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열정과 냉정 사이 - 볼보 S60 / V60 폴스타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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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현재 국내시장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을 위한 자동차 메이커에 가깝다. 단, 과거에는 편안함과 함께 스포티함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한때 ‘240’이라는 모델을 통해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에서 활약하시도 했고, ‘850’ 모델을 통해 영국 투어링 카 선수권에 참전하고 있던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1996년 이후 20여 년간 스칸디나비안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쌓아온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쌓아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있는 것이 바로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볼보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이다.
‘볼보’라는 이름을 듣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터스포츠를 떠올리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볼보 브랜드는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자신들의 약점을 부족한 스포티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올해의 차 선정을 위해 볼보 S90와 XC90을 다른 경쟁 모델들과 비교테스트를 했었다. 이미 국내 출시 후 시승을 통해 경험했던 차량이지만 자동차시험연구소의 테스트 코스에서 한계를 경험하며 경쟁모델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볼보 S90과 XC90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감흥이 전해졌다. ‘이 차들이 이 정도로 민첩했었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고속 슬라럼 코스와 헤어핀 코스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주행을 보여준 차량이 바로 볼보 S90과 XC90이었다. 볼보 브랜드의 세단과 SUV 부문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두 대의 거대한 차량이라는 사실이 더욱 인상 깊었다.
폴스타는 이러한 볼보의 주행성을 숨김없이, 한계까지 끌어올렸다는 표식이다. 폴스타(Polestar)’는 스칸디나비안 투어링카 챔피언십(Scandinavian Touring Car Championship, STCC)에 출전하면서 레이싱 드라이버인 ‘얀 플래시 닐손(Jan Flash Nilsson)’이 1996년 설립한 튜닝 전문회사 ‘플래시 엔지니어링(Flash Engineering)’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1년 폴스타로 사명을 바꾸고, 2009년부터 고성능 제품을 만들면서 볼보자동차와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2014년 볼보자동차의 S60과 V60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을 최초 선보인 폴스타는 2015년 볼보자동차에 인수합병된 이후 볼보자동차의 고성능 라인업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레이싱 태생의 폴스타 라인업은 각종 레이스에 출전하면서 볼보 자동차의 개발 및 판촉 활동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 인지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폴스타’라는 이름은 볼보 브랜드의 상승세에 맞춰 더 자주 들리게 될 것이다. 폴스타의 목표는 ‘볼보의 AMG’이자, ‘볼보의 M’이다.
폴스타가 볼보의 고성능 모델들을 생산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차량이 바로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이다. 폴스타 엠블렘을 단 차량이 국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 폴 스타는 매년한정 생산되고 있는 모델로 올해(2017년형 모델)가 3년차에 해당한다. 생산 대수는 초기 750대에서 지금은 1500대로 2배 규모로 성장했다.
매년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며 공개되었던 폴스타 라인업이지만 올해 공개된 폴스타 모델은 파워트레인에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이 탑재되었던 트윈 스크롤 터보의 3리터 직렬 6기통 엔진, 그리고 6단 AT의 조합에서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적용된 다운사이징 2.0리터 4기통 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 조합으로 변경되었다. 엔진의 배기량은 줄어들었지만 출력은 오히려 350마력에서 367마력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적용된 엔진은 볼보가 자랑하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으로 볼보가 2014년 처음으로 선보인 다운사이징 엔진 라인업이다. 신형 4기통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 i-ART 기술 적용, 슈퍼차저 및 터보차저 활용, 그리고 엔진 경량화를 통해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 엔진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볼보의 양산 모델들에 적용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개발 초기부터 폴스타가 깊이 관여해 왔다.
외형에서는 선명한 블루컬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폴스타 라인업과 WTCC에 출전하는 레이싱 카에도 적용된 이 블루컬러(정식 명칭은 사이언 레이싱 블루)는 ‘스웨덴’을 상징하는 색상이자 고성능 라인업인 폴스타를 상징하는 이미지 컬러이기도 하다.
