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인상적인 첫 단추, 렉서스 RZ 450e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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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최초의 BEV 전용 모델로 등장한 RZ는 전기차로서의 성능 뿐만 아니라 렉서스 특유의 주행감각이 녹아든 차량이다. 2035년의 100% 전기화를 위한 첫 장을 열고 있는 RZ는 전동화 전략 추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있다.
글, 영상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RZ는 렉서스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2번째 전기차다. 첫 번째 차량은 C세그먼트 SUV, UX의 전기차 버전인 300e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는 RZ가 처음이다. BEV 전용 e-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71.4kWh의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와 렉서스 최초로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를 채택하여 1회 충전으로 최대 377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시스템 총 출력 312마력, 프런트와 리어에 새롭게 개발된 이액슬(e-Axle)이 적용된 다이렉트4(DIRECT4)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티함을 강조하거나, 뛰어난 가속 성능을 내세우는 경쟁 모델과는 달리 렉서스가 RZ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포인트는 '컨트롤 하기 쉬운' '편안함'등 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점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제로도 우리가 렉서스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지만, 기존의 렉서스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제원표 상의 동력성능을 보면 312마력의 성능을 보이는 만큼 성능에 대한 아쉬움도 크게 느끼기 어렵다.
렉서스는 이미 UX 300e를 통해 브랜드의 첫번째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차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RZ 450e을 통해 렉서스는 EV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RZ의 기반이 된 EV 전용 e-TNGA 플랫폼은 국내 출시 예정인 토요타 bZ4X, 그리고 스바루 솔테라와 공유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배터리 용량은 71.4kWh지만, 차량 운영에 필요한 수치를 제외하면 이 중 64kWh의 배터리를 주행에 사용한다. 아쉬운 점은, 71.4kWh의 배터리 용량이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며, 7.4kWh의 배터리 버퍼는 업계 평균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배터리 버퍼의 양을 적절히 확보하는 것은 차량의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배터리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렉서스는 이러한 배터리 구성을 통해 10년 후에도 배터리 용량의 90%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의 본격적인 보급이 10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린 아직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유지될 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의 90%를 보장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며, 단순히 주행거리만으로 전기차를 평가하면 안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배터리 용량은 경쟁모델 대비 낮은 편이지만, 이는 에너지 소모에 최적화된 전기모터로 인해 보상된다. 일반적인 도심에서 주행하는 경우 후륜에 위치한 108마력의 전기모터를 주로 사용하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전륜의 201마력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되며 힘을 더한다. 또한, 전기 파워트레인 소프트웨어는 현재 상황에 최적화된 구동력을 앞뒤로 적절히 분배한다. 렉서스의 전기차는 이 부분에 있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에너지 소비량은 테슬라의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내 인증 주행가능거리 377km는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수치다. 급속 충전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다. 150kW의 급속 충전 시스템은 프리미엄 EV에서는 이제 최소 기준이다. 377km의 주행가능거리도 최적의 상황에서의 주행거리로,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면 주행 가능거리는 30~40km 감소한다. 매년 더위가 심해지는 것 같은 요즘 날씨에는 더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렉서스다운 주행 감각만큼은 RZ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어뎁티브 댐퍼가 탑재되지 않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를 정말 매끄럽고 부드럽게 주행해 나간다. 전기차다운 호들갑스러운 반응도 없다. 오히려 조용한 전기 파워트레인 덕분에 모든 주행 상황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흥미롭진 않지만, 놀랍도록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새로 개발한 네바퀴굴림 시스템 '다이렉트 4'는 주행 중 앞뒤 바퀴의 구동력 배분율을 자유롭게 조정한다. 특히 가속 및 제동에 수반되는 차량의 불필요한 전후좌우 움직임을 제어하고, 앞차축과 뒷차축 사이에서 전력과 제동력을 빠르게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혁신적이진 않지만, 기분 좋은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렉서스다운 선택이다.
소프트웨어가 토크를 적절히 분배하지만, 전륜의 모터가 후륜 모터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에 RZ는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나가는 상황에서 중립적인 느낌을 전한다. 스포티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적절한 그립을 통해 운전자가 편하게 제어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좌우로 크게 조향하는 상황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렉서스 RZ는 확실히 프리미엄 EV라는 성격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RZ보다 제원표 상으로 좋은 능력치를 갖춘 전기차는 많지만, 이 만큼 깔끔한 움직임을 보이는 차량은 많지 않다.
랙서스다운 주행성능을 경험하고 시선을 돌려 차량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관에서 특징적인 것은 '스핀들 바디'로 불리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다. 전동화 시대에 맞게 분리된 형태의 그릴 디자인이 아닌 차체와 일체화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외관 디자인은 앞으로 출시될 렉서스의 다른 차량에도 이어지고 있다. 충전구는 운전석 앞 측면에 위치해 큰 불편없이 충전할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디자인에 비해 실내 공간은 다소 화려함이 부족하다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다. 시프트 셀렉터는 다이얼 형태로, 그외의 버튼류는 렉서스 NX나 RX 등 다른 렉서스와 같다.다만, 바이오 소재의 울트라 스웨이드나 부드러운 촉감의 합성 피혁 등 감성적인 면을 중시한 소재들도 눈에 띈다. 간결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수준이다. 인테리어의 색상 구성을 좀 더 밝은 분위기로 하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실내 공간에 대해서는 큰 불편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긴 휠 베이스를 살려 뒷좌석 레그 룸은 넓지만, 플로어와 시트의 거리가 짧아 무릎이 살짝 올라오는 자세가 된다. 배터리가 위치하는 차량 하부로 인한 시트포지션이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유플러스 연동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도 환영할 부분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국내 실정에 맞게 현지화를 하는 것이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되고 있다.
RZ는 의례 전기차에서 기대하게 되는 자극적인 감각 (가속감, 강력한 토크 등)이 아닌 기존 렉서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연스럽고 깔끔한 주행을 추구하는 차량이다. 그리고 RZ 450e를 시승해 보면 그러한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렉서스는 항상 차량의 전체적인 주행 질감에 있어 '깔끔하고 깊이있는' 감각을 테마로 내세웠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가까운 전기차가 RZ가 아닐까 생각 된다. RZ 450e는 전기차로서 꽤 매력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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