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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웅 | 볼보 XC40 T4 AWD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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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볼보의 기세는 대단하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연타석 홈런’이다. XC60은 2018 뉴욕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했으며, 브랜드 최초의 컴팩트 SUV XC40은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과거의 볼보 이미지만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라면 예상하기 힘든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 배경에는 중국 자본 도입이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볼보를 소유하고 있던 포드는 중국의 지리 자동차에 볼보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볼보는 막대한 개발 자금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금의 힘도 중요했지만, 지금의 볼보를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지리 자동차가 볼보를 운영한 방식이었다. “자금은 지원하지만, 연구개발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리자동차의 입장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지리자동차의 이러한 방침이 지금의 볼보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에 따라 볼보는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탄생한 첫 번째 모델이 바로 XC90이다. 그리고 그 플랫폼을 사용해 V90 / S90, XC60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신형 V60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도의 자본이 투자되어 부활한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도 있었지만, 과거 볼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엔진과 플랫폼을 함께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택했던 포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효율성이 아닌 독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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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XC40은 볼보 브랜드의 독자적인 성격을 응집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개념 자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컴팩트 SUV지만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훌륭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개성있는 요소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모습을 간단하고 단순화하면서 께끗한 조형물처럼 구성했다는 점이다.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볼보는 XC40을 통해 간결함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XC40을 라디에이터 그릴의 볼보 앰블럼을 지우더라도 볼보의 차량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독일브랜드나 렉서스처럼 크고 화려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독창성을 제대로 표현한 표본 같은 디자인이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마치 ‘누가 더 강렬한가’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볼보의 디자인은 오히려 반대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뺄셈의 디자인’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볼보이다.

 

 

브랜드 전체 제품 전략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XC40

XC60이나 XC90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XC40의 특징이다. 각진 형태와 2톤 컬러로 대담하게 올라선 어께 라인, 날카롭게 파인 도어 하단 등 곳곳에서 발랄함이 느껴진다. 신발에 비교한다면 90시리즈가 고급 옥스퍼드라고 한다면, 60시리즈는 정장과 캐주얼 어디에도 어울리는 스웨이드 드레스 슈즈, 그리고 40시리즈는 심플하고 편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모습의 스니커즈를 떠오르게 한다. 종종 격식을 갖춘 의상에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는 포인트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실 XC90의 디자인을 처음 접하고, 이후 XC60이 출시되었을 때, 왜 XC60에는 ‘작은 XC90’으로 보이기 위한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특히 사이드 윈도우의 끝 부분을 과감하게 올린 디자인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XC40의 디자인을 보며 그 의문이 풀렸다. XC90과 XC40 사이의 자리를 메우고 볼보 SUV 라인업 디자인에 연속성을 갖게 하는 것이 XC60이 추구하는 조형미였던 것이다. 만약 XC60의 디자인이 그저 XC90을 줄인 듯 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XC40 디자인은 다른 볼보의 SUV 모델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단일 모델이 아닌 라인업 전체 또는 브랜드 전체의 제품 전략을 완성 해 가는 모습도 볼보브랜드의 상승세에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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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40은 볼보가 ‘CMA’라 부르는 새로운 소형차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60시리즈 이상은 ‘SPA’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출시될 V40의 후속 모델은 CMA 플랫폼을 사용하게 된다. 두 플랫폼은 기본적인 구조는 같지만, CMA 플랫폼은 앞 차축부터 앞좌석 발 공간까지는 변경할 수 없으며 앞뒤 오버행과 전폭, 전고 등 그 외 부분은 가변 영역으로 해 유연한 설계를 실현한 것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캐주얼한 인테리어와 곳곳의 수납공간

실내 공간 역시 깔끔한 외형 만큼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렌지 색상의 도어 트림과 바닥 카펫을 적용한 인테리어도 전에 없던 발랄한 분위기와 경쾌함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과 베이지 색상이 주제로 사용된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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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대 4천만원 가까이 가격차가 나는 XC90과 XC60 정도의 고급스러움은 덜하다. 그러나 대형 터치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볼보 센서스'는 액정 크기를 포함해 상위 모델과 동일한  사양이 적용되어 있으며, 스티어링 휠과 에어컨 송풍구 디자인, 계기판, 룸 미러, 버튼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의 질감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스니커즈지만 럭셔리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 이미지가 떠오른다. 볼보의 SUV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한, 옵션에 따라 약 4천6백만원대~5천만원의 가격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 요구되는 품질 만큼은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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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편의장비들도 주목할 점이다. 팔걸이를 겸한 플로어 콘솔 박스에는 티슈 상자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휴지통까지 준비되어 있다. 간단히 탈착할 수 있어 쓰레기를 비우기도 편리하다. 시트 아래에 숨겨진 소품 수납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도어에 위치하는 오디오 스피커를 차량의 전면부로 옮겨 도어 포켓의 크기를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페트병이나 아이패드, 노트북 정도도 가볍게 들어가는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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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박스를 열면 숨겨진 후크가 위치해 있다. 가방이나 쇼핑백 등을 걸기에 적합하다.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에는 두 장의 카드를 수납할 수 있는 카드홀더가 위치해 있다. 하이패스카드나 자주 사용하는 주유카드들을 넣기에 좋다. 부드럽게 꼽히지만 단단히 고정되는 감각에서 세심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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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두기에 적합한 센터 콘솔은 무선충전 기능을 지원한다. 충전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다. 하지만, 블루투스를 통해 볼보 센서스와 연결하면 케이블 없이도 배터리 잔량을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USB 단자는 2개. 그 중 하나는 애플 카플레이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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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공간의 크기는 바닥화물을 포함해 460리터. 약간 길이가 짧은 V40보다 125리터의 공간을 더 확보했다. 뒷자리는 4:6 분할 폴딩 형태지만, 2열 중앙에 개폐식 스키스루가 있어 4명이 승차한 상태에서도 긴 짐을 실을 수 있다. 플로어 보드를 올릴 때 나타나는 후크에 쇼핑백 등 짐을 걸어 고정할 수 있는 점도 사용자를 배려한 세심한 요소들이다.

