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반등의 신호탄, 쉐보레 트래버스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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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래버스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대형 SUV 모델이다. 차량의 성격은 익히 알고 있는 바지만 현재 GM의 판매 방식으로 인해 국산차량 인 듯 하지만, 수입차로 집계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차량들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한국GM이지만, 얼마 전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수입차 업체이기도 하다. 11월 판매실적에서 반등에 성공한 한국GM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GM의 수입차가 바로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대형 SUV인 트래버스다. 넉넉한 실내 공간의 패밀리카를 표방하고 있는 쉐보레 트래버스의 면모를 살펴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지난 11월 판매실적에서 한국GM의 수입 모델들의 판매는 1783대를 기록해 수입차 업체 중 5위에 올랐다. 464대가 판매된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228대가 판매된 대형 SUV 트래버스가 실적을 이끌었다. 배터리 전기차인 볼트 EV도 824대가 판매되어 수입EV로는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참고로 볼트 EV는 주행거리가 늘어난 신형 모델이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모두 정통 ‘미국산’ 자동차 임을 강조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다소 투박한 외관과 실내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랫동안 픽업트럽과 SUV 모델들을 생산해 온 노하우와 미국적인 색깔이 분명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GM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향후 해외 생산 모델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들과 함께 수입차종의 비중을 늘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전략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이다. 풀모델 체인지를 앞둔 초대형 SUV 타호를 비롯해 중형 SUV인 블레이저, 스포츠카인 콜벳 스팅레이, 대형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이 2020년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1분기 트레일블레이저의 출시에 맞춰 2020년 출시 차량들이 윤곽이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트래버스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시장 중심의 모델인 만큼, 가장 미국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실용적 차량이라는 점이 트래버스의 장점이다. 실내 공간의 활용성도 좋고 많은 인원이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육중한 외관에서 나오는 차량의 존재감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이러한 장점과 반대되는 단점들도 두드러진다. 미국시장과는 달리 다소 좁은 도로 사정, 주차 공간으로 인해 전장 5미터, 전폭 2미터가 넘는 트래버스의 장점이 반감된다.
실제로 시승 중에도 이러한 불편함을 종종 느끼기도 했지만, 단지 이러한 부분 때문에 트래버스가 불편한 차로 인식되진 않았다. 차량의 크기가 큰 데에서 오는 불편함을 상쇄하는 특징들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세단 위주의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개성의 자동차들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최근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익스테리어
트래버스의 외관 특징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경쟁 SUV 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크기’이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5,200mm, 전고 1,785mm, 전폭 2,000mm, 휠베이스 3,073mm로 경쟁모델 가운데 가장 큰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국산 대형 SUV들과 치수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드러난다. 현대 펠리세이드는 휠베이스 2,900mm / 전장 4,980mm, G4렉스턴은 2,865mm / 4,850mm, 기아 모하비 마스터피스는 2,895mm / 4,930mm으로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크기의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우에도 휠베이스 3,025mm / 전장 5,050mm로 트래버스가 소폭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차량의 크기를 비교했지만, 위에 언급한 차량들은 모두 넉넉한 실내 공간과 당당한 외관으로 부족함을 찾기 힘든 크기를 보여준다.
국내외 대형 SUV들의 플랫폼은 차체와 프레임이 별도로 존재하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의 차량와 일체형인 모노코크 구조로 나뉜다. 기아 모하비와 쌍용 G4렉스턴이 프레임 구조 차량이며, 펠리세이드와 트래버스, 익스플로러는 모노코크 구조이다. 특히 트래버스에 적용된 GM의 람다 플랫폼은 뷰익 엔클레이브, GMC 아카디아 등에도 적용되며, 쉐보레 말리부에 사용되기도 하는 공용 플랫폼이다.
