁지만 2단 구조로 앞쪽 수납구가 깊어 활용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또 암레스트 전면에는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작은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글로브 박스 수납 공간입니다. 폭이 그리 넓지 않아 큰 소지품을 넣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C4 피카소의 실내 수납 공간 배치는 차체 사이즈 대비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어 내부입니다. 실버 트림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암레스트는 시트 마감재와 동일한 재질로 덮었으며 사이드미러, 윈도우 조작 패널, 개방 레버 구성도 무난합니다. 하단의 수납 공간도 실용적입니다.
1.6 디젤 모델은 직물 시트가 기본 제공됩니다. 시트 쿠션은 단단한 편이고 시트 마감은 평균적인 수준이나 시트 디자인만큼은 훌륭합니다. 스티치를 세밀하게 넣어 장기간 착석시 시트 늘어짐 현상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했으며 투톤 컬러 구성도 좋습니다. 모든 시트는 수동 조작 방식입니다. 특히 2열 시트가 3개의 독립식 좌석이 구성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중앙 부분에 돌출부가 없고 각각의 시트가 개별적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6:4 폴딩 방식 대비 다양한 배치가 가능합니다.
평소 시승자(181cm, 86kg)가 운전하는 위치로 1열 시트를 맞춘 다음 2열 시트에 앉아보면 약 12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트 하단이 층이 져 있어서 체감되는 무릎 공간은 약 7-8cm 정도입니다.
2열 시트 등받이에는 위와 같이 간이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편의 장치입니다.
5인승 모델에는 트렁크 전면부에 팝업식으로 배치되어 있던 3열 좌석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5인승 시트 배치가 훨씬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7인승 모델의 3열 공간은 머리 공간, 좌우폭은 충분했지만 협소한 무릎 공간으로 성인 남성이 탑승할 수 있을만큼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을 트렁크로 온전히 활용해 한층 여유로워 보이는군요.
7인승 모델과 마찬가지로 트렁크 벽면의 전등은 위와 같이 분리되는 방식으로 유사시 랜턴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푸조 차량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인데, 아이디어는 좋지만 랜턴 디자인을 좀 더 고급스럽게 바꾸고 전구도 LED로 바꿨으면 합니다.
2열 시트를 펴고 접는 과정은 7인승과 같습니다. 시트 포지션에 따른 활용성은 좋으나 접고 펴는 과정이 꽤 불편합니다. 등받이 조절은 위와 같이 작은 레버를 당겨야 하는데, 노약자는 조작이 어려울 정도로 작동감이 타이트합니다. 2열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과정도 그리 편하지 않은데, 보다 쉬운 방식으로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위와 같은 트렁크 공간이 넓게 확장됩니다. 대부분의 SUV, 해치백, MPV 등에서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입니다만, 그랜드 C4 피카소의 경우 3개의 좌석이 각각 독립적으로 접히기 때문에 활용도 면에서 좀 더 유리합니다.
동력 성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C4 피카소는 1.6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과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승차는 하위 모델로 1.6 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최고 120마력을 3,500rpm에서 내고 최대 30.6kg.m 토크를 1,750rpm부터 발휘합니다. 공인 연비는 15km/l입니다. 1,997cc 배기량, 터보 차저 방식으로 최고 150마력을 4,000rpm에서 내며, 최대 37.7kg.m의 토크를 2,000rpm에서 냅니다.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 방식입니다.
현대인들의 경제 활동은 크게 '필수재' 구입과 '기호재' 구입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품목들이 필수재와 기호재 사이에서 구분이 가능하지만 자동차는 '필수재'와 '기호재'의 성격을 모두 갖춘 상품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오로지 A to B 용도로 자동차를 사용한다면 모닝이나 스파크와 같은 경차만으로도 목적 달성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기기인 자동차를 선택함에 있어서 개인 기호와 취향을 적극 고려하며 이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 많은 차종이 시장에 혼재되어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C4 피카소 역시 필수재와 기호재의 특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모델입니다. 유사 모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개방성, 개성적인 실내 구성은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자극하는 부분이고 1.6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 파워 트레인은 높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필수재' 부분을 충족시키는 부분입니다.
