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지프 레니게이드 2.0 4WD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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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 레니게이드를 마주한 첫 인상은 영락없는 프렌치 불독이었다. 불독 특유의 짧은 다리와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 떠오른다. 거기에 동그란 눈과 지프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왠지 애처로워 보이는 프렌치 불독의 얼굴, 딱 그것이었다.
사실 처음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레니게이트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것은 모든 지프의 원조이기도 한 ‘윌리스 지프’였다. 지프의 모든 모델들이 이 윌리스 지프의 디자인을 모태로 하고 있지만 유독 작고 암팡진 모습은 초창기 윌리스 지프를 더욱 많이 닮아있다. 미국산 군용 차량과 사륜구동의 시초, 거기다 지프 브랜드의 시작이기도 한 윌리스 지프. 그리고 지프 브랜드의 최신 모델인 레니게이드. 레니게이드 곳곳에서 윌리스 지프의 기운이 뿜어나오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가 지프 라인업에서 아버지 같은 역할이라면 레니게이드는 난폭한 막내 같다. ‘난폭’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외관디자인이나 실내 디자인은 톡톡 튀는 매력이 넘친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하여 FCA가 탄생한 것은 2014년 1월. 이 새로운 체제를 통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그룹은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체제에서 처음으로 공동 개발한 것이 바로 레니게이드이다.
레니게이드가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시장. 소형차 만들기에 노련한 피아트의 경험과 소형 SUV는 처음이지만 지프의 전문 분야이기도 오프로드 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차량을 개발한다는 것이 레니게이드가 개발된 배경 스토리이다.
레니게이드가 끝이 아니다. FCA의 신형 차량은 지프 브랜드 이외에도 출시된다. 국내에도 곧 출시될 예정인 ‘피아트 500X’는 레니게이드와 플랫폼도 같고 사륜구동 시스템도 동일하다. 이러한 브랜드 통합은 현대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지만, 여러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엠블렘을 바꾼 정도로 이것은 지프의 차, 이것은 피아트의 차로 구분되긴 어렵다. 그래서 각 브랜드의 디자인은 여전히 각자의 브랜드 디자인 파트가 담당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공유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만큼은 각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프 브랜드의 차량들은 이전에는 거의 미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었지만, 레니게이드는 이탈리아의 멜피 공장에서 생산된다. 또한 향후 브라질 신공장에서의 생산과 중국의 광저우 자동차와 합작 생산도 시작된다. 사실 이정도가 되면 지프 브랜드의 미국색은 아주 옅어 진다. 오랜 지프 브랜드의 팬들에게는 어쩌면 실망스러워지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레니게이드와 윌리스 지프를 자주 함께 언급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이러한 부분을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 센터페시아의 각인되어 있는 ‘SINCE 1941’이란 문구는 윌리스 지프가 2차 대전에 실전 투입된 시기이다.
레니게이드의 출현으로 지프 브랜드는 ‘젊음’을 찾았다. 그간 지프는 다소 라인업에서 ‘젊음’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변화를 얻기 위해 개발 초기 인테리어 디자인을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은 24세의 신입 디자이너에게 맡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부 디자인도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이며 또한 차량 곳곳에 지프 브랜드의 캐릭터를 숨겨 놓는 즐거움을 준비했다고 한다. 해드램프 디자인이나 리어 램프의 디자인 등에 이러한 부분들이 드러난다.
새로운 레니게이드를 살펴보다보면, 앞서 설명했던 ‘SINCE 1941’이라는 각인이라든지 곳곳에 숨겨진 지프 브랜드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라든지, 과거를 상기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신차’에 대한 불안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일까? 일부러 이렇게 드러나게 브랜드의 전통을 드러내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전폭×전고 각각 4260×1805×1725mm로 같은 플랫폼의 '피아트 500X "와 비교하면 높이가 100mm 높다. 길이는 폭스바겐 골프 정도. 전반적인 외형 디자인은 체로키와 같은 상위 등급의 다른 차량들보다 오히려 터프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특유의 그릴 디자인과 동그란 헤드램프, 그리고 리어 램프의 X 마크와 같이 이미 익숙한 모습들이 레니게이드 에서는 톡톡 튀는 개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처에 지프의 아이콘인 세븐 슬롯 그릴 마크가 새겨져 있다.