 

한 가지 (거의 유일하게) XC40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시트’와 관련된 부분이다. 가죽 시트의 촉감은 부드럽지만, 엉덩이 부분의 쿠션이 부드러워 다소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8웨이 파워 시트로 엉덩이 부분의 위치를 어느 정도 올릴 수는 있지만, 주행 여건에 따라 불편한 경우도 있다. 또, 전체적인 드라이빙 포지션이 낮게 설정되어 있다보니 운전석에 앉으면 깊게 묻히는 듯 한 인상을 받는다. 전방 시야도 다소 낮은 편이다. 물론 시트의 높이를 높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경우에는 적절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웠다.

 

 

정숙성과 편안한 주행감이 강점

이번에 국내 출시된 XC40의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새로운 엔진계통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2.0리터 4기통 T4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여기에, 8단 자동 기어트로닉과 사륜 구동 방식으로 최대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30.6 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의 음색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회전수를 올려도 자극적인 엔진음이나 진동이 없기 때문에 기분 좋은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해외시장에서는 T5 엔진을 탑재한 XC40도 출시되어 있지만, 고회전 영역의 펀치력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실용 영역에서는 사용하기 쉽고,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굳이 T5엔진이 아니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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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고 주행을 시작했다. 주차장을 벗어나 일반도로에 올라 첫 번째 코너를 지나는 순간 막연했던 기대감은 확신으로 이어졌다. 전고가 높고, 휠베이스가 짧은 컴팩트 SUV지만 부드러운 거동과 편안한 승차감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실내의 정숙성은 압권이다. 엔진 특성상 고회전을 사용하면 엔진음이 들이치긴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노면음이나 엔진음으로 신경쓸 일은 전혀 없다.

 

고속도로를 주행해도 승차감의 장점은 변함없다. 100km/h로 정속주행하는 순간에도 실내는 컴팩트 SUV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 가득하다. 도로의 이음새를 지나는 경우에도 실내로 소리가 전달되지만 충격은 깨끗이 흡수해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또한, 추월을 위해 약간 강하게 액셀을 발로 디디면 부드러운 킥다운과 함께 가속이 시작되고,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직진 안정성도 뛰어나며, 전 차종에 기본 장착되는 어뎁티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급가속이나 급감속 없이 모든 과정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전반적인 주행 완성도는 동급 모델들 보다 높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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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로드에서도 차고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차체 중심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좌우 롤도 크게 느끼지 않아 거침없이 코너를 지나쳐 갔다. AWD가 적절히 개입하면서 언더스티어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스티어링 기어비도 적당한 수준. 원하는대로 라인을 그려가며 코너를 공략해 갈 수 있었다.

안전 편의 장비로 앞서 설명한 볼보의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시스템, 지능형 안전시스템인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기술 등이 기본 적용되었으며, 이 밖에도,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전동식 파노라믹 선루프 가 기본 제공된다. 상위 모델인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13개의 하만&카돈(Harman & Kardon) 스피커와 360° 카메라 등 프리미엄 옵션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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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매력적인 신차를 투입하고 있는 볼보. 실적 또한 상승세다. 이런 분위기에 브랜드 최초의 컴팩트 SUV, XC40의 출시는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XC40은 디자인이나 질감, 편의성, 주행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 볼보의 SUV 중 앤트리 모델이라는 점에서 볼보 브랜드 입문을 위한 차량으로 손색이 없다. 볼보의 팬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볼보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강렬하게 어필하는 매력을 갖춘 것은 틀림없다.

 


주요 제원 볼보 XC40 T4 AWD

 

크기
전장×전폭×전고 : 4,425×1,875×1,640mm
휠베이스 : 2,702mm
트레드 앞/뒤 : 1,601 / 1,626 mm
공차중량 : 1740kg

엔진
형식 : 1,969cc 직렬 4기통 싱글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마력/rpm) : 190/4700
최대토크 (kg·m/rpm) : 30.6/1,400~4000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자동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 19” I 235/50R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 8.5 초
복합연비 : 10.3km/L(도심 9.2/고속 12.2)
CO2 배출량 : 168g/km
 
시판 가격

모멘텀 : 4,620 만원
인스크립션 : 5,080 만원
R-디자인 : 4,88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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