사실 1.6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MPV에서 '역동적인 성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스펙에 명시된 것처럼 1,75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터지는 30.6kg.m의 토크를 기반으로 저회전 답답하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을 제외하면 성능 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입니다. 유럽 디젤 터보 엔진이 배기량에 상관 없이 우수한 체감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배기량)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일단 정지 상태에서 140km/h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가속력을 보였지만 140km/h 이후부터는 속도 상승 곡선이 완만해지며 160km/h 부터는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일반 도로 상황을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차량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170km/h 내외(계기반 기준)로 보시면 됩니다. 고회전 영역에서의 움직임이 그리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력 성능에 역점을 두고 자동차를 선택하는 분들은 상위 트림인 2.0리터 터보 모델에 주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동력 성능은 평범한 반면 디젤 엔진 탑재 모델의 단점 중 하나인 소음 진동 부분은 잘 억제되어 있습니다. 유럽 브랜드 가운데서도 디젤 엔진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답게 NVH(noise vibration harness) 부분은 경쟁 모델 대비 뛰어난 수준입니다. 공회전시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고 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비교적 잘 차단되어 있습니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5km입니다. 최근 리터당 18km 이상의 효율을 내는 소형 디젤 CUV에 비교할바는 못되지만, 일단 공차 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시승 기간동안 주행한 거리는 약 400km 정도였고 이 가운데 고속도로가 200km, 일반 시내 주행이 200km 비중으로 이뤄졌습니다. 고속도로 주행시 연비 운전을 감안하지 않고 급가속, 급정거 등을 편하게 사용하면서 주행을 했으며 구간별로 차량 성능의 최대치를 사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시내 주행 조건은 흐름이 원활한 편인 중소 도심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과 트립 컴퓨터상에 표시된 누적 연비는 13.6km/l 정도였고 실제 소모된 디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승 환경이 일반 운전자의 환경과 달리 급가속, 급정거, 고속 주행 빈도가 높음을 감안하면 C4 피카소 1.6 모델의 일상적인 실연비는 공인 연비와 비슷한 15km/l대를 무난하게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C4 피카소의 서스펜션은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후륜이 토션빔 방식입니다. 최근 토션빔 기술이 크게 향상된 상황이고 르노 삼성의 SM6 후륜에 탑재된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평가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토션빔'은 저가 장비로 인식되어 있어 상품성 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잘 셋팅된 토션빔 서스펜션이 멀티 링크 못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일체형 서스펜션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토션빔 서스펜션은 후륜 휠이 차축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일체차축식 서스펜션'으로 불립니다. 반면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바퀴 축을 여러 개의 링크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트레일링암식 서스펜션을 토션빔으로 연결시킨 일체차축 방식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제작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로 소형차의 후륜 서스펜션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토션빔은 멀티 링크 방식에 비해 승차감이 좋지 않고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이나 과속 방지턱을 지나는 등 갑작스러운 거동시 튀는 특성을 보이며 고속 주행 안정성 및 코너링 성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C4 피카소의 하체 성능은 '일체형 서스펜션'의 존재가 의식되지 않을만큼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승차감이 부드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면 진동을 적당히 전달하면서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형태로, 안정감 있는 거동이 무난한 승차감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일체형 서스펜션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속 코너링을 비롯해 급차선 변경과 같은 갑작스러운 거동시에도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탑재한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스티어링 각도에 충실히 반응하는 리어의 감각도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거친 노면이나 높은 과속 방지턱을 빠르게 지날 때에는 일체형 서스펜션의 한계가 느껴집니다만, 도심에서 일반 운전자들의 가용 범위 내에서의 하체 답력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됩니다.
전륜 구동 방식에 일체형 후륜 서스펜션 구조임에도 고속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점이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인데, C4 피카소의 토션빔 서스펜션 완성도가 특별히 높다기보다는 푸조 시트로엥의 모듈러 플랫폼의 완성도가 하체 밸런스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고 보여집니다.
브레이크 성능 면에서도 이렇다할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패달 답력은 날카롭지 못합니다만 제동 유지력, 고속에서의 급제동, 반복 제동시 열화 등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총평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도서 9:11) 시장 상황 역시 반드시 품질, 상품성과 매출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필수재와 기호재 성격이 혼재된 상품일수록 지역적인 특성과 소비층의 패턴과 기호, 경향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세단과 SUV로 양분되어 있고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 가격 대비 차체 사이즈가 큰 차종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 시트로엥 C4 피카소(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을 갖고 있음에도)가 높은 매출을 올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시승자는 C4 피카소의 상품성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이나 우수한 연비 효율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이즈 대비 넓고 실용적인 공간과 뛰어난 개방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어울리는 실내 구성과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시트 포지션, 차급을 뛰어넘는 짐칸 구성 등 C4 피카소는 고도화된 도심 지역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춘 MPV라는 것이 시승자의 종합적인 결론입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12인치 LCD 계기반을 태블릿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을듯 합니다. 현재의 구성은 풀 디지털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기능이 너무 한정적입니다. 대화면 디지털 계기반에 맞는 미래 지향적인 그래픽과 데이터 구성 및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 확장이 가능해진다면 젊은층의 관심이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스티어링휠의 리모트 버튼이 간결하게 정리되었으면 합니다. 상하로 길게 배치되어 있는 현재의 구성은 보기에도 복잡하고 운전시 엄지 손가락의 반경을 벗어나기 때문에 조작성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펜 사이즈의 변속기 레버는 '개성'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소재, 마감이 고급스럽지 않아 아쉽습니다. 레버를 메탈로 감싸거나 지금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재료로 변경했으면 합니다. 트렁크의 조명이 랜턴으로 활용되는 것 또한 멋진 아이디어 이지만, LED 전구로 교체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차량일까?
가격 대비 큰 차체 사이즈와 최대한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C4 피카소가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C4 피카소 1.6 모델을 구입할 금액이면 기아 올뉴 카니발 2.2리터 디젤 풀옵션 모델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총평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 패턴에 맞게 작고 효율적인 설계를 기반으로 한, 개성 넘치는 MPV를 원하는 분이라면 C4 피카소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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