운전석 아이 포인트는 높은 편이다. RPM게이지에는 진흙 얼룩 같은 배경이 레드존을 표시하고 있다. 톡톡튀는 인테리어의 느낌은 일본 차나 독일 차 그 어느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분위기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이라든지, 시트 소재의 느낌 등은 '피아트 500'을 연상시킨다. 물론 실내 공간은 그에 비할 바 없이 충분하다. 조수석의 손잡이도 험로 주행을 위한 배려.
탈부착이 가능한 지붕도 인상적이다. 지붕을 탈착하기 위해선 운전석위의 레버를 돌리고 전용 공구를 통해 열어야 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수년전 지프 랭글러 루비콘 모델을 시승하다 지붕을 분리해보다 무게가 무거워 고생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레니게이드의 경우 일단 지붕의 무게가 가볍고 탈착과 장착과정 모두 간단해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시승한 레니게이드에 탑재된 엔진은 1,956cc 직렬 4기통 DOHC 터보 디젤. 최고출력 170ps/3,750rpm, 최대토크 35.7kgm/1,750을 발휘한다. 이외에도 크라이슬러제 2.4리터 직렬 4기통 멀티에어 엔진이 탑재된 Longitude 2.4 모델도 판매 중이다.
시동을 걸자 거친 음색의 엔진음이 실내로 들이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들링시 들려오는 엔진음이다. 주행시에는 이미 익숙한 디젤 엔진 특유의 엔진음 정도지만 정차한 상태에서의 엔진음은 제법 크게 들려온다. 둥둥거리는 음압까지 느껴지는 정도라 이 점은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겐 꼭 직접 경험해 봐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거의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레니게이드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도 보여진다. 국내 정서에는 다소 맞지 않겠지만 피아트제의 1.4직렬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동이나 효율성도 훨씬 나아질 텐데 말이다.
변속기는 ZF제의 9단 AT. 변속감은 신경질적인 부분 없이 부드럽다.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110km/h 정도의 속도에서는 가장 높은 9단에 제대로 들어간다. 100km/h 정도에서 7단 정도밖에 들어 가지 않았던 체로키와는 다른 설정이다. 기어비는 체로키와 같은데 최종감속비에 변화를 주었다. 무게차이로 인해 토크감은 체로키보다는 조금 강하게 다가온다. 핸들링은 빠릿하고 스포티한 성격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종류의 SUV로는 적당한 수준. 승차감에 있어서는 본격 오프로드 모델인 랭글러같은 모델보다는 훨씬 탄탄하다.
지프 브랜드의 막내지만 주행모드 변경이 가능한 셀렉-터레인이 장착되어 있다. 다이얼을 통해 오토(Auto), 스노우(Snow), 스포츠(Sport), 샌드/머드(Sand/Mud)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모드에 따라 구동계통의 컨트롤 모듈, 전자식 브레이크 컨트롤러, ESC, 변속기 컨트롤러, 엔진 컨트롤러 등 최대 12 항목의 시스템 설정이 제어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에서는 추천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자갈 도로나 눈이 쌓인 일반도로라면 문제없이 달릴 수 있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다른 상위모델에 비해 돌파력은 부족하다. 어떤 4WD라도 나름의 한계는 있는 법이다.
만약 새로운 체제에서 처음 탄생한 지프의 새모델에 의구심을 갖는 분이 있다면 그런 걱정이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단언한다. 세계화 없이는 기업의 생존이 위험해지는 시대에서 합병이 되었는지, 어디에서 생산 되었는지 등은 크게 상관이 없다. 그것보다 제품으로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될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지프 브랜드의 차량이라면 전통의 7슬롯 그릴과 원형 헤드 라이트의 얼굴만 가지고 있으면 좋든 싫든 지프로 보인다. 또 이전 피아트와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발생한 몇 가지 제약 조건으로 인해 프렌치 불독 같은 사랑스러운 형태를 가질 수 있었다. 동력성능이나 편의장비를 떠나서 지프 브랜드의 막내, 레니게이드는 미니, 피아트 500과 같은 패션카로서도 손색이 없는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자동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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