전면부의 모습은 그간 쉐보레 브랜드를 통해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단 모델에서 확인했던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크기를 키워 당당한 모습의 외관 디자인을 보여준다. 남성적인 이미지가 주도하는 대형 SUV 부문이지만, 트래버스의 모습은 이러한 부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측면의 경우 콜로라도에서 보았던 ㄷ형태의 대형 휠 아치가 눈길을 끈다. 휠 아치와 타이어 사이의 공간이 넓다. 20인치의 대형 타이어가 장착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성도 강조되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상하좌우로 타이어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게, 타이어와 휠하우스 사이의 공간이 비교적 넓게 설정된 것은 트래버스 뿐만 아니라 픽업트럭인 콜로라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D필러와 3열 측면 글래스의 경우 검게 처리되어 얼핏 보면 흡사 픽업트럭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크기의 차량이지만 후면부가 지나치게 높이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요소이다. 후면부에서는 이전 모델보다 얇아진 리어램프가 크롬 몰딩으로 이어진 모습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
트래버스의 실내는 무난하고 기능적인 인상이다. 달리 말하면 경쟁모델들, 특히 국산 대형 SUV 들보다 소박한 분위기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다른 대형 SUV 들보다 실내디자인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글로벌 기업이긴 하지만 GM은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며, 브랜드 철학 또한 실용적인 차 만들기이다. 나쁘고 좋다는 구분보다는 ‘다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콜로라도, 말리부 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관만큼 실내도 넉넉한 크기가 특징.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크러시 패드는 색상 조합에 따라 윗 부분은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회색 톤이면서 전면부를 향하는 부분의 색상을 달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의 인조가죽 색상이 동일하게 시트의 표피 마감재에도 쓰여서 전반적으로 실내가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인테리어의 질감은 대시 보드와 도어 패널에는 부드러운 인조가죽이 적용되어 있지만, 센터 콘솔이나 방향 지시등 레버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다소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가 적용되었다.
3열로 구성된 시트 배열은 승객들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3열의 레그룸은 850mm로서, 다른 3열 차량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여유로운 크기이다. 게다가 3열 시트까지 모두 사용할 때에도 651 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니, 큰 차체의 강점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3열 시트만 접어도 1,636리터, 그리고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에는 무려 2,781 리터에 이르는 공간이 확보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6인승 밴의 화물실 용적이 약 3,800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트렁크의 카페트 바닥 아래에 별도로 90 리터의 수납공간도 있다.
주행성능
쉐보레 트래버스에는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m의 3,564cc V6 DOHC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파워트레인이지만, 트래버스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한 출력을 발휘하기 보단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설정이다. 견인 능력을 강조한 성격도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이 급의 차량들이 성능보다는 패밀리카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만큼 만족스러운 엔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으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한 템포 천천히 가속이 진행된다.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조합된 9단 변속기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좀 더 높은 기어 단수로 변동되는 만큼 언덕을 오를 때는 가속 페달에 좀 더 힘을 싣게 된다.
제동성능 역시 부드러운 주행에 맞는 설정이다. 가벼운 브레이크는 도심에서 부드러운 감속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차량의 무게가 다소 느껴진다. 그만큼 제동거리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예민한 반응의 브레이크라면 차량의 전면부가 앞쪽이 깊게 수구러지며 주행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여유롭다. 이 급의 차량들이 부여주는 성격과 같이 예민한 설정은 아니다. 넓고 편안한 3열 구성의 SUV 모델에 기대하게 되는 수준이다. 두터운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좋고 저속에서의 회복력도 만족그러운 편. 주차장에서 조향하는데 도움이 되는 설정이다. 주행 시 조향에 따른 좌우 롤도 허용 가능한 수준이다. 저속주행시에는 부드러운 가속과 9단 변속기의 빠른 변속이 깔끔한 느낌을 준다.
안전장비로는 1열 좌우 시트 사이에 GM 이 최초로 선보인 센터 에어백이 채용되어 충돌시 운전자와 동승석 탑승자간의 충돌로부터 보호해준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후측방 경고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등이 기본이다. 하차시 뒷좌석에 탑승객이 있을 경우 알려주는 기능도 기본이다.
아쉽게도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방지장치 등이 적용되어 있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좌우로 움직이며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려 하지만, 움직임이 깔끔하진 않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경고가 나오지만 30초 정도는 기능이 해제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2세대 쉐보레 트래버스는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대형 SUV 모델이다. 실내 공간은 동급 경쟁모델 가운데 가장 넉넉하고, 국내에는 3가지 사양이 출시되지만 어떤 트림을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주행성을 보여준다. 수입차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가격 또한 합리적인 점도 트래버스의 매력이다. 하지만, 다양한 편의장비를 기대하는 소비자에겐 아쉬움이 남는 구성이다. ‘미국적인 색깔이 강한 차’라고 치부하기엔 경쟁모델들의 편의사양이 뛰어나, 이런 부분에서의 고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GM은 임팔라, 이쿼녹스, 콜로라도, 트래버스, 카마로, 볼트EV 등을 통해 11월 수입차 판매실적에서 전체 내수 판매의 23.6%를 수입모델로 채웠다.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2020년 반등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모델 라인업이 서둘러 갖춰져야 한다. 다른 수입 제조사들보다 현지화에 강점을 갖춘 만큼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상품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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