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존재의 의미는 만드는 것 - BMW 뉴 X6 30d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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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BMW 전시관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한 컨셉카의 모습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이 컨셉트카는 BMW의 농담 정도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이후 BMW X6로 상용화되었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리어 디자인이 인상적인 패스트백 스타일의 SUV가 탄생한 것이다. X5와 크기에 차이가 없는 풀사이즈 SUV였지만 패스트백 스타일로 뒷좌석과 화물칸의 공간이 줄어 들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SUV의 본래의 목적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넉넉하게 짐을 싣고 다양한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차량 인 셈이니 차체 크기는 최대한 줄이면서 실내 공간은 최대한 넓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컨셉 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때는 이 차가 SUV의 원리 원칙에서 왜 벗어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더 이상 정통 SUV라고 해도 오프로드에 나서는 사람만이 운전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버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모두 바다에 잠수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한번도 오프로드에 나가지 않는 SUV 운전자도 이젠 드물지 않다. 여담이지만 다이버 시계를 차고 깊은 심해로 잠수하는 잠수부는 이제 세계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계 형태의 고성능 다이브 컴퓨터를 착용하고 잠수하는 것이 표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다이버 시계라는 것은 시계 디자인으로서의 존재 가치만 남아있다. 존재 의의가 변화한 것이다.
BMW는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에 매우 빠르고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X6는 2008 년 첫 등장 이후 세계에서 무려 26만대를 판매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SUV의 인기에는 시장의 성격을 잘 잡아낸 데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X6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독일이나 일본,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러시아, 중동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렬한 인상의 X6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이끈 것이다.
이탈리아나 러시아, 중동 지역의 소비자에게 SUV는 험로 주파성 보다는 화려한 외형이 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물론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도 중요하다. 하지만 성능보다 더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디자인인 시장도 있는 것이다.
X6가 화려한 외형만의 SUV가 아닌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 미국과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판매량이 높은 차량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고급스러운 고성능의 SUV는 이제 하나의 카테고리로 성장했지만, X6보다 개성적인 외모를 가진 SUV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풀 모델 체인지 된 X6의 외관 디자인은 선대 모델의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다. 누가 봐도 X6임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모델의 일반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BMW X6는 미국의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생산된다. 스파턴버그 공장은 X6 외에도 X3, X4, X5도 생산되는 X모델 전용 공장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이 공장은 올해 16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량 30만대에서 45만대로 생산량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BMW가 미국에 318i로 처음 현지 생산을 시작한 이후, Z3 로드스터에 이어 X시리즈까지. 순조롭게 생산 대수를 늘려 온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생산 대수가 많은 BMW 공장이 되는 것이다. X6가 생산되는 스파턴버그 공장은 독일 자동차 업체의 미국 진출의 큰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출시될 예정인 X7의 생산도 예정되어 있기에 스파턴버그 공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X6는 단순한 외형의 변화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과 열사소성 수지, 대시보드의 마그네슘 소재 적용 등으로 기존 차량보다 40kg의 무게 감소를 이뤘다. 그래도 여전히 2톤을 훌쩍 넘는 중량감은 변함이 없다. 전장은 4,909mm로 이전 세대에 비해 32mm가 늘어났다.역시 X6 디자인의 정수는 사이드 실루엣. 운전석 바로 위에서부터 급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패스트백 스타일의 라인이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실루엣을 만든다.
화려한 외형의 X6지만 실내 공간은 다른 BMW 모델들에 대부분 적용된 것들이어서 특별히 새롭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전장이 늘면서 실내 공간도 좀 더 여유로워졌다. 4:2:4 분할 접이식 뒷좌석을 통해 기본 580ℓ에서 최대 1,525ℓ까지 적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1세대 모델에 비해 각각 10ℓ와 75ℓ 늘어난 수치. 특히 뒷좌석 공간이 제법 넉넉해졌다. 무릎 공간은 두툽한 앞좌석 시트로 인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지만 머리 공간 만큼은 생각한 만큼 좁지 않았다.
충실해진 편의 장비도 눈길을 끈다.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뷰 시스템 등의 옵션이 기본 탑재되었으며, 터치 컨트롤러 기능이 내장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도 건재하다.
이번에 시승한 `xDrive30d`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6.7초 만에 도달한다. 국내에는 X6 xDrive30d가 먼저 출시되었고 앞으로 40d와 M50d도 출시될 계획이다.
시승이 진행된 곳은 인천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 센터내의 트랙. 15분 정도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역동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트랙에서의 주행이 아니었으면 놓쳤을 변화 포인트 중 하나. 센터 콘솔 옆에 무릎을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추가되었다. 트랙에서의 코너링 시 한 쪽으로 몸이 쏠리기 시작했다. 무릎으로 몸을 지지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넓은 19인치 휠과 롤 제어 시스템에 의한 30d의 그립과 안정감은 놀랍다. 2톤이 넘는 몸집의 5도어 SUV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언더스티어 성향의 코너링 특성이지만, 시종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전륜에서 힘차게 자동차를 당겨 준다. 스티어링에서 전해지는 노면의 정보량은 다소 적지만 정확성과 무게감이 ‘딱’ 좋다. 정숙성 또한 뛰어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들리는 것은 바람이 부드럽게 차량 뒤쪽으로 흘러 가는 소리 뿐이다.
짧은 서킷 주행에서 느낄 수 있었던 X6의 첫 인상은 넘치는 파워가 아니라 섀시와 서스펜션의 절묘함이었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커다란 체구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SUV (BMW는 SAV라고 부르지만)지만 온로드를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X6는 결코 무늬만 화려한 자동차가 아님을 다시금 실감한다. 포르쉐 카이엔과 레인지 로버 스포츠 등 라이벌들과 다른 점은 오프로드 주행용 모드가 별도로 없는 점. 험로 주파성은 떨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량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SUV에서는 보기 힘든 개성적인 디자인과 온로드에서의 높은 주행 성능이 조합된 신형 X6. 성능의 변화는 제쳐두고 세련되고 실용적으로 변화한 모습만으로도 1세대 모델의 성공을 2세대 모델도 이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주요제원 BMW 뉴 X6 30d
크기
전장×전폭×전고: 4,909×1,989×1,702mm
휠베이스: 2,933mm
엔진
형식 : 직렬 6기통 DOHC
배기량 : 2,993cc
최고출력 : 258ps/4,000rpm
최대토크 : 57.1kgm/1500~3000mm
보어×스트로크 : 90.0×84.0mm
압축비 : 16.5 : 1
구동방식: AWD
트랜스미션
8단 A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인테그럴 암
브레이크 : V. 디스크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255/50 R19
성능
0-100km/h: 6.7초
최고속도: 210km/h
연료탱크 : 85리터
가격
뉴 X6 xDrive30d : 9,990만원
뉴 X6 xDrive40d : 11,690만원
뉴 X6 M50d : 14,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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