쉽게 찾긴 어렵지만 고성능 모델만의 디자인 요소들이 숨어 있다. 전면부 하단에는 차량 하부로 유입되는 공기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풍절음 감소에 도움이 되는 전방 코너 스플리터가 추가되어 있으며, 기존의 S60 대비 보다 크고 넓은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되어 있다. 고속 주행시에 공기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는 리어 디퓨저 역시 기존 R-디자인 모델 대비 더 넓어진 것 또한 특징이다. 일반 모델들과 분명 차이를 둔 디자인이지만 다른 브랜드들의 고성능 라인업들에 비하면 다소 수수한 인상이다. 하지만, 데일리 퍼포먼스 카를 표방하는 폴스타 라인업인 만큼 차분한 외모 속에 감춰진 야성이라는 성격이 잘 어울린다. 리어 머플러에 새겨진 폴스타 문양이 숨어있는 야성의 증거이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외형보다 공력성능 향상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차량 내부에도 사이언 레이싱 블루 컬러가 곳곳에 적용되어 차별화되고 있다. 구성은 일반 모델들과 큰 차이 없지만 곳곳에 폴스타 만의 디자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기어노브에는 폴스타 배지로 포인트를 주고 있으며, 센터 콘솔에는 카본 소재가 더해져 고성능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립감 향상을 위해 스티어링 휠은 가죽소재로 덮여 있으며, 패달도 폴스타 전용 디자인의 패달이 적용되었다. 특히 좌우 쏠림을 잘 잡아주는 폴스타 전용 버킷 시트는 앉는 순간 다른 차임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인제 스피드 웨이에서 진행된 볼보 S60 / V60 폴스타 시승행사는 고성능 모델인 만큼 서킷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파워트레인은 터보와 슈퍼차저가 더해진 2리터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고 출력 367마력, 최대 토크 47.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에 발을 디딘 순간 슈퍼 차저가 토크 끌어올리고 대구경 터빈이 가세해 도로를 박차며 운전자를 몰아 붙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오로지 강력한 힘만이 느껴진다. 그 강렬한 힘의 느낌은 낮은 회전에서부터 충분한 토크가 솟아오르면서 중간 기점까지 경쾌하게 상승하다가 레드 존까지 플렛한 토크로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스피드웨이의 직선코스에서의 가속감은 아찔하다.
사운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노멀 모드에서는 다소 평범하지만, S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AMG 45 계열에서 들었던 사운드를 조금 더 품위있게 조절한 듯한 공격적인 사운드가 뒤에서 밀려온다. 뿐만 아니라, 쉬프르 패들을 당기면서 AT 레버를 조작하면 궁극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된다. AMG나 M이 부럽지 않은 상태로 변화한다.
사실 실제 운전자가 일반적인 주행에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성능을 감추고 있는 스포츠 세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제원표를 살펴보면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회전 영역은 3100~5100rpm. 즉 다운사이징 터보 특유의 ‘밟아도 밟은 것 같지 않은’ 지루한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정신없이 날뛰는 야생마가 아닌 잘 길들여진 경주마에 가깝다.
화려한 퍼포먼스의 폴스타지만, 사실 가장 맘에 드는 점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편안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외형은 다소 수수하고, 일반 모델들과 비교해도 실용성이 떨어지는 변화도 없다. 노멀 모드에서는 배기 사운드도 한층 자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 주행에 적절한 유연함까지 가지고 있다. 발끝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설레발도 찾을 수 없다. 볼보의 가장 스포티한 모델임을 거의 의식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른다.
볼보 S60 / V60 폴스타는 다운 사이징을 통해 한층 가벼워진 차체로 경쾌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주행 성능으로 한계까지 공격해 갈 수 있는 모델이다. 브렘보제의 브레이크 성능은 이미 검증된 부분이지만, 한가지 더 눈에 띄는 점은 20인치 전용 휠과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이토록 젠틀한 주행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볼보는 분명 폴스타를 아우디 RS나 메르세데스-AMG, BMW의 M과 같은 인지도와 이미지로 높이고자 하고 있다. 현재의 브랜드 파워는 아직 거기까지는 어렵지만, 일단 직접 경험해 본 폴스타라는 모델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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